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와 엑스레이 결과 리뷰: 안 붙는 게 아니라 ’거의‘ 안 붙고 있다.
’거의‘ 안 붇고 있다와 ’ 안‘ 붇고 있다는 질적으로 다르다. 늘 그렇듯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교수님께서는 ‘거의’ 안 붙고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여쭸다.
“‘거의’ 안 붇고 있다고 하셨는데, 붙기는 붙나요?”
“여기, 쪼금 붙고 있어요.”
“네…”
“그런데, 이런 상태가 계속 되면 위험합니다. “
“어떻게요?”
“스크루들이 부러집니다. 우리는 이미 1차 수술 후 경험했었지요?”
“네…”
교수님은 옛 영상 사진들을 펼치셨다. 하지만 그 그림들은 날 위한 건 아녔다.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여시면서 얼굴은 옆에 있는 수련의를 향하셨다.
“여기 봐! 여기 스크루 3개가 부러진 게 보이지?”
교수님의 확인에 그 수련의께서는 즉시 답했다.
”그러네요. “
교수님께서는 말씀을 이어가셨다.
”우선, 목발을 계속하세요. 그리고 6개월 후에 mri를 찍어봅시다. “
”목발… 계속요? “
”네! “
”네…“
”그런데,“
정형외과 교수님께서는 갑자기 수련의를 바라보셨다.
”그런데, 뼈 스캔도 없네, pet가 없어. 전신 mri도 없고. “
”네! 없네요. “
잦은 방사선 검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
난 거기에서 끼어들었다.
”그런데, 교수님. 어찌 보면 제겐 좋은 일이네요. “
”뭐 가요? 1년에 한 번 정도는 찍게 돼있는데도요??. 그래야 몸속에서 암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로 갔는지.. 등을 알 수 있는데도요?”
”네. 제가 13년째… 방사선을 도대체 얼마나 몸속에 저장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
”아, 저장은 아니지요. “
”저장이 아니라고요, 교수님? “
”하기야 몸에 좋을 리는 없지. 특히 PET-CT는 더 그렇지. 이게 몸속에 남아있서…“
”맞아요. 이게…“
난 한숨을 쉬면서 말씀드렸다.
”제가 이 병원에서는 2번째 병원에서 보다는 그렇게 많이 방사선 샤워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흉부 CT 분기마다 한 번, 복부 시티 반기마다 한 번…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뼈 스캔, 펫 시티…일 년에 최소 5,60 밀리시비트씩…아휴…“
”……“
”그렇게 13년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까지 사니 감사할 일입니다만…“
”네. 2차암의 원인이 되겠지요. 또 항암제란 것도…“
”네, 교수님. 항암제 때문에도 내분비과 교수님도 뵙고 있습니다. “
그때 수련의 선생남이 거드셨다.
”며칠 전 갑상선 관련 혈액검사와 진료가 있었네요. “
”그래? “
”네. 갑상선 호르몬이 거의 안 나오시나 봅니다. “
”어, 항암제 때문이겠지! “
항암제 장기 복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
교수님께서는 내 눈을 바라보셨다.
”암 고치려다 몸이 더 상한다니까요. “
”그러게요, 교수님. 그런 느낌입니다. “
”방사선 때문에 조직이 데미지 입지, 항암제 때문에 다른 기간이 망가지지…“
”네, 교수님. 제가 삶의 질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
이 교수님과 내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이 교수님 덕분이다. 이 교수님은 50 갓 넘기셨다. 그러나 언뜻 보면 대학원생처럼 보인다. 머리도 잘 안 빗는 듯 보인다. 뭐, 하기야, 반 곱슬이시니… 또 소탈하시다. 무게다 안 잡으신다. 내가 농담하면 같이 농담하신다. 공감을 잘하신다. 1년 걸릴 거 서둘러 몇 주 만에 수술해 주시고,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도 하신다. 그런 의미에서 난 운이 좋은 암 환자다.
육종성 변이, 특히 RCC(투명신세포암)의 지독함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
교수님께서는 투명신세포암을 비롯한 육종성변이에 의한 육종암애 대한 공포스러운 경험을 공유해주셨다.
