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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

내 곁에 몇 명이나 있고 또 있어야 하나

by 힐링미소 웃자 2021.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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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전시물 중, 어제 오전에 잠시...

어제 친구 커플과 스마트폰 땜 만나고 오면서...

친구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sns 같은 가상공간 친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난 페이스북을 멈춘 지 오래다.

페이스북이 한창일 때도 난 거부했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그 후로 한동안 열심으로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끊었다.

물론 친구들 중 몇몇이 페북 메신저를 쓰기에 그건 쓴다.

어쨌든 난 페이스북류 인간은 못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걸 할 일이 과연 있을까 한다.

 

그 페북 친구가 대략 100명 가까이 되면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었다.

“내가 과연 이 숫자의 친구들과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친구의 친구가 친구를 신청하면서 막 불어나려던 참이었는데,

그러니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숫자들을 ‘관리’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화분들, 어제 오전에 잠시...

 

 

난 사실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한다.

아니 몹시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가 주는 것들은 삶에 있어 환희에 가깝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새 친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나와 다른 새로운 언어, 나와 다른 삶의 방식, 나와 다른 경험, 나와 다른 관점...

모두 다 긍정적인 것들뿐이다.

그런 것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당연히 통찰력도 깊어지고, 관점도 넓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모험심이 생기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수도 있다.

그러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행복이며 행운이다.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화분... 어제 오전에 잠시...

 

나의 20대는 사실 ‘친구 수집 기간’이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당시에 하도 많아서 친구 주소록을 작성했었다.

이 카테고리에서 몇 십 명, 저 카테고리에서 또 몇십 명.

막걸리 집에서 만든 인연들 몇십 명.

마제파 같은 클래식 카페에서 만든 몇십 명.

군대에서 만든 몇십 명.

심지어 버스정류장이나 전철 정거장에서 만든 몇십 명에 길바닥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각 카테고리 별로 참 다양했었다.

남녀를 안 가렸고, 나이를 안 가렸고, 학력도 안 가렸다.

국적? 그것도 당연히 안 가렸다.

 

 

그러다가 30대에 접어드니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친구는 양도 중요하지만 질이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아마 삶에 대한 변별력이 생긴다는 말일 것이다.

그건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우위에 두기 시작한다는 말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럴까?

30대는 왜 그럴까?

 

 

직업을 갖게 되고,

돈을 벌게 되면서 가족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계산적인 인맥이 늘어나고,

일에 치이고,

관계에 치이다 보니 지치게 된다.

이어서 산다는 게 벅찬 일이란 걸 실감하게 되고.

그러니... 인간관계도 양보다는 질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있는 관계들을 지키기에도 벅찬 마당에

새로운 관계를 만들 엄두나 날까? 하는.

 

그렇게 세상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변별력이 생기기 시작하니,

그러면서 삶이란 것이 지치고 벅찬 그 무엇으로 느껴지니...

정신적, 심리적 편안함을 우위에 두기 시작하고,

그건 곧 행복하고, 심리적으로 편안해지고,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쪽으로,

그런 상태로 삶의 방향을 틀고 싶어질 것이다.

30대에는 말이다.

 

 

어제 서울역사박물관 뜰...잠깐 머물다...

그런데 현대 문명은 물질이 모든 것의 다인 듯한 

물질 일원론적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 그게...고도화도 너무 고도화되는 듯하다.

이 고도화!

무섭다.

오르다 오르다 보면?

내려갈 일만.

살다 살다 보면

죽을 날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아, 삶의 무거움이여!

패러독스?

 

그런 관계 속에서 열공이 아닌 ‘열생’ 하다 보면

어느 날 불현듯...

그냥 과거부터 쭉 알던 관계라서,

아니면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이...

이 인간 또는 인간들과 계속 형식적인 친교를 해야 하나?

엘리베이터 걸처럼 진정성 없는 미소를 지어야 하나?

이렇게 형식을 위한 형식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내가 왜 사나?

이런 무미건조한 친절과 가면과도 같은 미소를 위해서...

인생은 본래 그런 건가?

지치기 시작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전시물 중, 어제 오전에 잠시...

그때 등장하는 구세주가 바로 친구 또는 친구들, 

아니 진정한 친구관계다.

난 그랬다.

스타트업이 몇 개만 남듯이,

4기 암 내 인생을 다 정리하고 정리하다 보니

아이폰 몇 개와 맥북 두 개만 남듯이,

20대 적 친구들, 30대 초반의 친구들...

그렇게 떼거지만큼 많았던 관계들 속에서 

몇 개만 살아남았다.

어제 그 커플이 그들 중 하나다.

너무도 소중한.

 

그런데 왜 그렇게 절친이…

왜 그렇게 소중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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