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주삿바늘
큰 주삿바늘 심기 아침에 주삿바늘을 심었다. 큰 걸로 심겠다고 했다. 다용도라고 했다. 수술실에서도 쓴다고 했다. 수액 맞는 데도 쓰고, 혈액검사용으로 쓰고, ct 찍을 때 조영제 주입용으로도 쓴다고 했다.
바늘이 궁금했다. 큰 바늘이라면 위험하지 않을까 해서. 왜냐면 나중 어떤 이유에서건 몸부림 치면 금속성 주삿바늘은 상처를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친절한 간호사샘 답변이 미소와 함께 왔다. “아, 금속성 바늘 바깥에 플라스틱 바늘을 씌워요. 일단 몸 안으로 들어가게 해야니까요. 그런 후 금속 바늘을 빼요. 그러니까 몸 안엔 안전한 플라스틱 바늘만 남아있게 되겠죠?”
집도의 교수님 회진
집도의 또는 지정의 아침 8시경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방문했다. 가냘픈 분께서 찢고, 째고, 톱질에, 망치질하는 정형외과를 선택하신 게 멋져 보였다. 이 병원은 소위 빅 5 중 하나지만 정형외과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를 보시는 교수님께서는 일요일에도 나오셔서 수술하신다 했다. 돈 더 되고 덜 힘든 안과, 피부과, 재활의학과 등은 흘러넘친다고 하지만…
이어서 집도의 께서 오셨다. 일정에는 휴가라고 돼있어서 의아했다. 하기야 뭐 일요일에도 나와서 수술하시는 분이시니… 수술 내용을 말씀하셨다. 지난 두 달 동안 6번이나 뵙는 고마운 분이시다. 남들은 일 년에 몇 번 보기도 힘든 분이신데… 일단 이번 수술에서 내게 필요한 길이의 뼈가 아직도 안 구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럴 경우 지금처럼 짝다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여전히 3.6cm 짧아지겠네요…?”
“아, 그래서 또 한 군데서 가져와보라고 했어요.”
“네… 감사합니다.”
“24cm 보다 좀 더 길었으면 좋겠는데.”
많이 잘라내긴 내나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그런 걱정이 어쩌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도 못하시는 분이 어디 한둘일까…..
“교수님, 괜찮습니다. 수술할 수 있다는 것과 교수님께서 수술해 주신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운이 좋은 환자입니다. 기어 다녀도 좋으니 교수님께서 괘념치 마시고 실력 발휘를 부탁드립니다.”
“하하하.., 기어 다니기는요. 잘 될 겁니다.” 그 교수님은 내 어깨를 몇 번이나 두드리며 용기를 줬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난 교수님을 올려다보며 감사함을 표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은 내렸던 손을 다시 내 어깨 위에 얹으시며 가볍게 쓰다듬으시곤 아까와는 약간 다른 보이스 톤으로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
“그 전이암 암덩어리가 허벅지 앞쪽이란 말입니다. 옆이 아니고. 그러니,”
“……”
“근육도 좀 없어질 겁니다.”
“아…네…”
수술시간과 수술내용 설명
집도의 교수님께서 레지던트와 내 침상을 떠난 후 얼마 안돼 주치의께서 다시 오셨다. 그분께서는 수술내용을 브리핑하셨다.
“이 수술은요, 우선 이렇게 기왕에 이식했단 뼈를 빼냅니다. 그리고 고관절 쪽으로 좀 짤라냅니다. 그리고 무릎관절 위쪽으로 바짝 짤라냅니다. 그쪽이 전이암에 의해서 못쓴답니다. 그런 후 이식용 뼈를 잇습니다. 긴 금속판 두 개를 붙입니다. 그리고 스크루들로 고정하게 됩니다.”
