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성 변이에 의한 다리뼈 전이암 재발 때문에 재수술을 하게 되고, 그래서 비록 24cm 길이만큼 다리뼈를 잘라낸다 해도, 그 때문에 설령 내가 한쪽 다리를 못 쓰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아니면 못 걷게 된다 하더라도, 난 내게 여전히 남아 있을 것들을 생각해본다.
여전히 멀쩡한 한쪽 다리
외관상이나마 온전한 형태의 두 개의 다리
아직 의족을 할 처지는 아니라는 것
멀쩡한 오른쪽 콩팥
아직 뇌 전이가 일어나지 않아서 온전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점
아직 칼 안 댄 온전한 왼쪽 폐
아직도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방사선 치료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
아직 뭘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 뱃속
들을 수 있는 두 귀와 볼 수 있는 두 눈과 말할 수 있는 입이 있다는 것
공감으로 눈물 흘려주고 격려와 위로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
아직은 병원비를 낼 수 있는 돈이 있다는 점
아직은 항암제 비용을 댈 돈이 남아 있다는 사실
40년 넘은 집이나마 비를 피하고 피곤한 육체를 눕힐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
아직도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
20년이 넘고 11년이 되는 차 들일 망정 운전할 수 있는 내 차가 있다는 것
아무리 악화된다 해도 오늘이나 내일 아니면 내년 안에는 안 죽을 것 같다는 의사의 말
아직도 2차 약을 쓸 기회가 남아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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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예쁜 딸이 내게 재잘재잘... 그 기쁨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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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하지만 삼시세끼 자급자족할 논과 밭이라도 고향에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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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세어보니 도대체가 내게 남은 게 아직도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놀랄 뿐이다. 아직까지도 가진 게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 기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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