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요양병원 면회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여유 있게 나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전 추석을 맞아 요양병원에 면회를 신청했었다. 요양병원에 계신 것만으로도 고립감을 느끼실 일인데, 명절인데도 누구 하나 오지 않으면 그 외로움이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할 터이다. 그래서 면회 신청을 했고, 다행스럽게 시간을 잡았었다. 거기까지는 좋았었다. 그러나 현실은 내 생각과는 달랐다. 아침 6시에 나오면 면회시간에 맞출 수 있을 거라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기에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세상에! 240km 거리를 가는데 어떻게 10시간이나 걸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도중에 멈춘 건 딱 두 번 뿐이었다. 서울에서 얼마 안 걸리는 매송, 거기에서 첫 번째로 멈췄다. 라면을 먹기 위해서였다. 너무 배가 고팠다. 집에서 아침 6시 10분에 출발해서 매송까지 오는데 4시간이 걸렸는데, 집에서 아침을 안 먹고 출발했고, 2시간 정도면 행담도에 도착할 수 있고 거기 자율식당에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담도는커녕 서울 코 앞인 매송휴게소까지 오는데 4시간이 걸릴 줄 어찌 꿈엔들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매송에서 라면 후다닥 먹었다. 아마 10분? 그러고 나서 커피 한 잔 뽑았다. 커피 마시며 가볍게 출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차장이 주차장인 건 당연한 것이었지만 출구마저 무질서한 주차장으로 변할 줄 누가 알았으랴! 행담도에 도착하니 오후 1시 가까이 됐다. 행담대교 바깥쪽 차선은 휴게소 방향으로 향하는 차령들의 긴 행렬로 아예 도로 기능이 마비됐다. 그러니 언강생심! 행담도휴게소에 들를 생각을 아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서산 휴게소에서 멈췄다. 아점으로 라면 한 냄비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4기 진행성 암환자에게 공복과 배고픔은 암세포들에게 기하급수적인 번식을 제공할 황금 같은 찬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해서 휴게소에 들렀던 것이다. 그러나 식사를 시켰으나 그걸 즐길 수는 없었다. 음식의 질도 엉망이었지만 완전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또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래서 허겁지겁… 서둘러 요양병원 면회시간에 맞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친 후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출구를 향한 주차장부터 완전히 엉겨 붙어 버렸다는 걸 알게 됐다. 서산휴게소 들르기 전 ‘고속도로 교통정보’ 앱에서 알려줬던 도로 사정과는 너무도 달랐다. 하기야 그 상황은 어차피 과거가 돼버린 일이 아녔겠는가! 이미 과거가 돼버린 정보, 쓸모없는 정보! 요양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추석, 요양병원 면회, 그 길은 험난했다.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4시까지는 맞출 수 없었다. 요양병원에 다시 연락했다. 다행히 4시 반까지만 오면 봐준다고 했다. 와~ 시간 벌었다. 이 속도라면 가능하겠다 했다. 그래서 더 내달렸다. 충남 고향집이 보이는 고속도로를 지나면서도 어쨌든 요양병원 면회를 마치면 곧 고향집에 가겠지 하는 마음에 더 내달렸다. 그러나!
요양병원이 있는 군산에 가까이 도착하자 또 밀렸다. 아! 이젠 끝났구나. 그 생각뿐이었다. 절망! 그래도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내달렸다.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그러나 4시 45분! 병원 측에서는 면회가 안 된다고 했다. 오후 5시부터 저녁식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안 된다며…이런!
결국 그렇게 끝났다. 추석 전날, 추석맞이 요양병원 면회는 무위로 끝났다. 추석명절 면회는 당연히 비접촉식이었다. 유리 칸막이를 마주하고 하는 면회, 손도 잡을 수 없는 면회, 그저 얼굴만 보는 면회. 10분에서 15분만 허용되는 면회. 그런데... 그것마저 못했다. 그렇게 추석이 지났다. 그곳에서 면회를 기다리셨을, 간절하게 기다리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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