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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2년 말, 폐전이 뼈전이 삶

병실 tv 포비아–뼈 전이암 재발 수술 입원 6일째

by 힐링미소 웃자 2022.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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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계

병실 메이트에게 부탁을 하는 일이 또 생겼다. 불쾌한 부탁이었다. 난 낯선 사람과 친구를 맺고 사이좋게 지내는데 아주 적극적인 편이다. 그래서 지난 3번의 입원에서 나름 친구들을 사궜다. 익산에서 농업 하시는 연세 드신 분, 기흥에서 식당 하시는 분,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경찰 하시는 젊은 분 등 몇몇과는 지금도 연락이 된다.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그게 힘들 것 같다. 그 일주일에 골프 세 번 친다는 그분의 아드님께 불쾌한 부탁을 했으나 그분은 아드님을 대신해서 쿨하게 사과하시면서 이것저것 물으시며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그런 모습에 나도 역시 끌렸었다. 그러나 대화가 무르익을 순간에 수술방에 가시더니 병실을 옮기 셔버렸다.

난 병실 생활 중 tv에 알레르기적 또는 단말마적 반응을 한다. 난 tv를 거의 안 본다. 일주일에 아마 다 해서 1시간이나 될까 한다. 대신 음악을 많이 듣는다.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판소리부터 락까지, 오페라에서 실내악까지 절대로 안 가린다. 덕분에 질 좋은 이어폰이나 헤드폰들이 많다. 남들한테 방해가 안 되게 하기 위해서 난 액세서리를 사용한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소음공해에 시달리지 않으며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고, 난 집에서도 팸 멤버들 사이의 그런 프라이버시 보호를 젤 중요한 덕목들 중 하나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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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공포를 넘어 포비아적인

병원애 입원할 때마다 고민거리가 tv다. 그 소리를 제발 안 듣고 살았으면 좋겠다. 병실에서 tv를 안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tv모니터 옆과 밑에 "환자들은 피곤해서 쉬고 싶어 한다."라는 문구와 더불어 "쉿!"이라는 제스처를 하는 미남미녀 캐릭터를 붙어놨을까…한다.

난 다른 사람들의 tv 보는 행위를 존중한다. 그러나 공동생활에서는 규칙이 있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계시는 병실 메이트는 아침에 눈뜨지 마자 tv를 껸다. 그리고 한동안 보다가는 코를 골며 잔다. 리모컨은 아예 그 사람 손아귀에 있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본다. 몇백 개가 넘는 채널을 다 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는 밤 11시 다 될 때까지 또 드라마를 본다.

세 번째 병실 메이트 아드님이 그랬었다. 입실하시더니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tv를 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참고 있다가 정중하게 부탁했다.
"저 선생님들... 너무 죄송한 부탁입니다만 tv소리를 좀 줄여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랬더니 놀라운 반응이 그 연세 드신 분 입에서 나왔다.
"아! 죄송합니다. tv가 방해가 됐군요. 끄겠습니다."
그리고는 그 아드님에게도 시키셨다. 사과드리라고.
난 그 놀라운 반응을 보면서 그분의 인품에 끌렸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아침 많은 대화를 그분과 나눴다. 대화의 시작은 그 어르신부터였다. 왜 입원하셨는지.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 물론 그 아드님과도 소통을 했다. 오해를 풀고 좋은 관계가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4번째 커플은 완전 딴판이다. 새벽이건 낮이건 한밤중이건 거의 중독 비슷하신 분들이다. 모든 온에어 드라마를 다 꿰고 계신 분들 같다. 난 그분들께도 정중하게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저, 너무 실례일지 모를겠습니다만...tv소리를 좀 줄여주실 수 있으실는지요?"
"아, tv 소리 때문에요?"
"네..."
"네."
"제가 암 진단받고 여러 가지로 심사가 불편한데... 잠이라도 제대로 잘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네."

그런 일 이 있은 후 그분의 와이프는 집으로 가버리셨다. 물론 그분의 아내분의 tv 채널 탐색과 연예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출연진들에 대한 방대한 양의 잡학사전을 오더블(audible)로 읊으시는 기회도 날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때때로 남편분 병문안 와서는 역시 tv 켜기를 주저하지 않으신다.

난 때때로 그런 분들께 궁금한 게 있다. 휴게실에도 대형 tv가 있다. 그런데 왜 그곳 시청 안 하실까! 더더군다나 울트라 럭셔리 소파도 구비돼 있어 시천 환경도 쾌적할 텐데... 그리고 더 중요한 사항 하나 더! 왜 같은 병실 메이트인 내겐 tv 리모컨 필요한지 않은지 묻지도 않는 걸까? 무슨 권리로 tv리모컨을 손에, 환자복 주머니에, 병상 테이블 위에 '킵'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내가 이분들이나 tv 마니아들을 싫어만 하냐? 그건 절대로 아니다. 고향 계신 우리 아버님도 집안에만 들어오시면 tv 앞에 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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