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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늦을 때란 없다

지역 봉사활동 1기를 마감하며-위태로운 4기 암 환자의 체력

by 힐링미소 웃자 2022.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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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봉사활동 1기 마감

지난 2년간의 지역 봉사활동을 마감했다. 2년 임기에 한 번 더 할 수 있으니 연임이 가능하다. 그러나 난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그래서 연임 신청을 안 했다. 나와 함께 했던 분들의 상당수가 내게 지속적으로 연임을 요청하고 있다. 나는 애초부터 연임은 없을 거라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요청의 수준을 넘어 스토킹 수준이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니다. 내 건강상태가 주요한 이유다.


2. 1기 봉사활동 때 무슨 일을 했나

현재의 지역 활동은 정기적으로 만나는 횟수가 잦다. 한 달에 한 번씩 각각 정기회, 임원회의, 분과회의를 해야 한다. 난 임원으로 활동했는데, 임원은 각종 활동을 기획-의결-활동-평가-회의록 및 활동기록-회계서류 등 그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말이 최소 한 달에 한 번 분과회의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어떤 땐 매주 두 번이나 회의 및 실행 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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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021년에는 우리 동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발굴과 계승을 위한 활동을 했다. 또한 그런 활동의 연속성을 위해 일꾼들을 양성하는 일도 병행했다. 마지막으로 그런 전반에 대한 자료집을 발간했다. 그 자료집은 내가 집필하고 편집과 교정을 도맡아 했다.

자료집을 포함한 그 모든 활동을 위해 문화원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동 단위로는 최초라 했다. 또한 그 활동이 수준 높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인근 대학교의 학장님을 비롯한 저명한 분들을 섭외했다. 그런 모든 활동들은 심각한 단계의 암 환자 나도, 내가 사는 동네의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의 몫을 한다는 자부심을 높였다. 로컬 커뮤니티의 발전은 나와 내 가족이 사는 환경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나의 삶을 질을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2년 올해는 커뮤니티의 여론 형성을 위한 활동을 했다. 마을 소식지를 발간했다. 그를 위해 마을기자단을 양성했다. 그 과정을 위해 언론 관련 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언론대학원장으로 계신 분과 성공적인 로컬 저널리즘의 표본이라 불리는 분을 강사로 모셨다. 돈은 인근 대학교에서 따왔다.

 

 


3. 한계

그런 모든 활동 덕분에 우리 마을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오고 있다. 동네의 차기 리더라는 둥 대표로 파견해야 한다는 등의 말들이 오가고, 그를 위한 모임이 결성될 모양이다. 그런데 난 그런 것들을 위해서 그런 활동을 한 건 아니었다. 난 이기적 DNA와 이타적 DNA 간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을 뿐이었고, 싶을 뿐이다. 나는 나 아닌 사람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아오고 있다. 현재도 그렇다. 예를 들어 묵묵하게 건강보험을 납부하고 계신 분들 덕분에 난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정특례 혜택을 받고 있다. 암 관련 대부분의 비용 중 5%만 내가 부담하는 것, 그건 타인들로부터 아주 크게 신세 지는 일이다.

 

세상의 기본 룰은 기브 앤 테잌 아닌가! 그러니 나도 내가 사는 환경을 향해서 뭔가를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거창한 삶이 못돼 내가 사는 동네에 돌려줄 수밖에 없다. 그럼으로써 내가 사는 마을이 좋아지고, 그 안에 사는 구성원들에게도 다소나마 도움이 되고, 그건 또 나에게도 좋은 일이다. 나도 그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니까. 그래서 어쩌면, 그리고 때론 이타적인 행위가 곧 이기적인 행위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나의 건강상태는 그 좋은 행위를 더는 못하게 만들고 있다. 아쉽다. 몸이 안 좋으면 웃는 것보다는 찡그리는 걸, 듣기보다는 말하는 걸, 존중보다는 무시를, 배려보다는 매정함이 앞설 수 있다. 돈 한 푼 안 받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동료들에게 못할 짓이다.  그러니 아무리 권유받더라도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다. 난, 요즘 들어 부쩍, 감당하기 힘든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또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지 몸무게가 2주일에 1kg 꼴로 줄어들고 있다. 나름 남아있던 알통도 사라지고 있다. 샤워하려 멋은 몸이 거울에 비치면 내 몸이건만 눈으로 보기가 민망하다.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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