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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동네 유지 모임에 꼽싸리 낀 4기 암 환자-반기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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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회의에서 심각한 반란이 있었다. 임원 한 명이 회의 중에 마른하늘에 번개 치듯 책상을 꽝! 하며 박차고 일어났다. 어찌나 강도가 쌨던지 태풍에, 해일에... 바닷가였었다면 바닷물이 다 뒤집힐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 탁자 위에 놓여있던 컵들이 흔들리며 그 안의 물이 튕겨 올랐다.  내 책상도 들썩들썩했다. 눈들이 다 휘둥그레졌다. 


"당신 말이야! 어디서 그따위 짓거리들을 배워 처먹은 거야?”
“......”
그렇게 말한 분은 60 대 중반, 그 말의 목적지에 해당하는 분은 1년 후면 60.
“어디 의자를 모셔다 회장 엉덩이 밑에 받쳐주고 말야. 그 엉덩이가 금딱지야! 그런 짓은 당신 남편한테나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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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쥐구멍이 어디냐? 하는 주눅들은 눈길들을, 어떤 이들은 누가누가 큰 눈을 가졌나? 경쟁하는 듯이 옆 사람을 보며 왕방울  눈 만들기를, 어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난 볼거리다!라는 듯 흥미로운 눈동자들을,  또 다른 몇몇은 테니스나 탁구 경기에서 주고받는 빠른 공을 따라가는 듯한  정신없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눈동자들을... 그 두 주인공들을 향해서 보내는 그렇게 다양한 눈길들의 경연장 같았다.  


“그리고 말이야, 회의에 임했으면 진지하고,  경청하고, 성실히 임해야지 말이야... 왔다 갔다 하고 말이야, 내내 전화질이나 하고 말이야. 아니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회의를 할 거라고 공지한 게 도대체 언제야 말이냐!”
“......”
“그럼 다 조치해놓고, 이 시간엔 전화질 해댈 일이 없게 해야지 말야. 자질들이 개판이야.’
“......”

내가 꼽싸리 낀 회의란 게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을 목적으로 올해부터 정식으로 출범의 닻을 올렸다. 물론 시범적으로 시작한 몇몇 지역에서 이 회의가, 지난 2년 동안, 이미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거의 전면적이다, 전국적으로. 

난 올 초부터... 첨 합류했다. 3만 명이 넘는 내가 사는 동의 인구 중에서 뽑힌 이 몇십 명 되는 위원들이 하나같이 자칭 타칭 유지들이다. 나만 빼놓고. 난 애초부터 여기에 낄 주제가 아녔었다. 그 유지급들과 비교해 내가 가진 재산은 명함도 못 내밀 문간방 삯을 세 형편에, 배운 것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무상교육 정도를 발버둥 치며 겨우겨우 끝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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