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표적항암제-를 시작한 이래로 한 사이클-4주-이 끝날 때마다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았다. CT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았다. 특히 전이암이 크게, 많이 밀집해 있다고 영상에 보이는 폐의 경우, 너무도 많은 CT 검사가 이뤄졌다. 이 ‘너무도’는 내 머리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협진이 이뤄졌던 다른 교수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떤 경우엔 한 사이클이 끝나고 한 번, 어떤 경우엔 두 사이클이 끝나고 한 번…. 그런 식이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4기 전이암 환자, 어차피 곧 죽을 거, 좀 많이 찍는다고 뭐 표나 나겠어? 둘째는, 약을 먹고 있으니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봐야 할게 아닌가? 그래야 비싼 약을 계속 써야 할지 말지를 결정할 게 아닌가? 셋째는, 많이 찍어서 병원 매출이나 올리자 등등. 하지만 첫째와 셋째는 그저 답답한 내가 내 멋대로 하는 생각이었을 뿐, 분명히 두 번째 이유에서 그랬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 해도 방사선이란 게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강력한 발암물질이라는데…….
맥시멈인 800밀리를 복용한 지 거의 반년이 되었을 때, 나의 몸무게는 7kg이 빠졌다. 나는 교수님께 극심한 부작용을 호소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루에 8번의 설사는 예사였다. 설사만이라면 어떻게든 참아보겠는데…. 무슨 손끝마다 쇠꼬챙이 골무를 끼고 위벽을 훑어내는 듯한 통증은 압권이었다. 그럴 때마다 내 몸은 동시에 영락없는 새우 모양이 되었다.
머리카락도 새하얗게 변했는데…. 이건 영락없는 70대나 80대 신선의 모양이 따로 없었다. 얼굴의 수염도 모두 흰색으로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온 몸의 털이란 털도 다 흰색으로 변했다. 이 모발의 변색은 피부 변색과 같이 왔다. 나중에 과학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안 것이지만 그게 당연하였다. 인간의 모발은 본래 흰색이라 한다. 하지만 피부를 통과하면서 색소에 염색되기 때문에 검은색이 되기도, 갈색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피부라는 조직의 활동이 젊음을 잃으면, 그 염색의 능력도 사라져, 모발 본래의 색인 하얀색으로 피부 밖으로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병원에서 의료진이 내게 설명하길, 표적항암제는 신생혈관을 억제한다고 했다. 그러니 한번 해보자는 뉘앙스다. 긍정은 최고의 항암제 그리고 뭔가 좋은 예감을 암시한다. 신생혈관은 암을 억제한다는 것이고, 그게 사실이라면 그 결과에 대한 좋은 예감이 기다린다는 것이다.
신생혈관, 이건 대사가 활발한 곳에 생기리라. 세포의 활동-생과 사-가 활발한 곳에서, 특히 재생이 활발한 곳에서 생길 것이다. 암세포는 그 다이나믹하기가 극한을 간다고 하니…. 굳이 얼마나 많은 영양분이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은 불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놈들이 왕성한 먹성을 자랑하며 한 형제들이었던 정상 세포들의 영양분을 가로채다 못해 어느 단계에선 아예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인근에 있는 온갖 영양분을 다 긁어먹어 치운다 했다. 표적항암제는 바로 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부분들을 탐지해낸 후 그곳에서 새롭게 자라나는 신생혈관들을 억제 내지는 말라비틀어지게 해서는, 그 혈관들을 파이프 삼아 줄기차게 영양분을 섭취하던 암 덩어리들을 굶겨 죽인다 했다.
그런데 위 점막이나 구강 점막, 피부 등이 암세포 못잖게 활동이 왕성하다 했다. 그러니까 이 표적항암제들이 정상조직인 구강 벽이나 위벽, 피부 등을 오해해서 부작용에 희생되게 하는 것이라 했다. 그러니 표적항암제의 부작용은 양날의 칼인듯했다. 부작용 자체로는 괴로우나 항암제가 잘 작동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으니…. 아이러니고 역설이다. 하기야 불만을 품기엔 너무도 황송한 부작용 인지도 모르겠다. 더 지독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다른 환우들에 비하면……. 이를테면 탈모나 극심한 간독성 등등
사실 표적항암제는 항암제에 비해서 그 독성은 약하고, 효과는 좀 더 크다 했다.
암을 대하는 데에도 단계가 있다 했다. 포기/수술-방사선-항암제-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혼합/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혼합 등과 같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경우이든 부작용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고, 그 부작용이 생긴 곳들은 손상이 될 뿐, 다시 원상회복 되지는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든 약에는 내성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내가 부작용을 호소하며 의료진에게 강하게 어필할 때마다,
“환자분은 아주 특이한 경우십니다.”
“왜요?”
“대부분의 환자분은 2~3개월이 지나면 심각한 부작용에 약을 중지하거나 포기합니다. 또 생각보다 빨리 내성이 오기도 하고요.”
“…….”
“또 환자분은…. 본인도 아시다시피…. 효과도 좋잖아요?”
사실 그랬다. 세 사이클이 지나면서 내 폐 속의 암 덩어리들의 크기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더니, 여름 무렵에는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었다. 긍정은 최고의 항암제 그리고 뭔가 좋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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