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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16년, 육종성 변이, 세 번째 수술, 다리뼈 절단

암 삶 63-완전관해_그건 암의 완치가 아니다

by 힐링미소 웃자 2021.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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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씨 들어가세요!"
대기실 구석 맨 뒤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입양된 아이처럼 주눅이 들어 있던 나는, 들려온 내 이름에 깜짝 놀랐다. 내가 내 이름을 들으며 그때처럼 그렇게 놀란 적은 아마 없었을 듯하다.

"안녕하…."
"예. 엑스레이 결과가 나왔습니다."
"……."
"이런 사진을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이쯤 되면...내가 할 말은 없다. 아니, 어떤 말이 됏든...내 입에서 어떤 말도 하기도 싫다...할 수도 없고. 숨이 턱! 막혀버린다. 의사는 또 어떨까? 뭔 좋은 소식이라고 막 신나서 떠들까...

"저도 아니길 바랐습니다만... 이럴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었음에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발 아니길 바랐었습니다만... 사진을 보세요! 제가 7장의 사진을 의뢰했었습니다."
"……."
"제가 환자분이 말씀하신 증상을 듣고, 대퇴골로 이미 전이된 건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고요, "
"……."
"문제는 범위가 얼마나 될까? 또 전이된 곳이 한 곳일까? 아니면 복수의 여러 곳으로 전이가 됐을까? 였었습니다."
"교수님, 그럼…. 교수님 말씀은…. 폐로 전이된 것도 부족해 이제는 다리뼈로까지 암이 전이됐다는…?"
"예.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눈앞에 수없이 많은 아지랑이가 올라왔다 사라지고 하기를 반복했다. 두 눈에서 뭔가가 자꾸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은 가빠졌고,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목구멍 너머로 소리를 내보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울음에 젖은 떨리는 목소리를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도 않았고……. 또 무슨 말이든… 하소연이든... 뭐든 표현하려면 고개를 들어야 할 텐데, 범벅이 된 얼굴을 보여주기도...들키기도 싫었다. 그냥 떨어지는 눈물이 닿는 몸... 그 어디든 시나브로 녹아 없어졌으면 했다.

그렇게 내 몸뚱이가 녹아 없어졌으면 했다......


"여기를 보시면, 약 10cm 정도 길이의, "
"……."
"암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옆으로는 피질도 거의 갉아먹고 있습니다."
"……."
"빨리 다니시는 병원으로 가셔서, "


난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았다. 아니, 믿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병원이 어딘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들 중에서 한라고 하지 않는가!
"교수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요?"
난 순간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옆에 있던 간호사와 그 의사 선생님은 나의 외마디 소리에 깜짝 놀라시며 날 쳐다봤다. 그러길 잠시, 그 교수님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듯했다. 그리고 물었다. 아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지나치리만큼 차분하고, 연민의 정이 담긴 시선에, 내 어깨의 움직임과 목구멍의 떨림도 사그라지는 듯했다.

"다니시던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를 안 받으셨던가요?"
"받았어요."
"그럼 3개월, 아니면 6개월 마다라도 혹시 전신 뼈 검사나 PET-CT 검사를 받지는 않으셨나요?
"그 두 검사는 완전관해 판정 후인 지난 1년 반 동안 한 번도 안 받았었습니다."
"안 받아요?"
“예...”
“한 번이라도요?”
"예.”
“......”
“그냥... 완전 관해 된 상태라는 판정을 받았고요, 그런 후 흉부 CT와 6개월마다 복부 CT를 찍었던 게 전부였어요."
"그렇군요…."

 


그 교수님은 난감한,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으셨다. 턱을 괘고...책상을 세 번째 손가락으로 톡...톡...치셨다.
"지금 하셔야 하는 일은, 우선 다니시는 병원에 급하게 가셔서 조처를 받으셔야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시면 며칠 내로 대퇴골이 골절될 거로 예상되고요, "
"골절요? 부러진단 말인가요?"
"예!"
"그곳이 골절될 땐 아주 심각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길 겁니다!"
“아...”
“그리고 지금 받고 계시는 물리치료나 전기치료, 열치료를 즉각 중단하시고.”
“예...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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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무도 놀란 나머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이었다. 현실이 된 마당에...인정할 건....인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인정할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서두르시며, 갑자기 들이닥친 환자를, 내치지 않으시고, 엑스레이 처방을 기꺼이 내주셔서... 그나마 골절 직전이니 즉각적인 대처를 하라고 주문해 주신, 그 교수님에 대한 감사를!

"교수님…."
"예?”
"지금 제가 정신이 없습니다만….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이 사진을 찍어보자고 안 하셨으면…. 아, 교수님…."
"힘내시길요."
"고맙습니다... 교수님...”

난 진료실을 나왔다.

"아! 나의 시련은 끝은 어디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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