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막바지, 암이 나름 안정적인 상태라는 교수님의 말씀과 팔로업하고 있던 세 개 과에서 상태가 좋으니까 1년 후에나 보자는 말에 평온함과 평화로움을 느꼈다. 번잡하게 오갔던 이 과 저 과를 이젠 어쩌다 가게 생겼다. 약도 컨디션에 따라 600 먹다, 400 먹다, 쉬었다 한다.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하다. 그런데 문득문득 데자뷔다. 마치 진단 전의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유사하네, 라는 기시감에서 벗어나기 힘든 순간도 있다.
2011년 벽두에 4기 폐전이암을 진단받기 전에도 그랬었다. 열심히 일했고, 수입도 내 딴엔 좋았고, 여행도 다녔고,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며 술도 즐겼다. 주제에 나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쓰면서 살았다. 게딱지만 한 크기였지만 집도 두 채를 장만했었다. 한마디로 기분과 보람, 그 둘은 최상이었다.
딱히 아픈 데도 없었으니 병원에 갈 필요도 못 느꼈다. 월요일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일했고, 그런 강도로 금요일을 넘어 토요일까지 쉬지 않고 돈을 벌어도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그 흔하디 흔한 감기에 걸린 적도 없었다. 참 평온했었다. 그저 돈 벌고, 모으고, 마시고, 여행 다니고...
건강하다고 생각했었기에 열정적으로, 머슴처럼 일했다. 아니 일에 미친놈처럼 일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왠지 모를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회식한 다음날 새벽, 용수철처럼 일어났었던 몸이 5분, 10분 그렇게 일어나기를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무쇠 몸이 아니라면 간밤에 술 좀 먹으면 그런 숙취는 당연한 게 아니냐, 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
“침묵에도 소리가 있다.”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생각했기에 나만의 비즈니스를 갖고 싶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5년간! 그리고 나만의 비즈니스 모델로 1년을 더 예행연습했다. 나름의 성공을 확신한 후 출입국관리소에, 세무서에, 구청에... 관련 기관을 순회했다. 오픈 D 데이가 멀지 않았었다.
'암 > 2021년 4기 암 11년째, 올바른 항암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장암 증상: 신장암 1기 증상, 4기 증상, 신장암 생존률, 신장암 사망률 (0) | 2021.09.25 |
---|---|
암 진단_새로운 인생의 시작1 (0) | 2021.09.10 |
암 공부, 신장암 발생은 어디서? (0) | 2021.08.04 |
암 오진과 IT 오류: 유방암 양성, 신장암 오진 (0) | 2021.08.04 |
항암제 부작용에 의한 치골 괴사’ 와 코로나 백신 접종 갈등 (2) | 2021.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