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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1년 4기 암 11년째, 올바른 항암 생각

암 진단_새로운 인생의 시작1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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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지인 한 분께서 다급하게 연락하셨다. 우선 1기 정도로 초기 진단받으셨고, 문제는 사이즈가 의외로 커서 유착이 됐고, 덕분에 원발암 부위뿐 만 아니라 유착된 부위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셨다는 내용이었다. 2년 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아직 젊은데... 그래서 더 어리둥절하다는 말씀도 덧붙이시면서.
 
 
아이를 더는 가질 계획이 없냐? 는 의사의 말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덕분에 그에 맞는 수술이 이루어졌고, 수술실에서 나온 후 그게 더 이상 계획이 아니라 사실이 됐음도 확인했다고 하셨다. 협착과 유착이 심했던 이유로 수술시간도 길었고, 참여한 의사들도 많았다 했다. 그만큼 지쳤고, 몸도 마음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고 물으셨다. 긴 통화가 이루어졌다. 이 코르나만 아니라면 당연히 문병을 갔어야만 할 경우였지만 그럴 형편이 못된 덕분에 통화가 길어졌던 것이다.
 
 
길고 긴 항암의 길로 들어서는 입구에 선 그가 나에게 물어보는 모든 것들에 대한 대답을 하기에 앞서, 암 투병에 있어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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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항암을 위한 행동이 결정되고, 항암의 결과가 결정되고, 항암의 결실이 맺어지는 거라 믿는 나. 그런 내 입에서 나올 조언 역시 내 생각의 단초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으니.
 
난 가장 먼저 이렇게 말했다.
“현실을 인정합시다. 있는 걸 그대로 인정합시다.” 
내가 암 진단을 받았을 땐 우선 머릿속이 하얘졌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 단계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저기 분홍색 장미가 있다. 그런데 난 짙은 와인색 장미를 좋아한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장미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장미가 아니다. 그래서? 뽑아? 검붉은 색을 칠해? 그런데 그런 고민을 왜 하나? 그냥 분홍색 장미일뿐인데. 그러니 그렇게 인정하면 된다. 끝이다.
 


나와 주변을 보면 인간 세상이 좀 그렇다. 자식이나 배우자, 회사 동료가 내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그들을 내 입맛에 맞게 바꿔? 그런다고 바뀌나? 세월이 흐르면 다 바뀌어도 사람의 성격은 안 바뀐다는 말이 있다. 사실 그런 건 고민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해결책이 의외로 간단할 테니. 어떤? 내가 바뀌면 되니까. 상대가 바뀌길 바라지 말고 내가 바뀌면 되니까. 상대가 내게 맞추길 바라지 말고 내가 상대방에 맞추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그런가? 그게 가능한가?
 
 
하기야 분홍색 장미가 싫으면 뽑거나 그 자리를 뜨면 된다. 직장동료가 그러면? 내가 직장을 그만두면 된다. 짝이 싫으면 헤어지면 된다. 심할 경우 자식과도 의절하면서 사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데 내 몸은? 암에 걸렸다 해서 버릴 수가 있나? 내가 그로부터 떠날 수가 있나? 한시라도 내 정신이 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나?
 
 
그런 얘기를 그분께 하면서, 만약 암한테 더 심하게 공격받지 않으면서 나름 잘 살고 싶다면? 그럼 우선 내 몸속에 암이 있고, 심한 상태이고, 이제부터 나는 암 환자다!라는 걸 인정하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몸부림치고 괴로워하면 내 몸도 괴로워지고, 마음도 괴로워지고, 그럼 면역력은 떡실신하고, 그게 암이 바라는 최고의 서식환경이니 암은 더 좋아라 할 거라고.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긍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고, 긍정적인 결실을 가져올 테니까. 그리고 암이 젤 싫어하는 게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숙주이니 그런 숙주 속에서 사는 암은 얼마나 불안하겠느냐고. 그러니 그 상태에 놓인 암세포들이 제대로 기를 펴고 살 수나 있겠느냐고!


 
내 옛 직장동료분들 중에서 암이, 아주 심하게, 몸과 꿈을 망가뜨린 경우에 해당되는 분이 한 분 계셨다. 뉴욕 유학 중 날벼락을 맞으신 경우였는데... 20대 중반의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다 들어내는 수술을, 그것도 수술을 시급하게 받아야만 한다는 말에 먼 이국 땅에서... 그로 인해 학위 취득도 미뤄졌고... 수술 전 설명을 들으며 아이를 갖고 싶어도 이제 불가능해진 몸 상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느낌을 가졌었는데, 수술이 끝난 후 그게 현실이 되어버린 경우. 
 
얼마나 살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힘들어진 상황! 하지만 그 후 강산이 벌써 몇 번 바뀌었고, 그러나 아직 살아계시고, 그에 더해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잘 살고 있다"라는. 물론 호르몬제 복용은 계속하고 계시지만... 그분의 별명이 뭔가? 바로 
미즈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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