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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구강 건강, 암 환자 치과

다시 치과진료 2-덜 씹고 저작근 텐션을 풀고 눈웃음 치기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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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치과 교수님은 말씀하시길,
“씹으실 때 힘을 주시나요?”
“예.”
“오래 씹으시나요?”
“네”
“얼마나?”
“대략 120번에서 150번요.”
“식사 내네요?”
“아니요. 한 숟갈요.”

난 한 숟갈 입에 집어넣으면 보통 그렇게 씹는다. 우리 식구들이랑 같이 식탁에 앉았을 때 난 나머지 식구들의 식사량의 반이다. 대신 반찬은 두 배다. 그들이 식탁에서 일어나고도 난 한참을 더 있어야 식사가 끝난다. 보통 30~40분 정도 걸린다.

미국 보스턴 친구랑 청주로 여행 가서 어느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야, 립(내 영어 닉) 너한테 궁금한 것. 몇 번 씹냐?”
“몰라.”
“내가 한 번 세볼게.”
“별...”
“야~ 130번!”
그래서 알게 됐었다. 그 친구가 나한테 지 것도 세 달라했다. 그 친구는 20번이었다.

그 치과 교수님은 이어서 물으셨다.
“쎄게 씹으시나요?”
“교수님. 쎄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편입니다. 확실한 건 꼭꼭 씹어요.”
“그럼, 쎄게 오래 씹으시는 거네요?”
“글쎄요.... 그런가요, 교수님?”
“예. 제가 좀 씹는 강도를 체크해보겠습니다.”

그 교수님은 핀셋에 뭔가를 물린 후 내 이빨들 위에 올리신 후,
“딱딱딱 해보세요!”
라고 몇 번 하신 후,
“예 강도가 높네요. 그래서 어금니가 많이 닮으셨군요. 또 인대도 늘어났고요. 탄력성이 별로입니다.”
“그런가요, 교수님?”
“네. 앞으론 좀 덜 씹으세요. 그리고 힘도 덜 주셔서 씹으시고요.”

난 거기서 끝내실 줄 알았다. 그런데 나한테 입을 꼭 다물고 있냐고 물으셨다. 난 그런 편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치안 건강에 더 안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내 나이를 체크하셨다. 그리곤,
“아직 젊으시니, 앞으로도 한 50년은 더 쓰셔야 하실 테니까요.”
“하! 제가 젊어요? 그리고 다 아시면서... 제가 4기에 이것저것 떼낸 상태잖아요?”
“그래도 겉으론 안 그렇게 보이셔요.”
“교수님, 참 덕담도... 참, 내...”
그래서 내 나이가 또 젊은 줄 알게 됐다. 사실 안 젊은데...ㅎㅎ

교수님은 말씀을 이어갔다. 입을 꽉 물고, 입술을 꾹 닫고 있으면 근육이 긴장한단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어금니에 압박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 또 잇몸에도 압력이 가해지고, 그렇게 연쇄반응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셨다.

 


“웃으세요!”
“예? 저 잘 웃는 편인데요.”
“아니요. 늘 눈웃음치듯 웃으세요. 입꼬리가 사알짝 올라가게요.”
“이렇게요?”
“아! 좋아요.”
“그리고 입술은 약간 벌리세요.”
“이렇게요?”
“네. 바로 그거예요. 왜 릴랙스 할 때 그런 그런 기분 있잖아요? 그렇게 릴랙스 하시면서 엷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입술 사이를 약간 띄우고, 그렇게요.”
“아, 원리가 뭔가요, 교수님?”
“예. 그럼 저작근에 텐션이 안 갑니다.”

왼쪽 빨간원은 저작근, 오른쪽 파란원은 문제의 고름 투성이 이빨 부분


사실 난 암 진단 전만 해도 눈웃음치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잘 웃고 그랬었다. 하지만 암 진단 후엔 그게 안 그랬었나 보다. 나름 푼수처럼 웃으며 스트레스 안 받으며 편하게 살자고 각오를 하고 또 했었지만... 사실은 내면에서 많이 긴장했었던 가 보다. 과학은 거짓말을 안 하나 보다. 그래도 좀 안 믿어진다. 나... 맨날 웃는 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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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번 진료에서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1. 온몸의, 특히 어깨의 텐션을 풀고, 입술을 약간 벌리고, 가볍게 웃자
2. 100번 정도로 적당히 씹고, 좀 부드러운 먹거리로 약하게 씹자.

난 진료실을 나오기 전, 몇 달 전부터 예약한 남들 순서에 새치기한 것 아니냐며 여쭸다. 왜냐면 속성으로 진료가 잡혔고, 10일 간격으로 세 번이나 잡혔고, 또 40분이 넘게 진료에, 치료에, 대화까지 하고 나오니 미안한 마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교수님 답,
“운이 좋으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따지지 마시고요. 하하”
“아, 예!”

치과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 교수님은 한 가지 협박(?), 아니 경고를 잊지 않으셨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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