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막바지,
“관해, 또는 암 덩어리가 거의 사라지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주치의 선생님께 들은 후, 난 병원을 나와 약국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이 약국에 넘쳐났다. 1년이 넘는 기간 이 약국을 이용해왔음에도 한없이 낯설고 그랬다. 그나마 한 명의 약사는 웃으며,
“400밀리네요. 좋아지시나 봐요.”
라며 한마디 했다. 그 말을 듣고 웃으며 약국을 나왔다.
해가 서편으로 저물고, 땅거미가 물러가는 하루를 재촉하는 시간이었다. 하필 끌어안고 몸부림쳤던 한 해 마저 저물어 가는 연말이란 생각에, 길게 늘어선 나의 그림자에게로 넘어져,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말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약국에서 받은 가벼워진 약봉투를 바라보며 긴 여운을 뒤로하고 물러나는 2014년을 복기했다.
힘들었다고 하기보다는 난생처음 겪었던 일들이,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쉼 없이 내게로 다가왔었다. 떠나지 않고 영원히 머무를 것만 같은 공포의 연속이었다. 스치곤 지나는 게 인연이라지만, 그래서 누구든, 무엇이든 반기라 했지만, 한번 온 후로는 떠나지 않는 불청객처럼, 원치 않는 부작용의 질긴 끈은 숨통을 조이는 듯했었다.
800밀리에서 600밀리로, 600밀리에서 400밀리로, 다시 600밀리로…. 그렇게 쉼 없이 표적항암제의 복용량을 조절했었다. 한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혈액검사와 요검사, 심전도 검사를 받았었다. 두 사이클 또는 세 사이클이 끝날 때마다 흉부 CT며 복부 CT를 찍었었다. 이 두 종류의 세트를 상호 비교하며 주치의와 전문간호사와 나라는 또 다른 한 세트가 꽈배기를 꽜던 시간이었다.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조금 전의 일이 아직도 계속되는 듯한 착각을 하며, 진료실을 나가기 전 주치의 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지난여름의 막바지에 세 사이클이 끝나고 보자던 흉부와 복부 CT 검사는 그도, 나도 웃게 했다. 표적항암제를 시작하기 전 가장 컸던 폐 속 전이암 덩어리는 2.3cm라고 했었다. 그로부터 거의 1년이 지난 그날,
“폐 속 암세포들이 이제는 거의 안 보일 정도입니다.”
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을 듣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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