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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작

침묵의 연(緣)

by 힐링미소 웃자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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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6살로 막 넘어왔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날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주변으로

침묵이 내려왔다

난 그 침묵을 봤다

 

나는 건넌방과 안방 사이

문지방에 서있었다

할아버지의 가녀린 눈가에서

고요함이 올라왔다

난 그 고요함을 봤다

 

아무도 침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들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아무도 고요함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느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난 그날 침묵도 고요함도 봤다

 

스러지는 이승의 삶을 향해

침묵의 정적으로 내려와

일어서는 저승의 삶을 부축해

고요함의 세계로 올라가던

끊어지지 않을 연(緣)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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