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암/2011년 암 진단, 4기, 전원, 첫 번째 수술, 좌절

암삶 4-암이라는 소리는 천둥이 되고(2011)

by 힐링미소 웃자 2021. 5. 31.
반응형

전화가 연결되었고, 그 의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여보세요?
“……”
“이런 말씀드리기가..... 참...”
“…….”
“급하게 병원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
“왜 병원으로 오라고 하느냐고요?”
“……..”
“환자분의 상태가 급하시기 때문입니다. 혈뇨도 계속되고 있고, 크기도 상당할뿐더러 다른 부위도 의심스럽습니다.”
“……..”
“한 40분 걸리신다고요?”
“……..’
“괜찮습니다. 추가적인 검사 때문에 그 결과를 보기까지는 몇 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그쯤에서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흩어졌던 말의 조각들이 진실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꿈을 꾸는 듯했다.
한숨이 나왔다.
현기증도 찾아왔다.

어느 순간엔 그 의사의 목소리가 마치 한여름 밤 정자나무 밑에서 선잠 들었을 때 귓가에서 모기가 내는 윙윙대는 소리처럼도 들리기도 했다. 가까워지는 듯하다가 멀어져 가는 듯하는…….
나는, “우선 정신을 차리자!”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쉬울 리가 없었다. 그저 마음만 그랬을 뿐 점점 더 어지러워졌을 뿐이었다.
“혈뇨가 계속, 급하다, 크기가 상당, 다른 부위로도 이미 갔을 듯도…….”
동굴 속, 그 속에서 누군가가 아주 멀리서 내는 소리처럼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지고…….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그 단어들…….
“암!" 천둥 치는 소리보다 더 크게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의사의 입에서 이어지는 "다른 부위로도 갔을 것 같은...”이라는 말은 천둥번개가 동시에 치는 것 같았다. "그럼 3기나 4기 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암이라는 말도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거늘 3기이거나 4기 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은 그를 절망케 했고, 속으로 울부짖게 했고, 두려움에 떨게 했다.
“곧 죽는 건가?
콩팥에만 있는 걸까?
아냐, 폐에도, 뼈에도, 뇌에도, 온몸에 다 퍼져버린 건 아닐까?
얼마나 더 살 수가 있을까?
수술은 가능할까?
방사선?
항암제?
아냐, 다 소용없을 거야!
내가 뭘 잘못했지?
과식?
과음?
담배?
불량식품?
유전?
왜 하필 나야!
이 나이에?
아직은 젊은데….
그냥 어디 가서 죽어 버릴까?
어디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 가서 그냥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스러져 버릴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