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도 힘들었지만, 한 번만 더, 한 군데만 더, 전화를 해보고 잠을 푹 자고 싶었다.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정신도 없고 피곤하고... 어디든 쓰러지고 싶은 기분이었음에도...
몇 군데 더 생각나는 병원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거절당하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사람일이 다 그런 게 아니겠는가!
어쨌든 전화를 하고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할 사람은 딴 사람이 아닌 '나'여야 했다.
내 몸이고, 내 삶이니.
나는 머뭇머뭇 마지막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몇 번의 거절을 당한 후라 자신이 없었지만... 그걸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어쨌든...
“Y 병원입니다”
“예. 제가 진료 예약을 하고 싶은데요.”
“등록환자 신가요?”
“아니요.”
“무슨 증상으로 어느 과를 원하시나요?”
“예. 소변에서 혈뇨가 나와서 응급실에 갔는데….”
“….”
“그래서 거기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시군요. 많이 놀라셨겠네요. 잠깐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예.”
“언제쯤 원하시나요?”
“언제쯤요? 저 지금 급해서 전화한 건데...”
“... 5월 말이나 6월 초에 한자리가 있긴 합니다만….”
“예? 2달 후에나요?”
“예.”
“….”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지는 몰랐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제가 사실은 딴 병원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받았어요.
거기 교수님 말씀하시길, 사이즈도 클뿐더러 혈뇨도 지속 중이어서 아주 급한 상태니 곧바로 수술하자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가지 고민한 결과 여기 Y 병원 C 교수님이 제 생명을 살려주실 유일한 분으로 여겨서 이렇게 하소연하는 겁니다만…. 제가 아직 젊을뿐더러 아이들도 어리고….”
“그러시군요 죄송스러워서…. 잠깐만요! 제가 해당 과에 문의 한번 해볼게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휴~우~”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기다려보자! 는 말이 그때처럼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혹시 대기자로 하시면 어떨까요? 사정을 들어보니…. 너무 힘드신 것 같아서요. 대신 자신은 못 합니다만, 해당과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모레 그 교수님 마지막 환자분이 먼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이신데,
어쩌다 늦으시거나, 간혹 시간에 못 대는 일도 있다네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장담은 못 합니다. 어떻게 대기자에 올려드릴까요?”
“그럼요! 그렇게 좀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예…. 하지만 낼 오셨다가 교수님 못 뵙고 그냥 귀가하실지도 있습니다. 그 교수님 환자분들이 아주 많으신 분이라서….”
“예. 고맙습니다.”
“모레 오실 때 전 병원에서 CD, 진료의뢰서, 의무기록 사본 가져오셔야 합니다.”
“꼭요? 그러려면 그 병원에 다시 가야겠네요?”
“그러셔야겠지요”
나는 일단 한숨 돌렸다. 하지만 낼 그 처음 병원이었던 C 병원에 들러 그 교수님을 뵙고 전원 부탁을 드려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친절하게 해 주셨는데... 전원 부탁드리면 어떤 반응을 나타내실까...
“에라 모르겠다. 그건 낼 일이고 우선 한 숨 자자….”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맞아. 우선은 다행... 하지만 낼 만약 뜻대로 안 돌아가면...”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냥 쓰러졌다, 침대 위에. 입었던 옷 그대로, 아직 손목에 그 첫 번째 병원의 입원 라벨을 붙인 채로.
“아~오늘 하루 참 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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