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에 요가 앱을 내려받았었다. 아침저녁으로 해오던 운동에 더해 틈나는 대로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쪽 다리에 미세하고 기분 나쁜 통증이 간혹 간혹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이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으음, 내가 요가를 너무 무리해서 했나??"
라고 생각했었을 뿐이었다.
그런 통증이 있었음에도 난 운동과 요가를 계속했었다. 통증을 느꼈을 때마다 패치를 붙이곤 했었다. 또 마트 같은 곳에 있는 ‘안마기 체험하기’ 코너에서 통증이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마사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질 않았다. 그쯤에서 난 스포츠 재활의학과의 문을 두드렸었다.
그곳 원장님은 나에게 저간의 사정을 물었었다. 난 이러저러한 운동을 했었고, 이러저러한 증상이 있었었고, 여차여차한 조처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부위에 대해 초음파검사를 했었다. 나에게 물리치료를 제안했었다. 전기치료도 포함되었었다. 스트레칭 요법도 제안받았었다. 그 모든 것을 받아들였었고, 그러기를 한 두어 달 정도 했었다.
하지만 다리의 통증은 더 심해졌을 뿐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토록 심하게 절며 걷냐고 말하곤 했었다. 난 심한 운동의 부작용이라고 재활의학과에서 그랬었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그런 상태로 한동안 더 그 ‘치료’를 받았었다.
난 그곳 원장님에게 의문을 제기했었다, 그의 진단과 처방에!
"원장님, 왜 통증이 계속될까요?"
"쭉 치료하시다 보면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입술도 조금은 일그러뜨렸다.
"원장님, 통증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거나,"
"겨우 이 정도 치료하시고!"
그는 안경을 고쳐 썼다. 그리고 눈을 더 크게 떴다. 그와 동시에 내 두 눈동자를 쳐다봤다. 그의 무테안경 모서리와 그의 두 눈의 눈동자의 위쪽 호가 일치하며 눈이 더 무섭게 보였다.
"그래도 원장님, 아니면 통증이 현상 유지만 되더라도 좋겠어요."
"그런데요?"
"오히려 더 심해집니다. "
그는 눈동자를 위로, 아래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책상 밑으로, 컴퓨터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난 허벅지의 통증을 느끼면서도 두 눈은 그의 두 눈이 움직이며 남기는 흔적을 따라갔다. 그의 두 눈의 시선이 움직이며 순간이나마 머무르는 그 어느 곳에도 특별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만 할 것은 없는 듯 보였다.
"제가 지금 한 달째 치료를 받고 있지요, 원장님?"
"……."
그는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머리를, 상체를 돌렸다, 차례대로. 그러면서 클릭 클릭했다.
"이상하네…."
라고 그는 말했다.
그의 그 말을 들으며 나도 그가 이상했다.
" 의사이시고, 박사이시고, 두 개의 대학병원의 외래 강사 이시고!"
라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내 다리의 통증에 대해서 뭔가 오해나 착각을 하시는 건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의 두 손이 그의 앞머리를 쓸어 올리기라도 할 듯 움직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엔 그럴만한 앞머리가 없었다. 그는 다시 나의 이마와 허벅지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던 간호사도 쳐다봤다. 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아니면 그가 들어가든지….
난 팽팽한 긴장과 어색함을 깨고 무지의 어둠 속에서 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원장님, 혹시 전이된 게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나의 그 말이 그의 우월감을 되찾아다 준 듯 보였다. 그의 두 눈엔 다시 생기가 돌았고, 그의 말투는 근엄해졌다. 그러면서 독기를 품은 듯 말했다.
"전이요? 거기로는 전이가 안 일어납니다."
"원장님, 저는 이미 폐로도 전이가 된 상태입니다만…."
그의 두 눈은 날 피규어 쯤 크기로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사나웠고 근엄했다.
"클릭... 클릭!”
그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불러오는 소리는 나의 목을 움직였고, 내 머리와 두 눈은 그가 커서를 대는 곳을 쫓아다니는 자석으로 만들었다.
"자, 보세요! 암은... 폐니, 간이니, 뇌 등으로 전이가 됩니다. 신장암도 그렇고요."
그의 목소리는 최종적 판결의 대법관 선고와 같았다. 그는 그 말로는 어딘가 서운한 듯,
"허벅지 뼈로요? 절대로 안 갑니다. 대퇴골, 아니 넓적다리뼈 전이는 없어요"
라고, 덧붙였다.
"… 그런가요, 원장님?”
“그럼요! 여기 보세요!"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주소창에는 www. goog…. 그런 게 보였다. 그리고 끝도 없을 사진들이 한여름 아기 다섯 손가락 속으로 파고드는 녹아드는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이게 현대 의학이구나! 인공지능 의학이란 게... goog... 의 사진이었구나!"
라고, 난 말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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