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된다. 대부분 인싸가 많을 듯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위 아싸도 많다. 이 단어들이 일종의 편견을 나타내고 있을뿐더러 평면적이란 것 또한 알지만 편의상 쓴다. 그들은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건 공통적인데. 내용은 다르다.
인싸는 내가 뭘 했던 인간이고, 뭘하는지, 돈벌이는 뭔지를 집요하게 알려고 한다. 아싸는 내가 하는 일 자체에 관심을 둔다. 인싸들이 견제하고 배배 꼬는 경향이 있는 반면에 아싸들은 존경과 칭찬을 하는 예가 더 많다. 그런데 내가 하고 있는 마을 봉사활동은 뭐가 있을까?
4기 진행성 암 환자의 봉사활동
1. 20여 세대 반장
2. 주민 대표조직의 한 개 분과 총괄책임자
3. 마을 소식지 편집장 및 총괄디렉터
4. 마을 역사와 문화 관련 모임 디렉터
5. 구 소식지 명예기자
6. 구 몇몇 위원회 자문역
7. 세미나 고정 멤버
나의 밥벌이 수단은 뭘까?
1. 푼돈 투자 이익금
2. 자문역에서 나오는 껌값
3. 손바닥만한 논과 손등만한 밭
4. 기타
나한테 떨어지는 돈은 아주 소액이다. 바듯이 커피 사 마시고, 옷 사 입고(반팔 티 같은 소품류), 삼선짬뽕 한 달에 두 그릇 사 먹고, 자동차 관리비, 아이들 소액 용돈 주기 정도에서 끝난다. 요즘은 기타가 많다. 암 진단 초기에는 큰돈 만질 뻔 알았었다. 또 부동산으로 대단하게 한몫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런 걸 이제는 좀 뒤돌아봐야겠다. 우리 샛별이 나중 그걸 궁금해할 것도 같다.
난 길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그래서 할 말도, 쓸 것들도 많다. 만난 사람들도 참 다양하면서도 많았다. 국적과 나이, 성별 등을 안 가리고 만나고 사궜었다. 20년 넘는 세월도, 성적 취향도 내 친구 리스트에서는 고려사항이 아니었었다. 아, 물론 지금도.
돈벌이도 별 희안한 것들을 통해서 벌었었다. 쓴맛도, 단맛도 너무 빨리, 너무 많이 겪었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소설 하나 써볼까도 하는데... 산문보다는 운문이 더 땡기니 그저 바람으로 끝날 듯도 하고.... 내 지병에 또 얼마나 더 살는지도 참 의문 덩어리이고.
그래도 누구보다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건 소싯적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참 다행인 게... 죽어 버리자, 죽고 싶다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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