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강화도 나들이를 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코로나는 가까운 곳 여행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오후 2시쯤 집을 나섰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오후는
나그네 기질이 나온다.
오늘 바다 색깔이 좋다.
자연은 신비롭다는 걸,
날 언제나 감동시킨다는 걸
안다.
농도가 좋다.
갯벌이 바다처럼 보이고
바다가 갯벌처럼 보인다.
갯벌이 빛을 받고,
바다가 하늘색을 받아들여서
그럴 것이다.
저 멀리 밝은 하늘이,
하지만 여전히 회색이긴 하지만
밝게 보인다.
밝고 진하고, 진하고 밝고...
상대적……
해안도로를 돌다가
면이 분할되고,
분할된 면마다 색이 다른
카페를 봤다.
겉을 장식한 색채의 조합이
설치미술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하다.
입구에 목각인형들이 나래비 섰다.
그리고...
그들 옆에는 뭐라고 뭐라고 써놓은?
새겨놓은?
글들이 보였다.
이 집주인은 생각도 많고,
번민도 많았을 듯하다...
안쪽 모습이 이렇다.
커피는 무쟈게 비쌌다.
난 드립 커피를 마셨다.
겁나게 찐하든지
겁나게 썼다.
7 천원이 넘었다.
불만은 없었다.
이 잘 꾸며진 실내 치장을
구경하는 값 치고는
싼 편이었다.
하기야 스벅에서 5천 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켜놓고
2시간 죽치는 것보다야 비쌌지만...
여기 다시 가고 싶다......
편안한 분위기...
맛나 보이는 쿠키도 보였다.
좀 쉬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비도 이젠 한숨 돌리나 보다.
살금살금 내린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성난 듯 보였다.
아름다운 갯벌에
하늘빛이 드리워졌다.
이 갯벌, 난 사랑한다.
생명이...
바쁘게?
번잡하게?
아름답게?
번창하는 이곳, 갯벌!
아마 내 몸과 가슴과 마음속에도
이 갯벌은 있을 것이다.
난 저 속에서 뒹굴고 싶다, 가-끔은...
지나는 길에 보였다.
항암제에 찌들고,
너어무 친환경적이고, 유기농적인...
내 밥상에 때론,
엄격한 아버지와 밥상을 마주할 때처럼....
너어무 친환경적인 항암 밥상을 벗어나
때론 저런 음식을 보면
욕망이 솟구친다.
석모도 가는 인근에 있다.
석모도 가는 다리가 생긴 이래...
난 그 다리가 생긴지도 모르고 왔지만,
그 번잡했던 풍경들도
산사 깊은 곳,
처마 끝 풍경소리처럼
고즈넉한 분위기의
속세로 변한 듯 보였다.
오징어 튀김 만원 어치,
새우튀김 만 원어치 샀다.
주인이 날 좋아하는 듯해서
난 그런 주인을 좋아하는 대신...
새우 한 마리 더 달라고 배은망덕했다.
"더 드려야지요, 뭐...ㅎㅎ"
난 속이 쫌 찔렸다.
수족관엔 안 보였다.
"사장님 새우는 어디서 잡아요?"
"......"
"사장님 오징어는 어디서 꺼내세요?"
"......"
내 말을 무시하신다.
난 즉석에서 튀겨준다시길래,
수족관에서 잡으시는 줄 알았다.
"저어기, 못 보셨어요?"
"어디요?"
"......"
"아, 밀가루 반죽 옆에 가지런히 싸놓셨군요."
실없는 대화!
그 옆에서 한컷 했다.
엣 석모도 가는 곳,
아니 그리 갈려고 배를 기다리던 곳에서...
내 한쪽 다리의 윗부분은 가짜일 수도 있다.
내 오리지널 뼈 대신...
너무 일찍 떠나신 어린 어느 님이 남기고 가신
그 뼈가 들어 있다.
풍경도,
7천 원짜리 커피도
그 집의 실내장식도
뛰김집, 아니 횟집 아주머님도...
나한테 뼈를 주고 가신 어린 님도
모두 감사할 뿐...
난 복 받은 사람,
복 받은 비 오는,
우수에 깃든
오후 한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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