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색도 내 눈으로 보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들만, 또는 색의 기준이란 게 겨우 ‘빨주노초파남보’처럼 대부분 그렇고 그런 종류의 색깔들이 존재하는... 그런 게 색의 대부분이라고 믿었었다.
그러나 나의 천박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그쪽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인간이 구별할 수 있는 색이 놀랍게도 대략 500만 개나 된다는 걸 알았다. 색에 대한 나의 형편없는 인식이 깨졌다.
짭짤한 부수입은?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또 내 눈으로 보이고, 내가 구별할 수 있는 색의 가짓수가 얼마나 빈약하고 형편없이 초라했었냐! 는 것.
거기서 더 나가 내가 보고 판단했던 세상이 얼마나 단조로운 색상을 가진 세상이었는지... 그러니 세상이 흑과 백, 청과 적색으로만 보였다 하더라도 이상할 게 아니었다.
문제는 색깔만 그렇게 봤으면 다행인데... 세상만사를 혹시 흑백논리라는 아주 단순한 시각으로만 봤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더 나아가 그런 잣대로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지나 않았는지...... 내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나를 좋아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싫어하는 거라거나, 내 편이거나 아니면 적이거나, 진보 아니면 보수, 보수 아니면 진보, 옳거나 그르거나......
더 놀라운 일은, 내게, 인간이 맡을 수 있는 냄새의 가짓수가 자그마치 1조! 1조 개의 냄새를 맡고, 구별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인생을 헛살아도 너무 헛살았다는 생각이다. 이 냄새가 내 삶에 왜 중요하냐면?
내가 무언가를, 사람이건 물건이건, 짐승이건, 무생물이건... 싫어하면 그에 합당한 물질을 풍긴다고 한다. 인간에게 냄새를 풍기는 가장 돋보이는 곳이 겨드랑이라고 한다. 문제? 는 이 겨드랑이 냄새는 사람에 따라 향기로울 수도, 역겨울 수도 있다고 한다. 같은 냄새처럼 여겨지나 대상에 따라 다른 냄새를 풍기기도 하고, 다르게 맡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사람마다 이 겨드랑이 냄새가 다 다르다고 하니... 이게 세상은 참 요지경 같다는 생각이다.
싫으면 싫어할 물질을 분비한다! 의 대표적인 예가 개라고 한다. 냄새 맡기 귀신인 개! 그런데 사실은 인간의 후각 능력이 개 보다 뛰어나다고 하는데... 인간은 본능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애써 무시하거나 본질? 진리?를 부정하면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만약 저 개가 싫다!라고 느끼면 그에 합당한 물질을 분비하기 시작하는데... 본능에 충실한 냄새 귀신인 개가 즉시 알아차리고는 공격 태세를 완비한다고 한다. 으르렁 대고, 공격적 방어 자세를 취하고. 왜? 냄새로 볼 때 자기를 싫어하는 걸 넘어 공격할 거로 판단되니까......
핵심은 개를 싫어하는 나와 그걸 냄새를 통해 알아챈 으르렁대는 개와의 긴장관계가 아니라…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이슈가 된다는 것. 좋아하면 좋은 물질을 분비하고 그 향기 또는 냄새가 상대방에게 전달돼 사랑의 스파크가 뛰어 러브러브, 럽 미 럽 미, 러뷰 러뷰 해서 화기애애, 긍정과 뜨거운 에너지가 용솟음친다는데... 긍정의 관계!
문제는 그렇지 않은 상대! 만사 부정적, 만사 신경질적, 만사 우울, 만사 자기중심적, 만사 자기감정 우선적... 이런 사람을 만나면 그 또는 그녀의 그런 안 좋은 분위기, 즉 발산된 물질이 내게 영향을 준다는 건데... 소위 감정이입!
남에게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선한 긍정의 냄새를 풍기지는 못할 망정... 절대로 우울, 부정적, 신경질적, 분열적... 과 같은 선하지 못한 냄새를 풍겨, 선하지 못한 감정이입을 의도적으로 시도해서 물귀신처럼 상대방과 주변을 악몽의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내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나저나 본능에 비해 이성이, 촌에 비해 도시가, 자연에 비해 문명화된 게 진정 우월한 것일까?
도시에 사는 나는 복 받은 걸까?
내 서울살이 30여 년에 울트라 물질적 부자라면 이 첨단도시는 그야말로 낙원!
가진 것 없는 나! 라면 개발 안된 촌에서 사는 게 빈한한 서울쥐보다는 삶의 만족도가 높은 걸까!?
내가 여적 세상을 왜곡된 시각으로, 냄새를 맡으며 산 건 아니었을까?!
4 기암 환자가 참 별 생각을 다하네...
그나저나 하루라도 더 살려면 사람 가려서 곁에 가야겠다. 되도록 웃고 푼수 없는 사람 옆으로, 되도록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 옆으로... 비싼 항암제 먹으며 일부러 약효 없애는 우울, 부정, 신경질적, 히스테리적인 사람 곁으로 가서 만사 꽝!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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