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2022년 말, 폐전이 뼈전이 삶

날벼락 응급실 : 관자놀이 열상 응급실

by 힐링미소 웃자 2022. 5. 12.
반응형

첨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 계정을 연지는 꽤 될 겁니다만, 글을 올리기 시작한 건 이날이었습니다. 만 4년 하고도 9일째군요, 오늘이면.

오늘, 하필 아침에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급하게 응급실로 운전해 가면서, 응급실 베드에 누워있으면서, 엑스레이와 CT 촬영을 위해 베드 위에 누워있으면서, 얼굴을 꿰매지는 걸 느끼면서, 기억들이 스스로 ... 스르르... 빠르기 되감기가 되었습니다.



만 11년 몇 개월 전, 햇수로 12년 전, 이 병원 응급실에 왔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거의 반대 시간, 밤 10시가 넘었을 때? 일 끝내고, 버스에서 내려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련하든지, 낙천적이었던지, 바보였던지, 삶의 무게에 무감각했었던지 ....

그 후 양쪽 폐에 이미 20여 개가 넘는 전이성 암덩어리들이 보이는 CT 사진과 한쪽 신장을 가득 메꾸고도 부족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의 풍선 같은 콩팥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다음 병원에서는... 쓸 약이 없고, 양쪽 폐 속 암덩어리들은 내 삶의 시한폭탄이며, 얼마를 더 살지 모른다는 소문난 교수님의 선언을 들었습니다.

그 담에 우리나라에서 젤 크다는 병원으로 옮겼고... 최대로, 최대로 가장 인자하게 판단해도 남은 생, 48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반응형


그 후로 6년을 더 살고 있습니다. 아마 삶에 대한 미련? 집착? 그런 게 있었다면 이렇게 더 살고 있지는 못했을 겁니다. 또한 그 어떤 사람에 대한, 인연이나 관계에 대한, 돈에 대한, 모든 종류의 소유에 대한... 과잉 기대, 집착 또는 미련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오래도록 ‘덤 삶’을 누리진 못하고 있을 겁니다.

진단, 그 후로 물론, 3년 후, 폐 한 조각 잘라냈고, 또 다른 3년 후, 허벅지 뼈 한 토막을 잘라냈습니다. 그런 패턴이라면 2019년에 또 다른 곳 어디, 그리고 2022년 올해, 또 다른 곳으로 전이됐을 제 신체 또 다른 어디 한 곳, 그곳을 칼질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2016년 여름 이후, 아직은 어느 곳도, 전이의 징후가 어느 검사에서도 안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암세포가 10억 개쯤은 돼야 영상에 확실히 잡힌다는 건, 4기암 암 환자 12년에 지식 측에도 못 낍니다만....


그런데 오늘 아침, 사달이 났었고, 12년 전 그 병원, 그 응급실의 그 문을 열고, 그 베드에 다시 누웠습니다. 아침 일찍 항암제 한 알 먹고, 본래는 두 알입니다만. 3일째 하루에 대여섯 번씩 설사를 해대니 오늘은 몸 좀 진정시키고자 400미리 하나만 먹었습니다. 그런 후 샤워를, 기분 좋게, 한 후, 맛난 아침 상상하며 생선을 노릇노릇 굽고 있었습니다.


잠시 베란다에서 거실로 넘어 오려는 순간, 샤워 후 바른 로션, 손바닥에 남아있던 그 윤활제! 오른팔을 오스카 사는 어항 놓인 선반 위 좁은 공간에 걸치듯 얹은 순간, 미끄러졌습니다. 미끄러지며 거북이 두 마리 사는 또 다른 선반의 모서리에 관자놀이를 찍으며, 얼굴도 쭉 미끄러지며...몸도 미끄러져... 어느 젊은 여성의 가느다란 뼈가 이식된 그 다리 또한 거실 바닥에 가격했습니다.

같은 병원 같은 응급실에서 12년 전과 똑같이 엑스레이와 CT를 찍었고 같은 베드 위에서 결과를 들었습니다. 단지, 12년 전과는, 다른 건, 찍는 부위와 시간뿐이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이마를 꿰매는 동안, 12년 전 일이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