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앎/4기 암과 뇌졸중이 만나면

머리 속 두 개의 시한폭탄: 뇌졸중, 암 뇌전이

by 힐링미소 웃자 2023. 2. 23.
반응형

2014년 응급실 경험은 나에게 뇌졸중의 위험성에 대한 중요한 각성 계기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사라더니 정말 그랬었다.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뇌졸중 환자들은 극소수라 했다. 내가 응급실로 들어갔을 때 아무도 날 주목하지 않아서 놀랬다. 유리에 찔려 앰뷸런스를 타고 온 어느 어린아이를 돌보던 의사가 날 힐끔 쳐다봤을 뿐이었다. 급성뇌졸중 환자 중 나처럼 대접받은 환자는 아마 그 병원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 발로 걸어 들어가서 그랬을 것이다. 시급을 다투는 뇌졸중이라면 아무도 걸어서 응급실로 들어올 리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난 너무도 서운하고, 쾌씸하고, 화가 났다. 바듯이 응급실에 도착한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앉아있던 응급실 간이의자 옆 휴지통에 연신 구토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건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돌발적 이벤트였다. 그러면서 어지러움에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기 일보직전 상태까지 갔다. 그제야 그 방안에 있던 거의 모든 의료진들이 내게로 우르르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늦었지만 다행이었다.  

 

전형적인 문진을 받았다. 전형적인 초기검사도 받았다. 그려진 줄을 따라 한쪽 발로 걸어보라고 했다. 난 비틀비틀 곧 쓰러질 듯 위태로웠다. 이어서 미니 망치로 내 무릎관절을 두드려 반응을 봤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검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구토도 심했고, 기진맥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이 상하좌우로 빙글빙글 돌았다. 눈앞엔 아지랑이뿐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검사를 지속할 수 있었겠는가!

 

 

반응형

 

정도가 너무도 심한 나머지 지체 없이 MRI실로 옮겨졌다. 급하게, 덜컹대며 내달리는 바퀴 달린 침대 위, 난 내 정신이 아스라이 가늘어지고, 멀어져 가는 걸 느꼈다. 아... 이렇게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었다.

 

"어떻게 이런 상태인데...택시로?"

"뭐라고?"

"어. 이 분이 택시 타고 응급실 오셨대!"

"이런, 앰뷸런스를 타고 와도 부족할 판에!"

 

내 좌우에 있던 의료진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난 마저 듣질 못했다. 정신이 없고 모든 게 몽롱해져 가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내게 허혈성뇌졸중이 왔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