“이게…1차암 장기생존 환자들의 경우, 다 나았다고 생각하는데, 한참 지나서 뜬금없이 공포스러운 일들이 벌어진다니까요.”
“어떤요?”
“며칠 전, 맞지?”
교수님께서는 다시 수련의 선생님을 향했다.
“그분, 발등이 이싱하다시면서 오셨어요.”
“……”
“그분 10년 전에 완치판정받으셨다는데…어느 날 갑자기 통증이 와서 … 발에 있는 뼈로 전이됐는데 거의 다 절제해야만 하는 경우였어요. 또 다른 분은 손가락 끝으로 전이되셔서…그분도 10년 동안 아무 일도 없어서 다 나았다 했는데...10년이 지났다는데도…그런 얘기 들어보셨지요?”
“네, 교수님. 제가 들은 사례들 중 최악은 20년 만에 재발된 경우입니다. 제 옛 동료가 20년 만에 온몸이 암에 정복된 케이스로… 목동 어느 대학병원에서 20년 만에 경악스러운 몸 상태를 진단받고, 호스피스 밖엔 방법이 없다면서…하지만 그 친구는 거절하고, 집에 온 후 7일? 10일? 한 달도 채 머무르지 못하고…”
“……”
정형외과 교수님의 처방
“자, 이렇게 합시디.”
“어떻게요?”
“전에도 약을 끊으니까 뼈가 붙었잖아요?”
“네. 교수님. 교수님께서는 제 경우를 사례로 해서 논문을 쓰셨고요…”
“네.”
"아번 약도 기전이 신생혈관 억제요?"
"네, 주치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럼..깒어야 돼. 한 동안 끊는 수밖에."
“그럼 제가 주치의께 말씀드릴까요?”
“아,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xxx교수님께 메모를 남길게요. “
“아, 그래주시겠어요?”
“네. 그럼… 받아 적어 봐!”
교수님께서는 수련의 쪽을 다시 바라보셨다. 이어서 메모 내용을 구술하셨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네..."
"우린 6개 월 후에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교수님. 연말 잘 보내세요~~"
예기치 않았던 일; 항암제 중단 권유
난 밖으로 나왔다. 다음 일정을 위에서 난 밖에 계신 접수 간호사께로 갔다. 하지만 그 간호사샘은 네게 옆 벤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잠시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그리고는 통화를 시작했다. 내 원발암 진료과라는 걸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난 아마 한 두 달 후에나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교수님 뵌 게 며칠 안 됐기에. 난 막간을 이용해 주식 호가창을 봤다. 모조리 파란불이었다, 내가 투자한 종목들의…
“여기로 잠깐만 오시겠어요?”
그 간호사쌤이 날 불렀다. 그리곤 진료 후 안내서를 건네셨다.
“낼 아침에 오실 수 있겠어요?”
“넬요?”
“낼 아침요.”
“우리 교수님 환자 무척 많으신데… 날 미워하시겠네…”
“하하하… 그쪽에서도 이해한답니다. 우리 교수님께서 너무 자세히 쓰셔서, 환자분 주치의 교스님께서 읽어보시고는 낼 오셔도 된다고 하셨답니다.”
“하, 땡큐!”
갑작스런 다음날 아침 협진 일정
난, 두 교수님의 배려와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데자뷔 느낌이 들었다.
“약을 먹다 안 먹다 하면 내성이 빨리 생긴다는데…”
그리곤 헤아렸다.
“ 한 달 정도 휴약 처방 내리실까?”
“한 달 끊어서 될까? 전에는 3달 넘게 끊었었는데… 그간 양쪽 폐의 암 덩어리들이, 아 잘됐다, 이거 세력 확장의 호기다 하면서 무럭무럭 자라지는 않을까?…“
https://wifipw.tistory.com/entry/전이-관련-마지막-진료-3-육종암-mri-검사-결과-안-붙는-다리-정형외과-스케치
https://wifipw.tistory.com/entry/루틴-체크-4기-암-환자-정기검사-혈액검사와-흉부-CT?category=107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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