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효과 없이 계속되는 치료에 의문을 품게 됐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찾아보려고 애썼다. 당시에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3가지였다.
1. 나의 주치의에게 알리기
2. 스스로 많은 자료를 찾아보기
3. 제3의 의료진에게 문의하기.
‘나의 주치의에게 알리기’는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당시엔 완전 관해 판정을 받았을뿐더러 2~3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받고 있었는데, 2016년에 들어와 받았던 첫 번째 검사를 받기까지는 그 어떤 통증도 다리에서 느끼지 못했었다. 두 번째 정기검사받을 때쯤에서야 아주 가끔, 아주 약하게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약간 뻐근한 정도였기 때문에, 무리한 운동 또는 요가에 따른 근육통 정도로 알았고, 동네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는 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난 두 가지 중의 하나는 반드시 해야 했었다.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 즉시! 설령 그 통증이 아주 미약했다고 했어도.
첫째는, 비뇨기과에 전화해서 특이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리기
둘째는, 빨리 응급실로 가서 각종 검사를 받아보기
하지만 나는 위 두 가지 중 그 어느 것도 즉시!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설령 내가 첫 번째 방법으로 병원에 알렸었더라도 별 혜택을 받지는 못 했었음이 틀림없었으리라…. 왜냐하면, 두 번째 정기검사차 내원했을 때 주치의께 미약한 통증이 있음을 말씀드렸었음에도….
"그래요? 대퇴골 쪽으로는 안 갈 텐데...”
라고, 말했을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덧붙여서,
"복부와 사타구니까지 커버하는 복부 CT도 정기적으로 찍고 있을뿐더러, 아직 어떠한 특이 전이 증상도 없었고요…. 또 이번에 찍은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라고 말씀하셨기에, 더는 어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난,
1. 응급실로 직행, 검사 요구하기
2. 아니면, 주치의께 PET-CT 검사 요청하기, 그 둘 중 그 어느 것이던 해야 했다.
사실 암이 원발부위를 떠나 신체의 다른 부위로 전이된 4기 암 환자의 경우, 의료계에서 행해지는 권고사항에는, 최소 6개월에 한 번씩은 PET-CT를 시행받거나, 뼈(골) 스캔 등의 전신 스캔을 해야 하는 거로 되어있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결국엔 내가 정기검사를 받아오던 병원에서의 두 번째 검사와 그 결과지 어디에도, 기왕에 있던 폐 이외의 어느 곳으로도 전이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판독되어 있었고, 나의 주치의도 그렇게 말씀하셨었다. ‘그 어느 곳’이란 말은 정확히는, 당시 상황에 비춰 보면 엄밀하게는, ‘목 아랫부분부터 골반까지!’였던 것이었다.
난 주치의의 설명을 믿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그저 운동의 부작용일 거니 하면서 동네 스포츠 재활의학과에서 치료받는 걸 계속할 뿐이었다. 더더군다나 그곳 재활의학과 원장님도 아주 저명한 분이셨다. 지금도 그러하시고. 아마 서울에서 활동하는 운동선수 중에서 그곳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그렇게 저명하신 분마저,
"암이 대퇴골-넓적다리뼈-로 전이되지는 않습니다."
라고 확인해주시며, 날 이상한 고집쟁이나 투정쟁이쯤으로 여기시는 듯하셨기에...!
문제는, 어는 날부터인가, 차도는커녕 통증이 급격하게, 아주 급속도로 심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잘 걷지도 못할뿐더러 심하게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난 뭔가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당시에 매일매일 그 동네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두려운 확신은, 아무리 그곳 원장님께서 부정하시더라도, 그림자에 감춰진 핏빛 절망과 분노가 햇빛에 드러나듯이, 현실이 되어서는 말로 표현 못할 좌절과 배신을 가져왔다.
문제는 그게 나 자신을 향했던 건지, 그 원장님을 향했던 건지, 나의 주치의 선생님을 향했던 건지... 당시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원장님, 이 허벅다리 좀, 초음파 좀, 찍어주세요!"
"그곳으로는 안 간다니까요!"
"제가, 원장님, 돈 3만 원 버리는 심 치겠습니다. 부탁 좀... 드립니다."
"허, 나 원 참…."
나의 부탁에 그는 마지못한 듯, 어디 두고 보란 듯한 표정으로, 젤을 내 허벅다리에 흥건하게 바르셨다. 그분은 서서히 프로브를 움직였다.
피부가 보였다.
이어서 근육층이 보였다
그리고는 뼈 같은 게 보였다.
뒤이어 골수 같은 게 나타났다.
딱 거기서 프로브가 멈췄다. 그러면서 그 원장님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마는 곤혹스럽고, 양 볼은 난처했으며, 입가는 일그러졌고…. 얼굴색은 다채로워졌다.
“어! 이게 뭐지?”
“…….”
“이건 피질이고…. 그런데 이 부분은…. 왜 피질이 거의 없지? “
“원장님, 방금 말씀하신 게 무슨 의... 미... 신... 지... 요?”
“여기 뿌옇게 보이는 게…. 뭔가가 있는데…, 안 그런가요?”
그는 오히려 환자인 나에게 물었다!
난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나는 속으로, “이분이 아시면서 둘러대시는 거야, 아니면 모르시는 채 하시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아예 모르시는 거야?’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리에는 힘이 빠졌고, 머리는 빙글빙글 돌았고, 목소리는 잠겼고, 이마엔 땀이 흥건해지기 시작했다. 그 선생님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아니, 보기가 싫었다. 그 야속한 감정은 그분의 이어지는 물음에 절망이 되어버렸다.
“아니, 왜 다니시는 병원에, 교수님께 말씀을 안 했나요? 말해도 안 들어주던가요?”
아, 이 극한의 어이없음! 당혹
“원장님! 빨리 진료의뢰서 좀 끊어 주세요”
“뭐 하게요?”
“원-장-님! 우선 당장,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라도, 우선! 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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