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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4년 표적항암제 시작

암삶 53-항암 기적, 최선을 다하는 몸관리와 규칙적 운동의 결과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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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저물 무렵 또다시 영상검사가 시행되었다. 역시 가슴(Chest) CT와 복부(Abdomen) CT였다. 혈액검사도 이뤄졌다. 소변검사와 심전도 검사도 빼먹지 않았다. 변함없이 6통의 혈액이 채취됐고, 소주잔만큼의 소변도 검사실로 보내졌다.

이 검사들을 이루는 각종 내용과 형식 중에서 내가 제일 싫어했던 게 ‘조영제’였다. 이건 뭐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했다. 단순히 두드러기 정도가 아녔다. 시작은 온몸으로 전해오는 한증막 같은 열기다. 그 열기와 거의 동시에 귀밑을 시작으로 턱밑, 겨드랑이, 가슴, 허벅지 등으로 무슨 도미노와 같이 연쇄적으로 두드러기 체인이 생긴다. 좁쌀만 한 크기로 시작된 것들이 무슨 검은콩, 이어서 뭉개진 인절미 모양으로 변한다. 이어서 그것들이 모든 피부를 덮어버린다. 그러면 포든 피부가 팽창할 대로 팽창한다. 이젠 목 차례다. 목 안쪽이 붓는 듯하다. 누군가 내 뒤쪽에서 두 손으로, 레슬링 선수처럼, 목을 조일 수 있는 만큼 조이는 듯 숨을 쉴 수도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채 10분도 안 걸린다. CT 촬영 막바지 채 5분도 안 남겨놓고 주사되는 조영제, 이게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느끼는 후끈함이 신호다. 촬영을 마치기 5분 동안 퍼지다가…. CT 기계를 내려오면서 숙성이 시작된다. 곧바로 처치실로 옮겨지고, 주사 2 대 더 맞고, 이어서 링거가 꽂힌다. 전날 밤, 촬영 12시간 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14알의 전처치약을 먹었음에도 그랬고, 촬영 전에 주사 한 방을 추가로 맞았음에도 그랬었다.

모두 합해 14알의 알약과 4대의 주사와 1팩의 링거, 이 패키지는 2011년 신장 전절제술이 시행된 후 쭉 이어져 온 ‘세트 검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후부터 등장했다. 그러니 처음부터 부작용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몇 해가 지나면서 조영제와 방사선으로 이뤄진 ‘세트 검사’는 내 몸을 완전히 푹 절였으리라. Y 병원에서는 무개념이라 느꼈을 정도의 빈번한-1달, 어쩌다 두 달마다-가슴 CT, 복부 CT, PET-CT 검사가 이뤄졌었다.


이곳으로 옮긴 이후에도 패턴은 거의 유사했다. 단지 횟수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정기적으로 시행돼오던 평균 두 달마다 있었던 가슴 CT와 3 달마다 찾아오는 복부 CT, 부정기적인 PET-CT와, 그 모든 것들과 세트를 이루는 조영제에, 아마도 내 몸이 견딜 수 없어 몸서리를 쳤음이 틀림없으리라.

그럼에도 이 검사에 대한 플러스와 마이너스에 대한 형량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어디를 가야 하는데 지도가 없으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닐 것이다. 내 병에 대한, 정확히는 내 몸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암덩어리들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알 수가 있을까? 혈액검사만으로, 촉진으로, 아니면 최악의 경우에 내 몸에서 전달되어 오는 통증으로? 그래도, 그때까지 기다려도 될까?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사선 세례를 견딜 수박에!

일주일이 어떻게 갔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무는 어느 여름날, 일주일 전에 받았던 세트 검사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난 다시 전문간호사 선생님의 사무실을 노크했다. 그가 반갑게 웃으며, “어서 오세요! 덥지요?”라고 말했다. 나도 실없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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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덥네요. 꼭 끝나지 않을 여름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세요?”
“저요? 보시다시피….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게….”
“한다는 게?”
“…. 아녀요. 그나저나 요즘도 운동하시나요?”
“어떤?”
“예, 제가 전에 항암제를 시작하시는 게 어때요? 하며, xxx 씨를 설득하려고 전화를 드렸을 때, 산에서 운동 중이라 하셨잖아요?”
“아! 저는 무슨 특별한 운동을 의미하시는 줄….”
“특별한?”
“뭐, 요가 같은 거요”
“하하하”


그의 코끝을 지난 내 시선은 유리창을 뚫고 나가 나무에 매달려 울고 있는 한 마리의 매미에게로 향했다. 매미는 유충으로 아주 오랜 기간 땅속에 있다 했다. 종류에 따라서는 3년에서 17년까지나. 하지만 매미가 되어서는 3주에서 4주? 유충에 비해 순간적인 생을 보내고 간다고 했다. 그런 매미가 지금 이 늦여름까지 울고 있었다. ‘저 매미가 사라지면 나도 사라지려나….’, 잠시 상념에 잠겼던 나는, 그 매미가 머물던 나무를 떠나는 걸 보며 눈길을 다시 전문간호사 선생에게로 되돌렸다.


“예. 제가 왼쪽 신장을 떼는 첫 수술을 받고 퇴원한 후부터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운동해오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 더운 여름에도요?”
“예,”
“어디서요?”
“집 주변에 야트막한 산들이 있어요. 그 산 위나 중간중간에 운동 시설들이 있지요.”
“아, 그렇군요. 어떤 운동하세요?”
“달려서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뛰기도 하고요.”

 

그렇게 설명하면서...

난, 내가 산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그러는 사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가 다시 물었다.

“또?”
“또 팔 굽혀 펴기, 바벨 들기, 턱걸이, 허리운동 등 할 수 있는 운동들은 다 해요.”
“언제 주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밖에 나가요.”
“일어나자마자요?”
“예.”
“몇 시에 일어나세요?”
“5시요.”
“새벽요?”
“하하, 요즘엔 5시가 새벽은 아니지요. 겨울이라면 모를까.”

 

항암 기적, 최선을 다하는 몸관리와 규칙적 운동의 결과 이상도 이하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적정한 양의 수면이면 된다. 날이 밝으면 일어난다. 그러니 여름의 아침 다섯 시는 새벽은 아니다.

 

“하하하, 얼마나 하세요?”
“한 시간 정도요. 그리고 밤에 또 한 시간요.”
“매일요?”
“예. 매일 해요”
“언제부터 시작하셨다고요?”
“첫 수술 후부터요.”
“운동량이 부담이 안 되세요?”

그 질문에 난 항암제가 주는 중압감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아! 이... 항암제, 족쇄!

“지금은 좀 부담이 돼요. 이 표적항암제 때문에 설사가 심해서…. 화장실 있는 곳에 맞추느라….”
“곤란하시겠어요.”
“운동 중에 막 쏟아질 것 같은 경험 많이 했어요.”
“…….”
“그래도 몸이란 게…. 참 신기하게도, 그래도 적응이 되네요, 하하”
“그럼 하루 운동량이?”
“한 6km쯤 뛰지요. 걸음으로는 대략 15,000보 정도?”
“매일요?”
“예.”



나도 그도 서로를 쳐다봤다. 때로는, 살면서, 그런 경우들이 가끔은 있다. 이쪽 골목에서, 저쪽 골목에서 오던 사람 둘이, 모퉁이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리고는 하염없이 서로의 얼굴이며 눈을 쳐다만 보고 있는, 그 영원 같은 찰나의 시간! 그는 날 보던 시선을 거둬들여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는 듯했다. 그도 잠시,
“그런데 특별하게 드시는 음식이 있나요?”
라고 물으며 다시 나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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