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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2021년 4기 암 11년째, 올바른 항암 생각

전이암의 정체-변칙 플레이어

by 힐링미소 웃자 2021.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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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치의 교수님과의 대화에서 괴이한 말씀을 들었다.
‘괴이하다'
국어사전에 보면,
‘이상야릇하다 또는 정상적이지 않고 별나며 괴상하다’
라고 나와 있다.
물론 ‘괴이함’의 판단 기준이야 느낌의 주체인 내 입장에서이다.
전문가 입장에서야 일반적일 수가 있을 테니.
하지만 내겐 괴이했다.

“제가 먹고 있는 항암제가 잘 듣고 있어서,
교수님께서 여러 번 말씀하신 바대로,
영상에 보이는 크기나 개수가
변함없다고 하셨잖아요?”
“네. 우리 표현으로 '스테이블' 합니다.”
“그런데 교수님, 만약 턱뼈로 전이된 거라면
모순 내지는 비논리적이지 않나요?”
“아!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네요.”
“......”
“약이 듣고 있어서 폐 전이암이 안정적인데,
어떻게 턱뼈로 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느냐?”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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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문에 이어지는 주치의 교수님의 말씀은 충격이었다.
“그게, 아시겠지만, 신장암의 경우에는 만약 전이가 폐로 되잖아요?”
“네.”
“그럴 경우 어떤 놈들은 성질이 달라집니다.”
“아! 다른 캐릭터로요?”
“아니요. 아예 성질 자체가 변합니다. 독자적인 길을 가기도 합니다.”
“아!”
“그럴 경우 기존의 약이 안 듣게 됩니다.”
“아! 그럼 교수님 말씀은 원발암에서 폐로 전이된 암이라 해도 모두 원발암의 성격을 갖는 게 아니다?”
“예.”
“그러니까 폐 안에 있는 같은 전이암이라 해도 어떤 건 약에 안 듣는다?”
“예. 그러니까... 극도로 단순화 시켜서 설명드리자면, 왼쪽 폐에 있는 전이암은 약이 들어서 쪼그라들거나 더 이상 안 커지는데, 오른쪽 폐에 있는 건 커진다는 겁니다. “
“하! 그럼 교수님 말씀은, 이를테면, 같은 왼쪽에 있다손치더라도 어떤 놈들은 듣고, 어떤 놈들은 안 듣고 제멋대로겠네요?”
“예. 그렇습니다.”

 


그 말씀을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이해하면?
한쪽 폐로는 숨을 맘껏 쉴 수 있는데, 다른 쪽 폐로는 호흡이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럼 약을 끊나요, 교수님? 이 약은 더 이상 못쓰는 건가요?””
“아니요. 이익형량에 의합니다.”
“좀 알기 쉬운 말씀으로는...?”
“안 듣는 게 많거나 크면?”
“크면요?”
“기존의 약은 사용을 중단하고... 그럴 경우엔 약을 바꿉니다.”
“......”
“반대로 약이 안 듣는 게 적으면 그 부분을 수술로 잘라냅니다.”
“아... 그렇군요... 내성과는 또 다른 개념의 문제군요, 교수님?"
"네. 내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난 더 큰 의문이 생겼다.
“그럼 범위를 몸 전체로 넓히면?”
“예. 똑같은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럼, 교수님 말씀은 지금 약이 효과를 내서 어떤 곳으로 간 전이암들은 잘 관리가 되고 있다손 치더라도...”
“네. 어느 날 갑자기 딴 데로 전이된다든지, 급작스레 악화될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저 같은 경우 지금 약이 듣는다고 룰루랄라 하다가도 당장 며칠 후 급성으로 악화돼서......"
“네.”
“뜻밖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씀처럼 들리네요, 교수님.”
“예. 극단적으로요.”
“하!”

참 이상스러운 암세포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전 이번 검사에서 잘못 나오면 이제 그만...”
“무슨 말씀을 그렇게... 아직 쓰실 약이 충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워낙 긍정적이시고, 농담도 잘 하시고, 관리를 잘하시니...”
“......”
“그렇게 급작스레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습니다.”
“아! 그런 경우가 생긴다 해도 그냥 뭐 그 부분 잘라내면 되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군요? 하하하”
“웃으실 일은 아닌데...... 뼈로 전이된 병력이 있는 경우 웃어넘기실 일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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