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 교수님은 한 가지 협박(?), 아니 경고를 잊지 않으셨다.
“구강 관련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되는 상태가 유지되면 나중에 보톡스를 써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보톡스, 우리는 보통 미용을 위해 쓰는 거로 알잖아요? 하지만 그게 저작근의 지나친 긴장을 막아주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우리 치과에서도 씁니다. 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한 번의 주사로 끝나는 게 아니란 겁니다. 주기적으로 사용하셔야 합니다. 물론 현재의 상태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난 지금도 지나치게 많은 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라서 더는... 솔직히 싫다. 우선 독극물 수준의 표적항암제를 쓴다. 그 항암제의 오랜 기간 사용으로 갑상선 호르몬이 거의 제로다. 그를 위해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한다. 그런데 그 갑상선 호르몬 약은 각종 피부 트러블을 만들어낸다. 이번 피부과 협진에서 그게 이슈가 됐었다. 더 심해지면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종류의 약도 먹고 있다. 2014년에 찾아온 허혈성뇌졸증! 그로 인해 플라빅스 같은 혈전용해제와 고지혈증 약을 먹고 있다. 모두 합해서 4가지나 된다.
거기에 항암제 부작용인 설사, 하루에 심할 경우 7~8씩 하는 그것, 사람 미치게 만든다. 그것 땜 사람 만나기도 겁날 정도다. 그러니 그런 사회생활이 예정된 날엔 항암제를 2/3로 조절하고, 식후 지사제를 먹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사제라는 약이 추가되는 대신에 항암제의 용량이 줄어드는 건 그나마 좀 남는 장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함정 하나! 지사제도 지사제 나름. 내가 먹는 지사제는 개미 눈물만큼 만으로도 이틀 변비다. 어제 설사 7~8번, 낼 그리고 모레 변비….멘탈 붕괴 ㅋㅋ
그런 약들은 필연적으로 간에 무리를 가져올 건 뻔한 이치다. 간에 힘겨운 역할이 주어지면 당연히 간세포들이 파괴될 것이다. 그게 반복되면 간경화 같은 원치 않는 결과가 올는지 모른다.
거기에다가 3개월마다 찍는 고농도 방사선 검사인 CT 촬영과 그를 위한 조영제 사용, 그리고 그 뒤를 바짝 따라오는 중증 이상의 부작용... 첩첩산중이다.
그런 것들로도 부족해서 보톡스까지? 오, 노! 다. 그러니 암환자에겐 치아관리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먹는 재미를 위해, 그리고 삶의 질을 위해. 그러기 위해선 만성치주염 같은 지독한 이웃을 두면 안 될 일이다.
이 새로이 인연을 맺기 시작한 치과 교수님은 치주염에 대한 증상과 예방법, 치료법을 말씀해 주셨다. 겨우 두 번 밖에 뵙지 않은 교수님이지만 참 귀한 은혜를 입고 있다. 직전 교수님이 우락부락 인상, 부드러운 심성이라면 이번 교수님은 부드러운 인상, 터프하고 직관적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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