항암제
항암제는 나에겐 필수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항암제도 삶의 질 측면에서만 의미가 있다.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루라도 더 산다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그냥 무작정 하루 더, 물리적으로, 산다는 것일까?
여행
여행은 나에게 삶의 의미와 동의어다. 최소한 나에겐 그렇다. 어릴 때부터 낯선 곳으로 무작정 떠나곤 했었다. 10대 때에도, 20대 때에도 그랬었다. 30을 넘어 40대 초반까지도 그렇게 훌쩍 떠나는 건 내 삶에서 특별한 게 아녔었다.
그러나 40대 중반쯤부터 더는 훌쩍 떠날 수 있는 처지가 아녔다. 4기 진행성전이암 진단이 있었다. 그로 인해 거듭된 수술로 사지가 난도질당하고 끊이지 않는 항암제에 몸뚱이가 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겨우 2번의 기회만 가졌었다. 2018년 유럽, 2019년 미국 서부 여행 그렇게. 이제 3번째로 여행을 한다. 짧은 여행이지만 의미가 깊다.
항암제와 여행 사이 갈등
이번 여행도 갈등이 많았다. 암이 더는
퍼지지 않길 바란다면 항암제를 멈추면 안 된다. 반대로 항암제를 안 멈추면 하루 예닐곱 번의 설사로 여행이 거의 불가능하다.
항암제를 멈출 처지가 아니다. 콩팥 하나와 부신 제거, 쫌 있다 폐 한 조각 제거, 몇 년 후 다리뼈 부분 절제, 또 얼마 후 광범위 절제, 그로부터 채 1년도 안 돼 척추전이…그런 입장에서 항암제 휴약은 모험이다.
짧은 여행 가기로
내가 여행 한 번 더 못한다면? 암 투병 14년 마감하며 겨우 두 번의 해외여행으로 그친다면? 여행은 길 위의 독서라 했다. 독서가 책 속을 여행하는 거라서 마음의 양식이 된다면 길 위의 독서인 여행은 삶의 지혜와 살아있음에 대한 자각을 준다.
둘 사이 갈등을 끝냈다. 독성물질 항암제 먹으며 하루를 더 살고자 함은 삶의 질을 위해서다. 추억 하나 더 만들고자 함이다. 여행은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하고 추억을 만든다. 당분간 항암제를 멈추고 여행을 선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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