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체크, 4기 암 환자 정기검사
오늘은 정기검사를 받았다. 혈액검사와 흉부 ct였다. 새로울 것 없는 검사였지만 결과에 따라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가 생긴다. 앞으로의 치료 방향 말이다. 특별한 일-직전과 다른 안 좋은 결과-이 없기를 바라는 맘은 거의 모든 4기 암 환자들의 소망일 것이다. (암 환자 아니고 4기 암 환우!)
혈액검사
혈액검사는 역시 4시간 금식이 전제였다. 주사기를 하도 많이 몸속에 찔러봐서 유별날 것도 없는 의례적인 일이 돼버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7 통이었다. 내가 첨 이 병원에서 피를 뽑힐 때 신입은 아마 10년 베테랑이 돼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책임자 한 명을 빼고는 없다. 다 어디로 간 걸까!
원발암을 담당하시는 교수님께서는 1년에 최소 4차례 혈액검사 처방을 내리신다. 그렇게 10년이 넘어가고 있으니 최소 280병의 피를 뽑혔다. 이 병원에서 정기검사용으로만. 수술 4번에, 타 과까지 하면? 혈액이 담긴 일반적인 검사용 병으로 500개는 되지 않았을까?
항암제에 의한 갑상선 기능 제로로 그쪽도 1년에 최소 2번씩 각각 4~5병을 요구한다. 뇌졸중 땜에도 정기적으로 혈액을 뽑고. 뇌졸중 땜 응급실행 후 입원 때도 뽑고...원발암 진료과도 어떤 땐 2개월이나 1개월마다 혈액검사 처방 내렸던 때들도 부지기수였고.
그런데도 주삿바늘이 꽂히는 그 팔뚝 그 혈관은 참 대단도 하다. 아직도 효용이 되어주니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피부가 찢겼다. 그냥 따끔~하며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오는 정도를 넘어선다.
흉부 CT검사
내가 젤 부담스러워하는 게 CT검사다. 이거 방사선 세례다. 3번째 병원인 이곳에서만도 최소 3개월에 한 번꼴로 방사선에 노출된다. 일반적인 흉부 CT검사 한 번에 10 전후의 밀리시바트가 내 몸 속으로 들어가며, 스치는 조직들의 분자구조를 파괴할 것이다. 1년이면 최소 40 밀리시바트, 10년이면 400 밀리시바트다.
2차 병원에서는 더 심했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검사 처방을 내렸었다. 그것도 뷔페식이었다. 흉부 CT, 복부, 뇌, 전신, PET, 뼈 스캔... 내 몸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그저 완전 방사선 저장소였다. 항암제 처방을 전혀 안 해줘서이기도 했지만 그 무자비한 방사선 노출이 싫어서 그 병원을 나왔다. 요즘 때때로 그 병원 앞을 지날 때가 있는데... 트라우마 그 자체다.
그러니 첫번째는 제끼고라서도 두 번째와 세 번째 병원에서 내 몸속으로 들어온 방사선의 양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양일 것이다. 원발암을 딛고 상대적으로 오래 생존하는 4기 암 환자들은 2 차암에 무자비하게 노출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대략 30% 정도의 암 장기생존자에서 2 차암이 발생한다고 한다. 100%가 아닌 게 당연하다. 대부분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니 그 30%에 못 낄 테니 말이다.
결국 암을 잡기 위해서 또다른 암을 탄생시키는 이치다. 대단한 아이러니다.
표적치료제 인라이타 피부 트러블
인라이타로 바꾸면서 젤 먼저 눈에 띄는 게 피부 트러블 부작용이다. 이건 필연이라고 한다. 항암피부과 교수님께서 그러셨다.
- 두피
- 등
- 가슴
- 허리
- 배
- 허벅지
- 발바닥
- 구강점막
- 식도
발생 부위도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증상도 가지가지다.
- 건조한 피부
- 굳은 살
- 뾰루지
- 두드러기
- 가려움
- 무름
- 트임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 상처나 흉터들이 안 없어진다는 거다. 항암제를 끊더라도 말이다.
하루를 더 살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액수가 참으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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