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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방사선, CT, PET, PET-CT, MRI, 뼈스캔, 조영제

암 생존율 높이기_다리뼈 절단 랑데부 공포에 PET-CT를 찍었건만

by 힐링미소 웃자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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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교수님을 뵙기 전에 어김없이 설명간호사 샘을 뵀다. 이번이 몇 번째 샘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세 번째 병원에서만 11년이 다 돼간다. 그간 주치의 교수님은 다행스럽게도 그대로이시다. 하지만 설명간호사 샘은 4번째다. 한분은 출산휴가라더니 영영 보지 못하고 있다. 그 후로 서글서글 샘, 그 후로 깍쟁이 샘, 이제는 털털한 샘이다.

참 고단한 일 같다는 생각이다. 그분들의 역할이란 게 암 환자들 대상 수술, 수술 후유증, 항암제, 항암제 후유증, 그로 인한 항암제 바꾸기 등, 하나같이 우울한 내용들 뿐이다.

거기다가 환자 한 명만 이 설명간호사 샘 방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99%!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 동반 입장은 기본이다. 거기에 아들 딸, 사위, 며느리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나야 거의 대부분 혼자였고, 이다. 99% 정도. 어쨌든 그분들이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일단 영상에는 고관절까지만 나왔다는 말, 그래서 허벅지 아래로는 안 나왔다는 말. 양쪽 폐 암덩어리들도 안녕하시다는 말... 결국 특별한 일이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 나는 다리의 통증이 특별하다고,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건만,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역시 디테일은 주치의 교수님 뵈라는 말로 끝났다. 나도 이분으로부터는 더 자세한 결과를 들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웃으며, 조크로 마감하며 나왔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어서 오세요!”
“......”
“항상 관리를 잘하시니 뭐...”
“다 교수님 덕분이지요. 교수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제가 뭘... 환자분께서 잘 관리하셔서 그렇지요.”

의례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난 좀 피곤했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나의 주치의 교수님께도 부담을 덜 드리고 싶었다. 그분께서는 정기진료 후 한 달도 안돼 PET-CT 검사 처방을 내려주셨고, 내 얼굴을 다시 볼 시간을 내주셨다. 내가 빨리 병실을 나가 주는 게 그 교수님께 감사의 표시가 될 수도 있을뿐더러 그분께 잠깐의 휴식이나마 드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면서...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여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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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제가 다리가 아파서 PET-CT 검사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런데 허벅지 상단만 나왔습니다.”
“그래요?”
“네. 그래서 제가 통증을 느끼는 무릎과 그 윗부분에 대한 상태를 알 수가 없답니다.”
“아... 그게, PET-CT 검사가 허벅지까지만 나옵니다.”
“그래요?”
“네. 그게 그 밑에는 방사선의 문제도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정형외과에서는 교수님께서 오더에 노트를 하셨어야 영상 파트 쪽에서 다리 전체를 찍었을 거란 말이 있었습니다.”
“......”
“교수님께서 그런 노트를 안 주셔서 안 찍었다는 뜻이랍니다.”
“휴우...”
“그래서 정형외과에서 MRI 검사를 처방해서 9월에 찍기로 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분이나 나나 좀 껄끄러운 대화였다. 하지만 반드시 나눴어야 했던 대화였다. 왜? 랑데부가 따로 없었으니 말이다. 2016년이 딱 이랬었다. 비슷한 통증, 비슷한 PET-CT 검사, 비슷한 PET-CT 검사 범위, 이상 없음.

그러나 그 뒤 얼마 안 돼서 일어난 일이 무엇이었던가! 골수를 다 파먹은 육종성 변이, 뼈의 가장 바깥 부분인 피질을 0. 몇 미리 남겨놓고 파먹은 상태, 골절이 언제 일어나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태. 조금만 더 늦게 발견했더라면... 곧 부러지고, 암세포들이 근육으로 흘러들어 가고... 아주 끔찍했을 경험. 결국은? 결국은... 그 후로 절단. 절단 후 이식... 장애인...

스마트 환자의 경계를 생각해본다. 요구사항의 한계를 생각해 본다. 독보적이라 평가받는다 한들 의사 선생님들도 인간이란 걸 다시 깨닫는다. 그리고 의사가 직업이란 것도 다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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