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내가 참 즐겼던 뭐였다. 음식이랄까, 기호식품이랄까... 뭐 그런. 그렇다고 내가 많이 먹는, 마시는 스타일은 아녔다. 또 술이 잘 받는 체질도 아녔던 듯하고. 어쨌든 즐겼었다. 하지만 진단 후 딱 끊었다, 순간의 일탈을 제외하곤. 그렇게 아주 오래 술을 입에도 안 대다가 얼마 전부터 조금씩 한다.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 모습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바뀌었다.
암 진단 전까지 대략 이틀에 한 번 꼴로 술을 마셨었다. 별별 술을 다 마셔본 듯하다. 종류별로 다. 인사동 동동주들, 서울막걸리에 좁쌀 막걸리에, 각 지방의 별의별 토속주에. 소주도 가지가지, 맥주도 가지가지, 생맥주, 위스키, 보드카, 고량주, 와인 등등 마실 만 한 것들은 다. 그렇다고 내가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 듯하다, 군대 때 빼면. 군대 땐 가끔 마셨지만 폭주했었다.
문제는, 많이는 못 마시는 체질이란 걸 알면서도, 그 정량을 넘나들며 술 마신 것이었다. 소주는 2홉들이 반 병, 병맥주는 한 병, 생맥은 1,000cc, 위스키는 두 잔, 보드카는 한 잔, 럼도 한 잔, 고량주는 반 잔, 와인은 대략 큰 잔으로 두 잔 정도? 그 정도 마시면 기분이 엄청 좋다를 넘어 약간 취하는 듯 느꼈었다. 그런데도 그 정도를 넘었던 적이 많았었다. 거기서 쫌 만 넘어도 사실 문제였던 것인데도......
더 큰 문제는 안주였다. 술 마시며 안주 안 먹기로 유명했다. 술자리 첨 음식은 참 좋아했었다. 어떤 안주든 사양 안 하고 먹었었다. 문제는 그럴 경우 술을 못 마셨었다. 남들은 술배 따로 밥 배 따로라고 했었지만... 난 아녔다. 그래서 술 고프면 안주를 건너 띄었고,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을 안 마셨다. 그런데... 전체적으로는 안주를 잘 안 먹었다. 그 말은 안주 없이 술을 마셨다는 뜻이다.
그런데! 암 진단 후 알콜이 들어간 그 무엇도 입에 안 댔다. 그게 뭐가 됐든 간에. 심지어 탄산음료도 한 방울도 입 안에 안 넣었다. 덤으로 모든 음식도 무농약을 넘어 유기농으로 할 정도였으니, 술에 대해 말해 무엇하랴! 그런 생활을 하다가 암 진단 후 대략 2년 후? 그쯤에 다시 술을 입에 댔었다. 다니던 병원에서 내게 처방할 약이 없다며 거부했다. 효과도 없다면서... 그래서 열 받아, 이판사판이라며 술 마셨다. 많이, 대략 4~5개월 정도? 지금 기억이 잘 안 난다.
그 후로는 술 냄새도 안 맡았다. 주변에서 지글지글 삼겹살에, 보글보글 갖은 해물 가득 된장찌개에 마시고 붓고 해도 난 도 닦는 도인과도 같았다. 안심 스테이크에 자줏빛 진한 와인을 곁들이는 자리에서도 그건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오겹 노릇노릇 불판 위 한쪽, 묵은지가 자글자글... 지치지도 않고 쐬주 권하는 친구 옆에서도 돌부처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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