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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장례식장에서 집에 막 도착했다.
일부는 흐르는 물에 띄우고,
일부는 나무 밑에 뿌리고,
일부는 바람에 날렸다.
마당 감나무 밑 탁자에 앉으니/
그와 보낸 시간들이 꿈결 같았다.
탁자 위에 있는 작은 상자를 보고/
지나던 옆집 아이가 물었다.
“그 안에 뭐가 있어요?”
“그가 있단다.”
“죽었군요?”
“그냥 작아졌단다.
그래서 이젠 이 조그만 상자 안에 있을 수 있지.”
“슬프시겠네요, 그 속에서 꼼짝도 못 하시니.”
“아니란다.
“화사한 봄날 꽃잎 따라/
바다에 갈 수도,
무더운 여름날/
나무 밑 그늘에 누워 쉴 수도,
눈물 나도록 시린 가을날/
하늘을 날 수도,
바람 불고 눈 오는 겨울밤/
추운 방의 온기가 될 수도 있단다,
이 상자에서 나와”
“그러니까 그분은 이제 없어진 거잖아요?”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단다.
왔던 곳으로 돌아간 것뿐이란다.
한갓 몸은 작아졌고,
영혼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게 됐단다.”
“만날 수 있으세요?”
“그는 내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함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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