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전이_육종성 변이
난 바로 옆 대학병원으로 쏜살같이 갔다. 다리 한쪽을 절뚝거리며... 황급히 가는 나를 사람들은 무슨 변종이라도 나타난 듯 쳐다... 보았다. 난 그 둥그런 눈들이 문제가 아녔다. 내 두 눈으로 피질이 거의 없어진 허벅다리를 봤을 때의 공포에 비하면 그들의 그런 호기심 어린 눈들은 신경 쓸 일도, 비할 바도 아녔다.
그제야 내 두 눈에 허옇게 낀 안개인듯한 무언가가 흐물거리는 걸 느꼈다. 아니면 아까 봤던 초음파 영상에 보였던, 그 골수 속에 보였던 안개인 듯한, 연기인듯한, 아니면 괴기스럽게 뭉클뭉클거릴듯한 느낌의 액체인듯했던 무언가가 이제는 내 두 눈 속으로 올라와 흘러내리는 듯 내 볼을 적셨다. 이 눈물이 언제 그칠까 했다. 아니... 남은 내 삶에서 그런 사치가 잠시라도... 허용될 수나 있을까 했다. 그런 생각에 이르자 미친 듯이 두 눈에서... 흘러내렸다...
다리뼈 예감에 병실 앞에서 눈물 흘리다
다급했던 다리와 걸음과 정신은 중앙홀에 들어와 길게 늘어선 접수대에 와서야! 한숨을 쉬는 듯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누군가가 벌써 내 옆에 서 있었다.
"누굴까?"
라고, 난 혼란스러운 머리를 흔들며 헤아렸다. 내가 고개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보고서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병원 접수대 쪽 도우미께서 알아봤다.
"예?"
"예, 다리가 많이 불편하신 듯해서요."
"아, 예…. 고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난 멀어져 가는 그분의 등을 보며 고개를 접수대로 돌렸다.
“아! 이 병원은 내가 맨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곳, 그곳!”
이었다. 그날 밤 난 9시 40분에 일을 끝냈었다. 그리곤 혈뇨 나오는 몸을 이끌고 이곳 병원 응급실에 왔었었다. 데쟈뷰우~기시감~ 아님, 미시감? 도대체 뭐? 내 이 인생이 뭐?
"제가 다리가…. 몹시 아프고…. 힘들고 해서…."
"그래서요?"
"급하게 진료를 봤으면 해서…."
"진료의뢰서가 있으셔야, 아니면 이렇게 급하게는…."
"있어요."
"예?"
"진료의뢰서요."
"아, 예."
"……."
"하지만 교수님이 아니시고, 전문의 선생님이…."
"아무 분이나…. 정형외과 쪽으로요!"
"환자분, 잠깐 기다려…."
응급상황_다리 통증으로 걸을 수 없다
내 옆, 내 뒤, 내 앞…. 모든 사람이 설레발 대는 나를 쳐다봤다. 그들도 모두 급하고…. 상처 받고…! 하지만,
"난 지금 새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그런 눈으로 절 바라보지 마세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환자분, 이분이 가능하세요."
"예? 아이고 고맙습니다."
"교수님은 아니시고 전문의 선생님입니다만…."
"좋습니다. 제겐 다 선생님들이십니다."
"예. 하지만 갑자기 오셨기 때문에 맨 뒷자리에 넣겠습니다."
"그럼요! 고맙습니다."
"어딘지, 어디가 편찮으신지 몰라도…. 잘 되시길요."
"그저 고맙습니다."
아! 내 인생! 항상
"그저 부탁드립니다.",
"그저 고맙습니다."
아, 그저 그런 내 인생….
정형외과 진료실 앞에서
난 직사각형 구조물의 정형외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사각형을 ㄷ자가 되도록 파서 환자들이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듯했다. 벤치들이 빗살무늬로 놓여있었다. 난 어느 방향으로도 앉을 수가 없었다. 앉을 빈자리도 없었고, 설령 있었다 했어도 빙빙 도는 머리와 어른거리는 눈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으리라. 손을 벽에 대고 서 있었다. 서서히 손에, 이어서 팔에서 힘이 빠졌다. 왼쪽 어깨를 벽에 기댔다. 바로 앞의 멀쩡해 보이는 한 20대가 벤치에 앉아 나를 흘끔흘끔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내 눈과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중년의 성치 않아 보이는 여자에게 귓속말을 하곤 했다.
거의 한 시간이, 아니 아마 두 시간이 지난듯했다.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듯한 가느다란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내 이름이었다.
"xxx 씨!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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