“네…”
긴 수술시간 예고
수술내용에 대한 설명이 끝난 후,
“수술은 아마 낼 아침 8시? 아! 첫 수술이 8시고, 두 반째가 11신데… 만약 수술방 첫 수술이 취소되면 8시, 아니면 11시에 하실 겁니다.”
“네…” 난 속으로 8시를 원했다. 이 피 말리는 카운트다운을 벌써 몇 달째 하고 있다. 물론 그 몇 달에 비하면 몇 시간이야 어찌 보면 우스운 시간 차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주치의께서 말을 이어갔다. “수술시간은 짧게는 아마 3시간 반? 하지만 길어지면 6시간? 아마 그 정도 예상하십니다.”
“선생님, 6시간요?”
난 대략 4시간 정도가 소요되지 않을까 했었다. 하지만 6시간이 갈릴 수 있다는 말에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과 지난번 허벅지 바깥을 연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 허벅지 위도 건드려야 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기야… 마취당하고 있을 처지에 뭔 그런…”
“뭐라고요?”
“아! 혼잣말요. 하하”
“이게 큰 수술이잖아요?!”
“……”
“조심하셔야 할 것도 많고… 혈관… 신경…”
“……”
“또 동일한 부위 두 번째잖아요? 아! 이번엔 범위가 더 넓지요. 허벅지 앞부분에 저렇게 톡 뛰어나온 9cm 가까이 되는 럭비공 같은 종양덩어리도 있잖아요?”
주치의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바지를 사타구니 쪽으로 얼려보라고 했다. 이어서 수술부위 안쪽으로 집도의 교수님의 성을 빨간색 펜으로 쓰신 후 하트 모양을 그려 넣었다.
갑작스러운 CT 검사 예고- 조영제 사용
주치의께서는 ct 검사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며칠 전에 찍은 게 있지만, 조영제를 안 쓴 비조영검사라서, 폐 속 혈관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안 보인다며, 그곳들에 수술 시 무슨 장애라도 있을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선명한 영상이 필요하다며 조영제를 사용하는 흉부 CT가 꼭 필요하단다. 난 조영제 부작용이 얼마나 심한지를 설명드렸다. 그러자 꼭 필요한지 알아보고 다시 조치하겠다고 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병실을 나가셨다.
혈액검사 그리고 4개의 주사기- ct 검사 전 처치
주치의께서 나가신 후 얼마 안돼 간호사 샘이 들어오셨다.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이 있었다고 했다. 간호사 샘께서 수술실용 큰 주삿바늘 심은 곳으로 바늘을 찔러 넣다. 꽤 많이 빼내갔다. 난 속으로 말했다.
“이 주삿바늘이 참 다용도군.”
그 간호사 샘이 나간 후 또 다른 간호사샘이 들어오셨다. 트레이에 주사액이 든 주사기들이 4개나 보였다. 그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내가 지난 12년 동안 무수히 보아오고 있는 너무도 익숙한 광경이니 말이다.
말할 것도 없이 전처치용 주사액들이다. 아마 대부분 스테로이드제 성분들로 가득 찬 게 아닐까 한다. 하여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이 들어갈 게 뻔했다. 계획된 흉부 ct였다면 전날 밤, 그러니까 대략 12시간 전, 부신피질제 12알을 처방했었을 것이다.
먹는다는 행위- 항암제를 넘어서는 생명을 이어가는 행위
그 후 4시간 금식했다. 지닌 12년 꽉 채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금식을 했는지 모르겠다. 손가락 발가락 다 동원해도 부족하고… 아마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마저 세야 그 금식의 시간들을 재량 할 수 있으리라.
내게 먹는다는 행위는 참 소중한 행사다. 난 그래서 보통 식사시간이 한 시간이다. 첨 한번 씹으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이어서 한입한입마다 의미를 부여한다.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다. 식사는 내게 연료가 된다. 전기차라면 배터리가 된다. 영혼을 위한 식사이기도 하다. 금식이 끝나고 ct가 끝나면 두 시간짜리 점심을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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