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포스팅한 IT 디바이스에 대한 몇 개의 쪽지를 받았다.
쪽지 하나,
“웃자님 부자네요.”
웃자(-SoulDorado),
“넹. 부자에 비해 가난하고, 가난한 사람에 비해 부자입니다.
저는 상대적으로 부유하기도, 상대적으로 가난하기도 합니다.”
종부세 1년에 29만 원 이상 납부하는 사람들이 전 인구의 대략 0.7%라고 합니다. 종부세를 내려면 아파트 가격이 9억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전 인구의 대략 0.7%만이 그 리그에 합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거기에 속하지 않습니다. 아파트에 살지도 않고요, 9억 이상도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참 부자가 많은 나라라고 합니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만약 6~8억 하는 아파트에 산다면, 전 세계 인구로 환산했을 때, 상위 1%의 부자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저는 여기에서도 빠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가난한 축에 끼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더 말할 게 없지요. 대략 8억 5천여만여 명이 하루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칼로리, 에너지, 또는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약 8억여 명이 오염된 물, 정수도 안되고, 소독도 안 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전 울트라 럭셔리하게 삽니다.
쪽지 둘, 웃자 님은 돈이 얼마나 많으시길래 그렇게 비싼 편에 속하는 애플 기기가 많으세요?
웃자, 예. 저는 애플 기기가 많습니다.
첫째, 저는 한 번 사면 안 팝니다. 그래서 많습니다. 일종의 저장중독증 내지는 개인 정보 과대 민감증이라서 일지도 모릅니다. 유독 애플 기기에 대해서만 그러긴 합니다만...
둘, 저는 대부분 정가를 주고 사지 않습니다. 딱 두 개만 정가를 주고 샀습니다.
첫 번째 아이패드인 아이패드 2세대, 2011년 3월 2일에 발표된 기기입니다. 이것은 제 돈 주고 샀습니다.
두 번째 아이패드인 미니 2세대는 생일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러니 제 돈으로 산 게 아닙니다.
세 번째가 아이패드 미니 4세대 2대인데, 이것들은 각각 8만 원씩 주고 샀습니다. 용량은 16기가 와이파이 버전입니다. 판매가 중단된 후 전시용품만 찾아서 샀습니다. 이러려면 전화질에 발품에 바지런하고 도에 번쩍 서에 번쩍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만져보고, 시연해보고 한 제품들이라서 생활 스크래치도 많고, 화면도 삐까번쩍은 아닙니다. 최악은 배터리가 대부분 80%대 수준입니다. 당연히 픽셀 한두 개는 나간 것들입니다. 대신 구입 후 최대한 빨리 애플 센터에서 점검 및 수리를 요청합니다. 그래서 수리 내지는 리퍼비쉬로 교환받습니다. 이 리퍼비쉬는 애플 최고의 기술자들이 점검하고 부픔을 새것들로 교체한 것들이니... 거의 새 제품에 비할 바 아닙니다.
네 번째가 아이패드 9.7인치입니다. 이건 중고거래로 유명한 크레이그스리스트, craiglist, 를 통해서 샀습니다. 출시 3개월 만에 60% 가격에 산 겁니다. 중딩 인강용으로 잘 쓰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가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 2세대입니다. 이건 하이마트 전시품으로 역시 진열품이 가질 수 있는 최악의 조건들은 다 갖고 있었습니다. 생활 스크래치에, 배터리 소모에, 뿌연 화면에... 하지만 리퍼비쉬로 바꿨습니다. 64기가를 40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이건 샛별 코로나 인강용으로 사용 중입니다.
6번째가 아이패드 미니 5세대입니다. 이것 물건입니다. 셀룰러 버전으로 샀는데, 쿠팡에서 출시 직후 18% 할인된 가격에 샀습니다. 제가 애지중지하는 물건입니다. 게딱지만하지만 성능은 울트라 레이싱 머신입니다. 맥북 12인치 보조 디스플레이, sidebar로 이용 중입니다. 블로그용 사진, 그림을 편집하는데 최곱니다.
일곱 번째가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 2세대 64기가입니다. 이건 42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전시품이며 3세대 나온 직 후에 샀습니다. 픽셀 하나가 나갔습니다. 배터리 소모도 있고요. 하지만 100만 원이 넘는 신제품에 비하면 반값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이것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용도도 제각각입니다.
2세대 아이패드. 아직 쌩쌩. 하지만 투박하고 무거움. 멀티미디어 소비용. 주로 뉴스나 영화 시청용.
아이패드 미니 2세대. 하나는 샛별 인강용 서브. 또 다른 하나는 중학생 eBook 용.
아이패드 9.7인치. 중딩 코로나 인강용
미니 5세대. 내 돈벌이 및 필기 및 eBook용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2세대. 샛별 코로나 인강 메인용.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 내 돈벌이 트레이딩 및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및 프레젠테이션용
8대 모두 합해서 100만 원 쫌 넘게 든 듯합니다. 대략 10년 동안에요. 하지만 아이패드 한 대 없는 사람들 수두룩할 겁니다. 그들에 비하면 부자입니다. 하지만 이번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와이파이 버전 신형 한 대가 백만 원에 육박한 999,000원에 쿠팡에서 사전 예약 중입니다. 그런 고가품 사는 분들에 비하면 전 가난합니다.
문제는 전 비교를 안 합니다. 제 삶이 세상에서 하나뿐인데, 누구의 삶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물질적 풍요로움에 대한 기준이, 잣대 자체가 다른데 어떻게 물질적으로 남들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4기 암으로 콩팥 하나 모두, 폐 반쪽의 반, 가장 굵은 종아리뼈 한 토막, 이제는 턱뼈? 그렇게 잘라내고도 11년이 다 되도록 살아 있는 데, 그것만으로 감지덕지인데... 뭔 부자 축에 드니. 가난한 축에 드니... 아파트에 사니 단독에 사니... 내 집에 사니, 남 집에 사니... 그럴 팔자나 되겠습니까?
이 글 쓰는 순간 기준, 올해 들어 벌써 340여만 명이 암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는데... 살아 있는 것만도 어딥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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