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에 걸린 후로 가만있었다. 가만있다 보니 더웠다. 난 고온다습에 알레르기가 있다. 고등학교 때 페니실린 주사 한 방에 인생이 바꿨다.
반응 검사 안 하고 찌른 주삿바늘에 내 인생이 바뀔 줄 몰랐다. 아주 미세한 것들로 이루어진 듯한 인생사, 그런 인생사들이 만나서 만드는 세상사... 어쨌든 페니실린 부작용에 체질이 완전히 뒤바꿨다. 더위 알레르기, 높은 습도에 대한 알레르기, 폐소 공포증 비슷한 심리적 반응 등. 문제는 그게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FDG 주사를 맞은 후 룸에 들어가니 숨이 꽉 막혔다. 세상에! 히터가 켜져 있었다. 이건 최악이다. 7부 검사복에 히터라! 그 수간호사 샘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 일반적으로, 그리고 남들한테는 그럴지 모르지만, 이런 조합은 내게 치명적이다. 그분은 내가 첨 볼 때부터 연세 드신 분들께 막말은 물론 면박도 아무렇지 않게 주고 있었다. 아주 불친절한 편에 속했다.
결국 난 히터를 꺼달라 부탁했고 직원분이 부랴부랴 와서 껐다. 그제야 분위기가 꽤 쾌적해졌다. 그 쾌적함은 잠을 불러왔다. 잠결에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천장에서 났다. 잠이 깊어 한참을 잔 듯했지만 10~15분이었다. 그래도 꿀잠이었다.
그 방은 어쨌든 미니 감옥 같았다. 1인용 침대, 히터, 세면대... 등이 그렇다는 게 아니다. CCTV가 있고, 스피커가 있고, 마이크가 있다. 좋게 말하면 안정실, 나쁘게 말하면 셀이다.
직원들의 서비스만 생각한다면 촬영실이 최고였다. 말투와 자세가 그렇다는 뜻이다. 역시 리셉션 쪽 그 불량 서비스 직원의 말이 틀렸다. 촬영실도 전혀 안 추었다, 내게는. 춥고 덥고는 어느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걸 그분께서 아시면 좋을 텐데...
펫시티 기계는 내겐 진짜 감옥이다. 대기실이 나름 아늑한 감옥이라면 촬영 기계 위의 삶은 독방이었다.
일단 머리를 못 움직인다. 머리가 놓이는 부분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었다. 다음으로 가슴팍을 묶는다. 거기에 더해 양팔과 양손을 결박하듯 옆구리에 밀착시킨다. 그리고 역시 꽁꽁 묶는다.
다음은? 베드가 위로 올라온다. 원통 또는 도넛 모양 기계 속으로 몸뚱이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눈? 눈은 감으라고 한다. 하기야 고농도, 고선량 방사선이 온몸을 훑는 중에 얼굴, 특히 눈도 샤워시킬 게 뻔하니 말이다.
그렇게 30~40분을 참아야 한다. 폐소 공포증 있는 사람에겐 더 끔찍한 경험이 될 듯하다. 내가 검사 도중 하도 궁금해서, 이번뿐이 아니지만, 살포시 눈을 떠봤는데... 허걱 눈 바로 위가 도넛 원통의 상단부다.
자, 머리가 고정됐다, 팔과 가슴팍이 고정됐다, 다리를 움직이면 안 된다, 얼굴이 원통과 붙어있다시피 한다. 그대로 방사선 샤워 속에 몸을 맡기고, 온몸을, 30~40분 기다린다. 오~마이 갓!!!
결과가 궁금하다. 무슨 결과가 나올까? 다리 하나는 제대로 건사했으면 좋겠다. 뭐 또 어떤 조치를 한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4기 진행성 암환자로 12년 , 뭐 그리 원통해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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