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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6년, 육종성 변이, 세 번째 수술, 다리뼈 절단

암 삶 62-정형외과 교수님의 어두운 얼굴_ 다량의 엑스레이 처방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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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으신 교수님이 날 맞이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요."

"다리요?"

"예."

"다리, 어디 가요?"

"허벅지요."

"허벅지요? 전 허벅지 담당이 아닙니다. 대퇴부나 하지는 다른 선생님이 하십니다."

 

 

그 교수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하지만 내 느낌에 이 젊으신 교수님이 아니면 답이 안 나올 듯했다.

"아, 그러신가요?"

"예. 제가 의뢰를 넣을까요?"

"아…. 아니요. 교수님, 실은 제가 지금 너무 힘들어서요. 여기 동네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 중인데, 시간이 흘러도 좋아지지 않고요. 아니, 오히려 더 아파요."

"……."

"그런데 오늘 허벅다리 쪽 초음파를 찍었는데, "

"그런데요?"

"정체 모른 액체인지, 아니면 고름인지…. 시뿌옇게 퍼진 뭐가 보여서…. 황급히 여기로 왔는데…. 정형외과 쪽은…. 우선 선생님께서 여유가 있으시다고 해서, "

"아! 그러시군요."

"예."



 

 

"어떻게 아프신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예, 선생님."

"……."

"선생님, 제가 2011년 초에 진단받았고... 폐로 전이된 4기 암이고... xx병원에서 2013년부터 진료를 받는 중입니다."

"그래요? 그런데 왜 여기로 오셨어요?"

"네?"

"그렇지 않은가요? 그곳에서 쭉 진료를 봐오고 계신다면…."

 

그 교수님은 왜 쭉 다니는 병원에서 치료받거나 진료를 청하거나 하지 왜 굳이 자기한테 왔냐는 말이었다.

"그런데 선생님, 이렇게 아픈지가 얼마 안 됐고, 또 그곳에서는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료받을뿐더러, 지난번 마지막에 진료받을 때만 해도 통증이 없었고요. 제가 아침저녁으로 운동할뿐더러 요즘에 또 요가를 시작했고, 그래서 무리해서 좀 아픈가 보다 했어요. 그래서 동네 병원에서 물리치료 정도 받으면 되지 않을까 했고요. 막상 재활의학과에 갔더니, 별거 아니라며 쭉 전기치료나 열 치료 정도 받으면 나을 거라고 하셨고요, "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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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가 걱정돼서는 전이가 아닌지 여쭤봤더니, 절대 아니라 하셨고…. "

"그래요?"

"예, 오늘 이 시뿌연 뭐가 보이니까는... 왜 다니는 병원에 말 안 했냐 하시고…."

 

그 선생님은 한숨을 크게 내쉬면서 날 연민의 표정으로 한동안 쳐다봤다.

그리고는 다급하게, 빠르게, 단호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 밝혀지는 바에 따르면, 뼈, 특히 대퇴골로 전이되는 예가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가장 많이 전이되는 부위이기도 하고요."

"예?"

난 거의 까무러칠 뻔했다.

"그럼?"

"그리고…. 물리치료니, 전기치료니, 열 치료니 하는 것, 좋은 게 아닙니다."

"예?"

"암을 더 활성화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네-에?”

 



"불길합니다. 우선, 제가 X레이를 좀 많이 찍어달라고 해야 될 것 같네요."

"많이요?"

"그럼 다음에 와야 하나요?"

"아니요. 엑스레이는 결과가 빨리 나옵니다. 한 30분? 1 시간? 급하게 오셨고…. 또 제가?"

"뭐-어-요, 선생님?"

"짐작되는 게 있으니, 우선 나가셔서 안내받으신 후, 저를 다시 보러 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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