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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4년 표적항암제 시작

암삶 54-항암제 극적 효과의 시작은 식단, 2014년 막바지 여름 어느날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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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음식요?”,

나는 되물었다.

“우리가 먹는 삼시 세끼 외에….”

“글쎄요. 어떤 음식이 ‘특별’한 걸까요?”

“어려운 질문을 제가 한 것 같군요…….”

 

그랬다. 사실 어려운 질문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어떤 종류의 음식이 특별한 종류에 속하는 걸까? 나의 어리둥절…. 머뭇머뭇 표정에 그가 당황한 듯,

“암 판정받기 전과 달라진 식단이나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면서부터 달라진 먹거리, 뭐 그런 뜻이었어요.”

라고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아, 그런 의미라면…. 암 진단 전과 후의…. 식단에 변화를 준 특별한 음식은 있었습니다.”

“어떤…?”

“암 진단 후에…. 우선, 술을 끊었습니다. 물론 첫 수술 후 폐로 전이된 암은 계속 커가고 있었음에도 어떠한 약도 처방받지 못한 채로 검사만 지속해서 받고 있을 때는 깊은 좌절에 잠깐 술을 입에 대기는 했었지만….”

“하지만 다시 금주?”

“예.”

“또?”

 

난 술을 꽤 오랫동안 마셔온 듯하다.

문제는 양이 아니었다.

양은 얼마 안 됐다.

문제는 얼마나 '자주'였다.

담배도 매한가지였다.

 

“담배…. 만약 담배가 먹는 거라면, 하하하, 그것도 끊었습니다.”

“그건 피우는 거 아닌가요?”

“하하, 그렇네요.”

“또?”

“일체의 가공식품을 끊었어요.”

“그래요?”

“예.”

“또 패키지 음식도 끊었고요.”

“어려웠을 텐데?”

“뭐가요?”

“그 두 가지를 끊기가요.”

“…….”

“또요?”

“또…. 무농약 농산물을 먹기 시작했어요.”



 

 

내가 무농약 농산물이라고 말할 때 그는 미간을 들어 올리며 두 눈에 호기심을 담아,

“그게 아주 비싸지 않나요?”

라며 되물었다. 사실 좀 비쌌다. 하지만 한 달 기준으로 비교해도 먹거리에 드는 총액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어쨌든 항암제 극적 효과의 시작은 식단에서 시작됐다.)

 

가공식품과 패키지 식품 구매에 드는 금액을 빼고, 술값과 담뱃값을 빼면…. 사실은 금액이 훨씬 줄었다. 그의 돌발적인 반문에 순간적으로 한 계산이었지만 그런 생각, 오히려 총액에서 줄었다는, 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대신,

“아주 비싼 건 아니고 좀 비싼 품목들도 있어요.”

라며 서둘러 마감했다. 사실 그랬다. 요즘 들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고, 재배방법과 방식에 발전이 있으면서 많이 저렴해졌다. 적어도 더는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녔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선생님, 사실 무농약 식품을 소비하는 것은 저를 살리고, 농부들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선한 행위가 아닐까요?"

라고 말하며, 그의 양미간을 천천히 살폈다.

 

그는 올렸던 눈썹을 이미 내린 상태였다. 그는 궁금함을 못 참겠다는 듯,

“선한 행위라고요? 재밌는 표현이네요.”

라며 다시 눈썹을 올렸다.

“예! 분명 선한 행위일 겁니다.”

난 단정적으로 말했던 것에서 약간 물러났다. 이건 ‘주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맞아요. 동의합니다. 농약은 화학물질, 독성물질, 농작물 속으로, 내 몸속으로… 세포 손상... 그런 순환계의….”

라며 거들었다.

나도,

“... 방아쇠.”

라며 추임새를 넣었다.

 

“그런데 선생님, 왜 먹거리에 대해 질문을 하셨어요?”

라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얼굴을 간지럽히기라도 할양으로 따뜻한 아지랑이 같은 미소를 흘려보냈다. 이어서,

“혈액검사, 요검사, 그리고 심전도 검사 결과가 아주 좋아요.”

라고 말하며 내 반문을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난 그의 웃음이 좋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웃음은 참 전염성이 강하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의 미소가 내 얼굴에 닿으면서 신경을 간지럽혔다.

 

“검사 결과가 좋아요?”

“좋아요.”

“선생님, 그런데... 저기 몇 개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게 보이는데요?” 

나의 말에 그는 다시 컴퓨터 모니터에 띄어진 검사 결과 수치들을 빠르게 스크롤 업다운했다.

“아, 그런 항목들,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래요?”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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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좋게 나왔어요. 그런데 항암제 복용 후에 달라진 식단이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그는 질문을 이어갔다.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은 채로.

“예, 해독주스라 불리는 주스를 먹고 있어요.”

“해독주스요? 뭐로요?”

“사과, 바나나, 데친 브로콜리와 양배추, 데친 토마토와 당근. 그렇게요.”

“특별한 이유라도?”

“이유요? 글쎄요. 하도 설사가 심하니까…. 먹자마자 화장실에 가고…. 어떤 땐 먹다가도 가고…. 무슨 영양분이 몸에 남아나 날까 해서. 득득 갈아 마시면 몸속으로 조금이나마 더 많이, 더 빨리 흡수될까 봐”

“하하하”

“하하하”

나도 따라 웃었다. (누가 뭐래도 항암제 극적 효과의 시작은 식단이었다는 걸 되뇌이면서...)

 

나는 그가 웃는 게 좋았다. 나도 내가 웃는 게 좋았다. 내 얼굴에 비치는 그의 웃는 얼굴이 내 긴장을 녹이는 듯했다. 긴장, 내 맘 속의 팽팽하고 괴로운 긴장! 문득 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내 맞은편 창문에서 엄한 눈길로 날 바라보는 듯했다. 누구지? 낯익은 얼굴이었다. 분명 그 창문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그럼 이 의자에 앉아 웃고 있는 건 내 몸뚱이뿐? 창문에 비친 저 불안한 얼굴은 내 마음?”이라며, 난 거의 개미 소리로 되뇌었다. 

 

“xxx 씨!”

그의 부름이 내 상념을 깼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표적항암제 복용을 시작하시면서부터 주스를 쭉 드시고 계신다는 거군요?”

“예.”

그는 경찰관처럼, 조서를 받는 수사관처럼…. 내 모든 대답을 깨알같이 차트에 적어 넣고 있었다.

“또요?”

“예?”

“변화된 식단요.”

“아, 고기…. 육류 섭취를 확 줄였어요. 먹어도 무항생제로 먹었고요. 아! 삼겹살은 거의 끊었어요.”

 

그는 차트에 기재하는 걸 멈추고 내 말을 들으며 팔짱을 꼈다. 그리고 내 얼굴 전체에 따뜻한 웃음을 연이어 뿌리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는 두 손을 풀어 양 무릎 위에 놓으며,

“가슴 CT, 복부 CT 결과들이 좋아요. 아, 그리고 그건 저한테 묻지 마세요. 교수님께 가보세요.”

라며 키보드를 컴퓨터 밑으로 밀어 넣었다. 

 

내 맞은편에 웃는 얼굴의 중년 얼굴이 창문에 숨어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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