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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국내여행

요양병원 면회 후 죄스러운 만찬

by 힐링미소 웃자 202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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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소 휴게소에서 한참을 쉬었다.
더 쉬고 싶은 맘을 누르고 출발했다.
또 도중에도 쉬고 싶었다.
딴 때 같으면 휴게소마다 섰을 것이다.
요양병원 어머니 면회를 기다리는 고향집 아버지를 생각하면...
쉬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길을 재촉했다.



그래도 쉬 마려우니 어쩔 수 없이 섰다.
대천휴게소.
화장실 문짝들이 형형색색 축제 분위기다.
보령 머드축제로 명성 꽤나 날리는 해수욕장이 있다는 걸 안다.
"으음... 파티가 곧 다가오는 모양이군..."
"코로나도 한숨 돌리는가 보군..."
난 소리 없는 혼잣말을 가슴으로 했다.


고향집은 편안하다.
편안한 게 정상 이리라.
한데 난 삶의 한토막?
아니 여러 토막에서 불편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어떤 생채기......

요양병원 면회는 내겐 이젠 낯선 게 아니다.
첨에 별천지 같았다.
하지만 하도 여러 번 가다 보니... 어쩌면 낯익다.
지난 1월 이래로 못 갔었도…
10번을 넘게 간 듯하다.
아니면 그보다 더??



코로나 시국, 면회가 되는 걸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건데도... 요양병원에 모시고도 원하는 때 볼 수 없었다.
지금은 특별면회 기간이다.
길지는 않다.
20여 일 남짓이다.
그래도 아버지께서는 감사한 일이라 하신다.
음.....


고향집 나설 때부터 딸기 말씀을 하셨다.
"거기, 군산에도 마트 많을 거예요, 아버지."
"아니... 여기 서천에서..."
당신께서는 두 눈으로 딸기 상태를 확인하시고 싶으신가 보다.
"좋은 거 갖고 가야지?"
당연한 말씀이시다.

하지만 고향집에서 아버지와 나 사이 대화가 의외로 길어져서, 아버지의 희망대로 안됐다.
"우리가 말을 너무 오래 했다."
아버지는 여간 서운한 게 아니신가 보다.

곧장 가는 수밖에 없었다.
면회 약속시간이 촉박했다.

군산 어느 마트,
딸기값이 사악했다.
2팩에 27,800원!
하지만 때깔은 좋았다.
사실 가격 걱정할 게 아녔다.
어머니께서는 영양죽만 드실 수, 드시고 계시다 했다. 27만 원이라도 사다 드려야 한다.

"너네 엄마가... 딸기만 먹어. 딴 건 안 먹어. 그러니..."

짧은 면회만 허용된다.
10분!
그러나 세상이 어디 그렇게 짜디짜서야 되겠는가!
다른 것도 아니고, 90 되신 남편 입장에서
당신의 배우자가 곧 북망산을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0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신 듯 보였다.
내 생각도 아버지와 다름이 없었던 까닭에...
난 스테이션으로 갔다.
곱빼기 면회시간 확보했다.

2층 스테이션 책임자께서는 복잡한 감정을 실은
시선을, 우리에게, 주고 계셨다.
원칙과 인정머리 사이, 그 어디에 판단의 잣대를 두고 계시기라도 한 듯...

요양병원 어머니를 면회하고 나면...
왠지 허기가 진다. 거의 매번…
그건 아버지도 매한가지 신 듯했다.

미묘한 표정의 아버지께서 화제를 돌렸다.
나도 그런 맘였다.
"샛별아~ 뭣 좀 먹어야지?"
당신이 배고프시다는 말씀 대신,
표현은 옆에 있는 손녀를 향하셨다.




맛집을 향해 여기저기 헤맸다.
직전에 갔던 '아리랑' 식당을 원하셨다.
대통령, 이제는 전직, 이 들렀다는 사진 보신 후,
더 가시고 싶으신 듯했다.

하지만 문이 닫혔다.
3~5시 휴식시간이란다...

디지털 전사 딸이 급하게 서치 했다. '나보다 두 배는 빠르다.
이 친구 글로벌디지털학과 장학금 받았는데...
왜 포기하고...
경영학부 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거기 졸업생, 구글, 네이버, 페북, 카카오...
졸업도 하기 전 입도선매라던데.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학부를...

자식,
뜻대로 안 된다!



손녀가 찾은 맛집이 아주 맘에 드시는 듯했다.
얼굴이, 표정이 많이 좋아지셨다.
다행이었다.

각자의 길이 다른데...
그걸 빨리 인정하셔야 하는데......



상차림이 실하다.
좋다.
폐교 터란다.



1인분 2만 원이란다.
비싸다.


아, 난 나쁜 놈…
200짜리 태블릿에,
200짜리 폰에,
200짜리 노트북 쓰면서...
아버지랑 딸이랑 갔는데...
2만 원짜리 가지고......
나쁜 아들, 나쁜 아빠...
난 나쁜 놈.....



하지만 결과는?
아버지도 흐뭇, 딸도 스마일!
나도 스마일!
최고였다.

요양병원 계신 어머니껜 정말이지...
너무 죄송했다!
진심으로…



올라오는 길,
해가 석양으로 지고 있었다.
하늘은 피를 토한 듯, 토하듯
새빨갰다.

애정 하는 서산휴게소,
"토끼야 잘있었니?"

내게 한 놈이 , 잽싸게, 왔다.
둘이 사이좋게 있다가...
ㄴㅃ놈!

"으음... 네게 줄 게 없단다."


여자 친구인지, 남자 친구인지를 불렀다.
날 쳐다봤다.
빈 손!

"아마 너희 둘도 내 손에 들린 게 없단 걸 알았겠지?"

그 둘은 다시 지들 놀던 데로 갔다.
미안~~

아버지께도 죄송...
늙으신 아버지 고향집, 어둠에 남겨 두고...
토끼를 보며 속삭이고 있으니...
난 아마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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