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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

암삶 11(2011년)-폐전이 진단, 다급한 부탁, 전원 의뢰서

by 힐링미소 웃자 2021.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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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나는 일찍 C 병원에 도착했다.

우선 간호사께 사정을 말했다.

“전원은 가능하십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대신에 전원 의뢰서는 안됩니다.”

“예?”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

“더군다나 저희 교수님께 그걸 부탁한 환자분을 제가 본 적이 없습니다.”

“… 그래요? …”

“예. 그래서 이게 가능한 건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원칙은요?”

“원칙요?”

“예. 원칙! 환자가 그럴 필요성을 느꼈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절실하게 부탁드릴 경우요.’”

“어떤…?”

“우선 저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환자분! 안 믿어져요? CT 검사에, 초음파 검사에... 하시지 않았어요?”

“했지요. 다른 데서 확인해보고 싶어요.”

"그런 검사 후 결과를 안 보셨거나 교수님께서 설명을 안 하셨던가요?"

“환자분... 좀 특이하시네요.”

“뭐요?”

“과학도 안 믿으세요? 그것들 다 첨단 의료기기이고요. 또 그런 검사들에 대한 판독을 할 때도 최소 두 분의 선생님들이 하시고요..."

“…”

“혹시 다른 이유라도 있으세요?”

“아니, 선생님!  환자가 전원을 요청하면 받아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난 아주 화가 났다.

나는 전원 의뢰서 받기가 아주 간단한 걸로 알았었다.

물론 그 간호사분 말씀, 교수님의 거절... 그런 게 있다 해도 그냥 딴 병원으로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냥 딴 병원 응급실 같은 데로.

난 그때 또 생각했다.

"아직도 혈뇨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박차고 나와서... 왜 딴 병원 응급실이 안 되겠어?"

하지만,

"그 많은 검사를 또 받아야 하잖아?"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전원의뢰서를 못 받을 경우엔... 동네 1차 병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당시의 내 상태는 응급상황이 유지되고 있었다.

혈뇨가 여전했었기에......

“선생님, 거기 왜 그래요?”

그 교수님의 목소리였다.

“예. 이 환자분께서 전원 요청을...”

그 간호사는 난처한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들어오시라 해!”

“예…”

“교수님, 안녕하세요?”

“예. 아니 오늘부터 입원하신 상태에서 사전 검사하시고...”

“예. 압니다. 수술하기로요.”

“그런데요?”

“사실 제가 전원 의뢰서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왜요?”

“제가 도저히 믿어지지도 않고...”

“…”

“또 로봇수술도 안 내키고요."

“저희 병원 거 최신입니다.”

“예…”

나는 C 병원의 수술용 로봇이 최신인지는 사실 궁금한 게 아녔다.

우선 신장암에 정통한 병원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 교수님이 못 미더웠다.

전날 귀가 후 그분의 로봇수술 횟수를 알아봤었다.

아직 채 10회도 안 되는 로봇 수술 경험이었다. 

또 엄청난 액수를 깎아준다는 것도 좀 납득이 안 갔고...... 

“교수님! 살려주십시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니요! 제게 전원 의뢰서 발급해 주시는 게 저를 살려주시는 겁니다.”

“허 참네…”

“…”

그 교수님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분노? 당혹? 당황? 뭔지 모를 표정들이 다 모여있는 듯했다.

그 교수님과 나는 서로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그는 천장을, 나는 바닥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좋습니다. 아무쪼록 환자께서 생각하는 좋은 곳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

“간호사 선생님, 이분께  전원 의뢰서 발급해 드리세요!”

“예!”

나는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사실 인간이 가지는, 느끼는 감정이란 게 칼로 무 베듯 명료한 걸까!

복잡 미묘한 게 아닐까!

그것들 중 주도적인 어떤 감정, 비중이 큰 어떤 감정이 다른 감정들을 가리는 건 아닐까!

그러니 고마움과 미안함, 또는 민망함과 당혹감, 아니면 슬픔과 기쁨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사람에게 일어 나지 말란 법이 있을까!

나는 그 병원을 나왔다.

날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그 간호사분의 시선을 뒤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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