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5일 전부터 내 사진이 공적인 장소에 상시 게시되고 있다.
난 암 진단 후 잠깐을 제외하고 내 사진을 노출한 적이 없다.
개인정보를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이유가 더 컸다.
얼굴을 보여야만 하는 이러저러한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었다.
방송이나 병원의 소식지나 암 환자 대상 투병 모임 등에서.
그리고 몇몇 소규모 단체에서도 참여를 권했었다.
지금도 그렇고.
언젠가 몇 번,
소중한 몇몇 블로그 이웃님 몇분들께서 오프 모임에 초대하신 적도 있고,
내가 치료받는 곳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신 분들은 계셨고, 지금도 계시다.
그러나 다 정중히 사양했었다.
그러다가 이 조그만 공동체, 사실 조그맣다고 하는 건 무리 인지도 모르겠다,
30,000명이 넘는 구성원이 있으니,
이 공동체의 공적 조직에서도 여러 번 참여를 요청받았었다.
역시 번번이, 그리고 정중히 사양하기를 여러 번!
그때마다의 나의 변명은,
“배운 것도, 아는 것도, 가진 것도 보잘것없는 제가...”
“저보다 훌륭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신데...”
사실 내가 속한 이 조직, 내 자산으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배움은? 석박사는 난리가 아니고, 우리 옆집만 해도 하버 무슨 대학 의대 부교수다.
더더군다나 난 치명적 병의 마지막 직전 단계...
더 중요한 이유는...
명예나 권위라는 건, 그런류의 것들은...
남이 만드는 것이라서...
부질 없기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보다 못하다는...
나의 믿음!
그러다 그러다,
“이번엔 좀 색다른 걸 해볼까?!”
아니면,
“지역 대표성인데,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못 배운 사람에게도 그들의 대표자가 있어야 할 게 아니냐, 부나 배움은 상대적인 개 아닌가...”
하는, 그런 맘도 좀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한 분은 23억 시세의 아파트에 거주하시는데, 그 옆의 옆의 구역이 재개발되면서 권리처분이란 걸 한다는데... 이번에 32평짜리 하나, 24평짜리 하나에 상가가 하나 나오는 거로 처분받았다네. 그거 다하면 이 동네 시세로 대략 45억쯤 할 거니, 그 23억 집 잘난 체도 이제 끝이야!”
라는 말이 며칠 전부터 수군수군...
또, 어떤 이는 전세로 6억에 24평 아파트에 사는데, 이분은 같은 24평 자가 소유자에겐 너무 초라... 하지만 딴 동네 3억 짜리 아파트보다는 부자. 참으로 상대적! 그래서 나는 상견례 자리에서 말했다.
“난 가난한 사람들보다는 부자고, 부자들보다는 가난합니다. 우리 동네 도 그럴 겁니다. 저는 가난한 주만들 대표로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또,
“덜 배운 사람보다는 많이 알고, 더 배운 사람보다는 덜 압니다. 저는 그렇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덜 배운 주만들의 대표로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위촉식에서 기념사진 몇 장, 위촉장 전달식에서 유툽 실시간 중계. 그러더니 각종 중계 sns 실시간 중계... 그렇게 얼굴이 팔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사진을 제출하라고 하기 시작했다.
“뭐 별거라고!”라고 하며 거절했더니... 강행규정이란다. 그러니 선택은 둘 중 하나!
사퇴!
제출!
“애들 장난도 아니고... 위촉장에 선서에... 그런지 3개월도 안 돼 사퇴?”
그건 아닌 거 같아 사진을 제출했다. 그랬더니... 5일 전부터 이 보잘것없는 얼굴이 출입구 눈높이에 떡하니 걸렸더라는...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그동안 살아있다면, 365일 24시간... 쭉 밉상이 팔리게 됐다. 내, 참...
“이왕 이리 된 거 블로그에도 사진 좀 올려? “
게다가 그 46번을 감싸던 그러나 괴사 해버린 턱뼈가 전이가 아니다!라는 기쁜 소식을 또 며칠 전에 들었다. 그쯤 되니... 이런 결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흐음... 인생 재탄생이군... 에라, 그래, 이제는 안 해본 것들을 해보자. 덤으로 받은 생! 그래 안 해 본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 이제는 그런 것들 실컷 해보자!”
그래서 만든 사치 한 장!
열심으로 마일리지 쌓아 아프리카 사막 여행 한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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