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주는 바쁜 한 주다. 뼈전이암 재발 진단을 받고도 구 소식지 명예기자 공모에 도전했다. 수술을 위한 모든 세팅이 끝났다. 마을 소식지 올해 사업이 마감된 이유로 결과보고회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PPT를 만들었다. 또 주말에 고향에 내려가고, 요양병원 면회를 가고, 아버지 반찬도 만들어 드리고 와야 한다. 한 주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뼈전이암 재발은 재발이고 오늘을 열심히 살고 싶은 나는 치료 관련 진료를 보는 틈틈이 돈도 벌고 도전도 했다. 이번 주 돈벌이는 그런대로 선방했다. 몇 백은 못 벌지만 그래도 반찬값, 휘발유 값, 커피값 정도 할 수 있는 돈은 벌었다. 10월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손해는 안 보는 거래를 하고 있다.
도전을 했다. 다리가 아프고 잠자다 통증 때문에 자주 깨곤 했지만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성격이라서 공모에 도전했다. 서울은 구별로 소식지가 있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명예기자라는 게 있다. 그게 있으니 도전해보라는 몇 분의 성화가 있기도 했을뿐더러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던 활동이었다. 구 소식지에 실리는 내용들이 천편일률적인 것 같아 의아해 해오던 참이었다. 우리 동에 대한 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올 마을 소식지 편집장을 하면서 깨달은 터라 자신이 있었다. 마을 소식지야 봉사활동으로 하는 것이니 금전적 대가는 없다. 그러나 구 소식지에 기사가 채택되면 일정한 돈을 받는다. 소위 부자 구는 10만 원, 안 그런 데는 5만 원에서 7만 원 정도의 채택료가 지급된다고 한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우리 동의 이웃들의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자랑거리, 민원 등을 구 소식지에 싣고 싶다. 그러면 내가 사는 동네가 좀 더 좋아지고, 그 안에 사는 내 생활의 질도 좋아질 테니 그것만으로도 보람 있는 일이란 생각이다. 어땠든 그런 생각으로 공모에 지원서를 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실망할 일 없겠다 했다. 심사위원단이 결정된다고 했다. 경쟁률이 높다는 전언도 있었고, 뼈 전이 재발에 대한 치료를 방사선으로 할 거냐 절제술로 할 거냐 하며 병원을 오가다 보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톡에, 문자에, 이메일로 연락이 왔다. 합격을 축하한다고. 기자증 만들게 사진도 보내 달라고 첨언하면서...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볼 요량이다. 더 산다면... 임기가 2년이라고 하는 데, 그전에 죽을 것 같지는 않다.
수술 세팅도 끝났다.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교수님들의 배려로 과분한 진료를 거듭한 끝에 수술로 결정이 났다. 특히 주치의 교수님께서는 전화로, 문자로 집도의 교수님께 수술을 좀 앞당겨 달라는 문자도 주시고... 참 애 많이 쓰셨다. 간호사 선생님들 볼 때마다,
"교수님이 걱정 많이 하셔요.."
집도의 교수님도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며 진료를 과할 정도로 단기간에 여러 번 봐주셨다. 마지막엔 특유의 격려를 하셨다.
"어떻게든 찾아내서 아주 튼튼한 뼈로 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힘을 내서 한 번 해봅시다!"
그리고 어제는 마을 소식지 올해 사업이 종료된 이유로 성과 공유회 때 프리젠테이션 할 PPT를 만들었다. 난 맥을 쭉 써온 입장이라서 키노트에 익숙한데, 간만에 MS Office PPT를 한번 만들어 보려니 좀 헤맸다. 하지만 이때 한번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1박 2일에 걸쳐 시도를 해봤다. 그런 맘으로 최선을 다해서 이멜로 보냈다. 얼마 안 있어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놀라울 정도로 멋진 PPT란다. 브라보!
이 프리젠테이션을 여러 명이 심사하나 보다. 교수님들, 서울시 담당자들 구청 담당자들, 학생들..... 5~7분 길이로 하란다. 여러 사람 앞에 서는 거야 한 때는 업였었기에 별일은 아니다. 동네 봉사 활동하면서 임원을 했기에 보고회에서 발표를 많이 한다. 올해도 몇 백명의 주민들, 국회의원이니 시의원들, 구의원들 앞에서 여러 번 발표를 했었다. 크게 신경 쓸 건 발표가 아니라 성과다. 최우수상, 우수상... 뭐 그런 식으로 시상도 있다고 한다. 그걸 노릴 맘은 0이다. 그저 올해 사업으로 나의 삶의 터전인 우리 동네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돌아볼 기회로 충분하다. 이 양반들이 내게 천만 원 가까이 후원했으니 그에 대한 보답도 필요하고!
주말엔 어머니 계신 요양병원에 가야한다. 면회도 면회지만 대리 진료가 있다. 아버지께서 90이 다 되시고, 무릎관절이 너무 안 좋으셔서 대리 진료하시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두 발짝만 옮기셔도 땅에 주저앉으실 자세시다. 또 아버지 반찬도 만들어 드려야 한다. 지난주에 뵀을 때 묵은지에 비개 많은 돼지고기를 넣은 찌개가 너무 맛있었다고 하시면서 당신께서도 한 번 도전해 보신단다. 하지만 내가 끓이는 맛만 할까 한다. 난 15살 때부터 객지 생활한 덕에 반찬 만드는 건 이골이 났다. 웬만한 요리는 다 한다. 각종 김치 담그기, 잡채, 닭볶음, 불고기, 부침....
오늘 깜박하고 게딱지 쿠페에 텅빈 연료통에 기름을 못 넣었다. 낼 새벽에 이 스무 살짜리 깜찍이 게딱지 만한 쿠페에 연료를 가득 채워야겠다. 고급휘발유 가득 채우면 10만 원 쫌 더 한다. 그리 넣으면 병원 포함 600km 넘는 길 왕복해도 반은 남는다. 돈으로 5만 원이면 떡을 친다. 고속도로 연비가 16~17리터 정도 나온다. 남들은 히이브리드냐고 한다. 그냥 슈퍼차지드 엔진이라서 연비가 좋은가 보다 한다. 이 차는 올드하고 게딱지만 하지만 어쩌다 밟은면 게이지 마지막까지도 나간다. 참고로 260이다. 차 없는 새벽에 잠깐 해봤었는데... 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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