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 방법은 무엇인가
"좋아요. 합시다!"
"감사합니다. 교수님이 제게 또다시 기회를 주시는군요!"
난 드디어 칼잡이 정형외과 교수님의 최종 허락을 받았다. 이분이 수술 못하시면 내 다리를 수술하실 분이 없음을 잘 알기에 그 감사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물론 속 깊은 말을 여기서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수술을 어떻게 하지...?"
그 교수님은 수술 결정을 하신 후에도 고민하고 계셨다. 왜 그러셨을까?
"이 수술의 경우, 일단 위아래 관절만 남기고 다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허벅지뼈를 다 들어내고 타이테늄으로 대체하고 기계를 다는 게..."
"티타늄요, 교수님?"
"네. 티타늄요. 그럼 고관절도 무릎관절도 인공관절을 하시게 됩니다."
"아!"
"이건 또 무슨 말인가?"라고 난 속으로 되뇌었다. "참 수술도 가지가지구나..."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여쭸다.
"허벅지뼈를 다 들어내고, 티타늄으로 대체한다고요? 그리고 기계를 단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
"아! 그건 좀. 교수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실 수 없으실까요? 이번엔 그냥 관절을 남기시고 얼로케이션으로 하시는 건? 제가 더 살아... 만약 또 재발한다면... 그때는..."
난,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이건 초대형 수술이 된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부분도 도려내야 한다. 게다가 기계란 뭘 말씀하시는 걸까? "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 참... 어떻게 한다...?"
교수님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계신듯했다. 한동안 한 손을 턱에 괴고 또 다른 손은 그 팔꿈치를 고인 채 날 보셨다. 난 눈만 껌뻑거릴 뿐 달리 할 뭐가 없었다. 그러길 대략 삼사 분, 긴 침묵이 끝난 후 옆에 있는 전공의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대략... 20? 아니 22cm 알아보고, "
"네!"
"지름은 xx로 해서 주문하고, 수술은..."
그쯤 해서 내가 다시 껴들었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얼마나 바쁘신 줄 압니다. 그리고 저보다 더 심하시고, 수술을 애타게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을 거란 걸 압니다만, "
"......"
"너무 크고, 통증이 심합니다. 자다가 깨기를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튀어나온 게 꼭 무슨 외계 생명체가 자라고 있는 것처럼 흉측하고... 이걸 하루에 몇 번이나 봐야 하고, 또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바지 위로도 괴상하게 튀어 오르고... 그러니 수술을 좀... 서둘러 주실 수 있으실는지... 그러면 정말..."
나의 구구절절 하소연을 묵묵히 듣고 계셨다. 그러다가,
"이 정도 뼈를 구하려면 최소 2, 3주 걸립니다."
"......"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알아두셔야 합니다."
"......"
"못 걸으실 수도 있습니다. 또 회복이 첨보다 엄청 느릴 수도 있습니다."
이 말씀을, 경고를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를 일이다. 그만큼 단단히 한 자락 까시려는 의도일 수도, 아니면 정말 그럴 경우를 대비하시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헷지? 그런 나의 사색을 방해라도 하실 요량인지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이 RCC란 게 참... 그렇습니다."
"......"
"이 투명신세포암이 얼마나 어렵냐면, 안 가는 데가 없고. 뭐 췌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제 환자 중에 이 RCC로 수술을 하도 많이 하셔서 더 할 데도 없으신데... 가진 거, 남은 거라고는 아파트 한 채 밖에 없으신 분인데, 하도 수술을 원하시니까.. 안 해준다고 하면 딴 병원으로 옮겨서라도 하시고. 그러니 그 부인되시는 분께서 날 보며 우시며 수술 거부해달라고 하셨는데, 하도 우기시니 어디선가 결국은 하셨답니다. 그러더니... 몇 달 후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제가 그런 경우인가요?"
"아, 아닙니다. 환자 분하고는 완전히 다른 경우입니다."
*이 포스팅 저의 또 다른 블로그 플랫폼인 blogspot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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