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바가지 쓰거나 손해 보는 지름길 중 최고는 예방 방지 노력의 결여, 두 번째는 서두름 내지는 여유 없음이다. 그다음이 두 곳 이상에서 비교하는 걸 생략하는 것이 그 마지막이다.
지난주에 자동차 선루프가 고장 났다. 주행 중 일어난 일이었다. 만약에 사전에 예방정비를 했었더라면 미연에 방지했을지도 모른다. 방지라는 건 먹구름 가득 기후 조건에서 선루프가 개방된 채 안 닫혀서 스트레스받는 일을 말한다. 차가 하도 오래된 연식이다 보니 어차피 고쳐야 하는 일이었다. 말이 20년이지...대부분은 폐차를 해도 벌써 했을 것이지만…
그런데 사실 그전부터 선루프 열고 닫힘이 자연스럽거나 부드럽지는 않았다. 뭔가 뻑뻑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정비업소를 들렸어야 했다. 난 이 차를 몰면서 올드카라는 사실을 한 번도 잊은 적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들은 예방정비를 했었다. 심지어 엔진의 상태까지 점검하면서. 타이어는 물론이고, 하체, 슈퍼차저... 그런데 아주 많이 열고 닫는 선루프를 점검하는 걸 빼먹었을뿐더러 이상징후가, 짧은 순간들이었으나, 있었음에도 무시했다.
결국,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 법칙을 무시했던 결과가 지난주에 돌발적인 일로 나타난 것이었다. 하인리히에 의하면 1:29:300 법칙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수백번의 거의 예비사고들과 수십 번의 경미한 사고 끝엔 큰 대형사고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걸 프랭크 버드와 로버트 로프터스가 더 발전시킨 게 1:10:30:600법칙이란다. '사망:경상:물적피해:아차사고'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다음이 서두름이다. 난 그 일이 있고 허등댔다. 차 실내가 비에 흠뻑 젖을 거라고 지레짐작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선루프 고장과 거의 동시에 내가 두 번이나 이용했던 선루프 전문점 사장님께 전화를 했었다. 그분께서는 가능한 원인과 대처법을 말씀하셨다. 대처법 중 하나가 차에 커버를 씌워서 화요일에 자기한테 오라는 것이었다. 그분께서는 지방에 가셨기에 서울엔 그때나 올라온다며.
내가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시커멓고, 이미 오잔에 많은 비가 왔었고, 지금은 소강상태나 큰 비가 오면 어쩌냐고 내가 걱덩했다, 그래/ㅆ더니 그럴 일 없단다. 일기예보도, 자기 팔다리 쑤시는 정도를 봐서도 비는 더 이상 안 올 거라고 했다. 난 맘이 안 놓였다, 서두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다 뒤졌다. 그러던 중 한 곳이 작업한다는 말을 들었다. 빨리 오면 고쳐주겠다고 했다.
난 너무도 기쁜 나머지 가격조차도 안 물어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내가 차에 관한한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난 엔진오일이나 각종 오일유는 가까운 곳에 가서 교체한다. 오일은 내가 가장 좋은 제품을 제일 싸게 하는 곳에서 사가서 공임만 주고 한다. 주요한 점검은 물론 공식센터나 명장급 메카닉들한테 가서 하지만. 그리고 어느 정도의 부품들은 아마존이나 이베이 또는 락오토에서 직수한다.
그런데 그날은 귀신에 홀린건지 가격도 안 물어보고 내달렸다. 그런데! 오늘 그 지방에 가셨던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엊그제 한 곳 보다 30%나 더 저렴했다. 그것도 정품 모터로 하는데도. 물론 엊그제 그곳도 정품에 이것저것 관련된 부가 서비스를 해주셨다. 또 급힌데 응급으로 봐주신 점 너무 감사한다, 하지만 30%는 좀 그렇다.
내가 그날 정신적 여유가 있었다면 두 사장님께 예상 견적을 뽑고 움직였을 것이다. 그 가격 차이를 인지하고 서비스를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차이가 아주 많이 난다. 그 가격차를 인지한 지금처럼 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분한 것보다는 배신감이 든다. 왜냐면 엊그제 그 사장님은 내게 진짜 싸게 해주는 것이라는 말을 묻지도 않았는데 하셨었기 때문이다.
'삶 > 늦을 때란 없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기 암 환자의 행복한 아침: 쌈밥, 고등어감자조림, 원두커피, 밥 짓기, 친구 생각 (0) | 2023.05.07 |
---|---|
4기 암 환자 앞에 나타나는 돌발적인 일: 성적 편향, 성적 푸시와 무례함 (0) | 2023.05.03 |
세상을 내 뜻대로 하기엔 참여자가 너무 많다 (0) | 2023.04.13 |
90세 넘으신 할아버지와 멀리 떠나는 20세 손녀 (0) | 2023.04.09 |
아마존 직구 특송 화주 직접 인수 (2) | 2023.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