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다. 주치의께서 오전에 잠시 들른 거 외엔. 수술 부위를 소독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오후로 변경해야겠다고 했다. 수술방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오늘도 내가 머물고 있는 2인실에 새로운 환자가 또 왔다. 거의 매일마다 바뀌는 것 같다. 그냥 하룻밤 지새면 바뀐다.
첫날엔 내 나이 또래가 계셨다. 이 분은 내 지식으로 판단하기에 웃음이 나올 형편이 아닌데 웃으셨다. 아직 그 심각성을 모르시기 때문인 듯했다. 며칠 전부터 사물이 위아래로 두 개로 보이기 시작했단다. 그래서 당연히 안과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들이 해줄 건 없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단다. 뇌종양이시다. 얼마나 큰지 시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한다. 옆에서 주치의가 수술 내용을 설명하는 걸 들었다. 이번의 수술로는 제거가 다 안된단다. 게다가 신경손상이 필연적이란다. 하지만 환자께서는 여전히 심각성을 모르고 계셨다. 그냥 이번 수술로 눈이 제대로 보일 것인지만 반복적으로 묻고 있었다.
두 번째는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이분은 십자인대 파열로 온 케이스였다. 그런데 실제보다 더 과장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젊은이가 엄살이 심하다고 할 것이다. 그 정도 가지고 왜 이런 초대형 병원에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누구든, 절실한 일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그분은 4~6인실로 옮겼다.
세 번째는 81세 되신 분이셨다. 최근까지도 일주일에 3일은 골프를 쳤다고 한다. 아, 이분, 진짜 부자로 보였다. 겸손해 보이셨지만 포스가 장난이 아녔다. 이 병원 석좌교수와 친구사이란다. 집도의의 설명이 아주 특별했다. 대우도 아주 특별했고. 인공관절 수술을 위해서 입원했다고 했다. 한쪽 수술하고 일주일 간 치료 후 다른 쪽도 한다고 했다. 81세의 나이에 인공관절 두 개를 넣을 생각은 아마 특별한 경우에 속할 것이다. 보통 내구성이 10년은 될 거라고 들으셨단다. 어쨌든 나와 같은 2인실에 잠시 머물다 일박에 80짜리 특실로 옮겼다. 대략 반 달을 병원에 머물 생각이라 하니 병실료만 1,600여만 원이 나올 모양이다.
그분께서 특실로 옮기신 후 금세 딴 분께서 오셨다. 부인으로 보이시는 분이 먼저 오셨다. 그런데 이분, 청소만 1시간 넘게 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무심히 보고 있던 중 갑작스러운 방문이 이뤄졌다. 비뇨기과 주치의 교수님이셨다. 내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분이시다.
"앗! 교수님, 어쩐 일로?"
"아, 금요일마다 왜래가 있잖아요. 그거 끝나고 올라와봤습니다."
"식사는요?"
"아, 이제 먹으러 가야지요."
전에도 입원 기간 중 오신 적이 있었지만 이번엔 좀 긴장이 되는 경우다. 엊그제 조영제를 사용한 흉부CT검사를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표정은 만면에 미소를 띠셨지만...
"제가 다 보고 있습니다."
"......"
"다른 과에서 처방했다 하더라도 검사를 받으시면 제가 꼭 리뷰합니다."
"......"
"엊그제 흉부 CT 검사... 그전부터 폐에 몇 개가 있잖아요?"
"몇 개가 아닌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좀 커지는 거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사이즈나 양상은 우리 기준에 스테이블의 경우에 해당하십니다만..."
"......"
"우리 먹고 있는 보트리엔트요, 이번 수술 상처가 아물면 그거로 다시 시작해야겠어요."
"아! 교수님 그런데 LUL 쪽 거 말씀하시나요?"
"아니요. 다른 쪽이지만 어퍼이긴 합니다만..."
교수님께서는 더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라든가 병실 생활... 수술부위가 많이 아픈지 등. 난 더 붙잡고 싶었지만 서둘러 작별인사를 했다. 이분이 얼마나 바쁜 분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는 퇴원이 언제쯤 되는지 물을셨다. 아마 10여 일쯤 될 거라는 언질을 주신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 안에 다시 오신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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