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다. 부신도 망가졌습니다.”’
“그럼?”
“떼어내야 합니다.
“그럼 콩팥 하나를 몽땅 다요?”
“예.”
“교수님, 요즘에 부분 절제술도 있다던...”
“예. 있습니다만 환자분께는...”
“‘......”
“자, 그럼 보호자께서는 입원 절차를 하시면 되시겠습니다.”
“‘........”
“자 그럼...”
“잠깐요! 제가 좀 더 의논을 해보고 싶은데요…”’
“예. 그러세요. 하지만 서두르셔야 낼이나 모레 수술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 그런데 아까 ‘할인’이라 말씀하셨는데?”
“예. 사실 로봇수술이 한 3~4천만 원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병원에 새로운 장비가 들어와서…. 또 환자분의 상태가 시급하시고 해서 깎아드리고자 합니다….”
“.......”
나는 그 의사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다시 되뇌며 숙고했다.
그 교수님 말대로 ‘빨리 입원하고 빨리 수술하자!’라느 생각과
‘아니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라는 두 가지가 갈등하고 있었다.
누구와 대화해도 비슷한 대화였으리라.
“왜 수술을 안 하려는 거야?”
“내가?”
“어. 자꾸 망설이고 있잖아?”
“맞아! 그러고 있어. 첫째는 안 믿어져. 둘째는 사실 그렇다 해도 다른 병원에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고 싶어, 진짜인지. 그리고 그렇게 큰지, 또 부신도 희생시켜야 하는지, 또 로봇수술로 가능한지.”
“참 이해가 안 ! 여기도 큰 대학병원이고, 또 이분도 의사에 의대 교수시고, 또 최신 기계라잖아. 같은 초음파, 같은 전신 단층촬영 검사기, 혈액검사, 다빈치 수술로봇인데 뭘 고민하자는 거야??”
난 그후로 대화와 이해와 이해와 동정... 에 대해서 생각했다. 난 혼잣말했다.
“만약 누군가 아프다고 하면 그냥 듣고만 있기로 하자. 지금 내가 그처럼 아프지 않잖아? 그래서 그의 아픔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야. 그래서 만약 누군가 허벅지가 아프다 하면 그냥 듣고만 있기로 하자. 그의 허벅지가 아니라서. 아프지도 않잖아? 내가 아프지 않기에 너에게 어떠한 통증도 없기 때문에 그녀의/그의 통증이기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친구가, 동생이, 이웃집 할머니가, 친척 할아버지가...
어딘가 아프다 하면. 그 아픈 게 내 몸 어디가 아니라서 아픔을 모르니 그냥 듣기만 하자.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떡이자. ”
“교수님, 일단 집에 가겠습니다.”
“예?”
“집에요. 지금 너무 힘듭니다. 수술하더라고 집에서 한숨, 아니 하룻밤이라도 자고 싶어서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그렇게 하시고요. 낼 예약 잡아드릴 테니 그때 뵙도록 하지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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