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주 간만에 극장엘 갔다. 아마 10년 만에 갔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5년 만에. 하도 안 가니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오늘 극장에 부리나케 간 이유는 내가 울면서 읽었던, 감동 가득 소설이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어제 들어서였다. 소설 읽고 난 후 영화로 만들어진 보고 나서 후회 안 한 적 없었지만 그래도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 킨들(Kindle)로 울면서 읽었고, 딴 사람들에게 추천했었던, 어느 버림 받은 그러나 자신의 삶을 너무도 사랑한 소녀의 가슴 시린 이야기다. 스포일러가 안 되려는 이유 땜 내용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블로그인지 저 블로그인지에 아주 쪼금 내용을 공개했었다.
이 이야기가 영화화되리란 걸 예상했었지만 그 깊이와 스케일, 신비로움, 순수함, 편견... 그런 오만가지를 담아낼 감독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 했었다. 또 너무도 복잡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소화할 배우가 있을까 하기도 했었고.
이 소설의 작가는 원래 소설가가 아니었다 한다. 과학자, 이 책을 읽고 난 후 과학자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었다. 어쨌거나 오늘 영화로 본 이 소설은 원작 대비 30% 정도의 감동만을 내게 줬다. 책 속 감동의 70%는 날아갔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ㅡ영화 보면서 다섯 번이나 울었다.
소설을 안 읽고 이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는 책을 찾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잘못된 연상을 가질 수도 있겠네 하는 느낌을 받았다. 일례로, 영화 속 주인공의 분위기는 소설 속 카야와 다르다. 얼굴이나 의상이 지나치게 깨끗하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소설 속 주인공처럼 순수하지도 않다. 야성미도 없다. 야성과 섬세함이 하나로 녹아든 신비로움도 없다. 그리고 바다와 갯벌과 원시림이라는 자연과 하나가 된 주인공 카야와는 너무도 다르다. 미묘하지도 않고 불가사의하지도 않다.
주변 인물들은 어떨까? 테이트, 카야의 첫사랑, 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소설 속 테이트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따뜻하고, 사려 깊고, 그러나 조금은 나이브한 캐릭터가 소설 속 이미지라면 영화 속 이미지는 그 깊이가 없다. 악마 같은 체이스, 그는 소설 속 이미지, 악랄하고 간교하고 더러운, 와는 다르게 미화됐다.
카야의 슬픔의 시작이 버려짐, 가족들이 가장 어린 그녀만 남긴 채 떠나는, 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지나치게 그 과정을 생략했다. 언뜻 드는 느낌은 마치 어설픈 법정 드라마 같은 분위기도 준다. 또한 카야가 체이스를 결정적인 상태로 만들 수밖에 없는 폭력성과 파렴치함에 대한 폭로도 어설프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책을 안 본 사람은 한번 가서 볼만 하겠다. 멋진 영상과 세련되고 디자인 뛰어난 배우들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영화관에 갈 생각이라면 그전에 책을 먼저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책으로 읽는 데에도 어떤 버전을 읽느냐에 따라서 일장일단이 있겠다. 난 킨들에서 먼저, 국내 e북에서 두 번째로, 그리고 오늘 영화로 세 번, 그렇게 이 이야기를 접했다. 작가의 단어들, 언어들로 쓰인 이야기를 읽는 게 감동의 깊이를 위해서는…진리란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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