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창작

죽었다는 말 대신...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4.
반응형

그녀는 장례식장에서 집에 막 도착했다. 

일부는 흐르는 물에 띄우고,

일부는 나무 밑에 뿌리고, 

일부는 바람에 날렸다.

 

마당 감나무 밑 탁자에 앉으니/

그와 보낸 시간들이 꿈결 같았다.

 

탁자 위에 있는 작은 상자를 보고/

지나던 옆집 아이가 물었다.

 

“그 안에 뭐가 있어요?”

“그가 있단다.”

“죽었군요?”

“그냥 작아졌단다. 

그래서 이젠 이 조그만 상자 안에 있을 수 있지.”

“슬프시겠네요, 그 속에서 꼼짝도 못 하시니.”

“아니란다.

“화사한 봄날 꽃잎 따라/

바다에 갈 수도, 

무더운 여름날/ 

나무 밑 그늘에 누워 쉴 수도, 

눈물 나도록 시린 가을날/

하늘을 날 수도, 

바람 불고 눈 오는 겨울밤/

추운 방의 온기가 될 수도 있단다,

이 상자에서 나와”

 

“그러니까 그분은 이제 없어진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단다.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란다.

한갓 몸은 작아졌고, 

영혼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게 됐단다.”

“만날 수 있으세요?”

“그는 내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함께 있단다.”

 

반응형

'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날 정의해야 하나  (0) 2021.09.14
어둠과 빛은 함께 춤춥니다  (0) 2021.09.14
침묵의 연(緣)  (0) 2021.09.14
별빛이 머무는 곳  (0) 2021.09.14
올라갈 때 vs 내려올 때  (0)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