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별별 얘기가 다 들린다. “가짜 암환자”니 “악성종양 같은 존재”니 하는 말들이다. 암환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고, 서럽고, 모욕적인 말들이다. 행세할 게 없어서 암환자 노릇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하고 많은 표현들 중에서 왜 하필 "악성종양 같은 존재"란 표현을 쓴단 말인가?
국가암등록통계에 기반한 분석에 의하면 2018년에 새로 암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24만 3837명이나 된다고 한다. 2017년에 23만 5547명이 새로 발생했던 것에 비해 거의 10,000여 명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새로이 암환자가 됐다는 것인데, 기타 통계들과 종합해서 산출해내는 개념인 암 발병률( 즉 진단 후 투병, 완치, 사망자 등을 포함한 비율)이 10명 중 3.74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뜻이란다. 결국 내 주변 가까운 누군가는 암 환자라는 말이다.
하지만 또 역설적인 게, 의외로 암 환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아주 희귀한 경우일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실제로 전체 인구 대비 0.4%밖에 안 된다고 하니 말이다. 요양병원, 아니면 병원, 그것도 암 환자를 주로 다루는 초대형병원이 아니면 암 환자를 그리 많이 만나기가 힘든 이유이다. 이웃을 둘러보더라도 찾기가 힘들고. 나 같은 암 환자도 내 주변이나 동네에서, 또는 아는 사람 중에 암 환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암 진단! 진짜 암환자가 되고 보면 피 말리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암 진단은 청천벽력을 넘어 삶에 대한 의욕을 끊어 놓는다. 놀라고, 당황스럽고, 정신을 잃을 것 같고, 살고 싶은 맘도, 의욕도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이미지는 안 좋다. 4기 암 환자로 살면서 주변에서 무심코 하는 말들. 암 환자가 된 게 모두 나만의 잘못인 것처럼 하는 말들...
“지 잘못이지...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진작에 (건강검진 같은) 검사 좀 받아 보지!”
“그전에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 것 아냐! 누굴 원망해?”
“술 담배를 해서 그런 것이지 뭐. 뻔해.”
그렇게 대부분 그 당사자를 비난하고, 흉보고, 그걸 넘어서 공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말들을 듣다 보면 어떤 때는, 그런 부정적 코멘트에 질려 사람 만나기가 꺼려질 때도 있다.
그런데 주변에 술 담배에 절고, 몸에 안 좋다는 것들 그렇게 먹어 대도 오래 사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또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하다는 말을 듣고... 그런 사람들이 갑작스레 암 2기니, 3기 진단을 받았다는 등의 깜짝 놀랄 소식들도 듣는다. 그러니 암에 걸린 게 꼭 관리 잘못이니, 술 담배 때문이니 하는 건 아닌 거다.
‘악성종양'은 또 뭔가? 그건 ‘양성종양’의 반대편에 있는 개념 아닌가! 종양은 비정상적으로 조직이 분화하는 것을 말한다 한다. 그게 오래되고 커져도 생명을 해치는 게 아니면 ‘양성종양’,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생명을 앗아가는 걸 ‘악성종양’이라고 말하는 걸 암환자나 암환자를 가족, 또는 친지로 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악성종양 같은 존재”를 다른 말로 하면, ‘암 같은 것, 암과 같아서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 될 것이다. 그런 말을 어느 정도 규모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말일까? ‘암환자 행세’를 하는 사람도, 암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불 지르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보듬지는 못할 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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