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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6살로 막 넘어왔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날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주변으로
침묵이 내려왔다
난 그 침묵을 봤다
나는 건넌방과 안방 사이
문지방에 서있었다
할아버지의 가녀린 눈가에서
고요함이 올라왔다
난 그 고요함을 봤다
아무도 침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들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아무도 고요함을 볼 수 없다고 했다
느낄 수 있을 뿐이라 했다
난 그날 침묵도 고요함도 봤다
스러지는 이승의 삶을 향해
침묵의 정적으로 내려와
일어서는 저승의 삶을 부축해
고요함의 세계로 올라가던
끊어지지 않을 연(緣)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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