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를 건너면 용산이 나온다. 내가 용산에 첫발을 디뎠던 게 고1 때였다. 그리고 고교 졸업 후 그 동네 몇 번 갔었다. 중딩 동창 중 한 명이 잘 다니던 시골학교를 관두고 소위 서울 명문 사립으로 유학 갔었는데, 그 친구가 거기 있던 지 고모네서 삐대며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시절로부터 도대체 몇 년이 흐른 거냐!
그때는 한강대교를 건너면 우측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지금은 거기에 트럼프월드란 주상복합과 모 통신사 사옥이 있다. 그 친구 고모가 그 시외터미널 담장 너머에 게딱지만 한 집을 갖고 계셨다. 마당도 있는 둥 없는 둥 플라스틱 지붕으로 덮어서 대낮에도 좀 어뒀었다. 당시에 속으로 그랬었다.
"야~ 이렇게 좁은 데서 어찌 사냐?!"
지금? 지금은 거기 금값이다. 진짜 금값. 거기가 뜨면서 그 고모네 자리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무슨 6 각형 건물이다. 하지만 엄청 비싸다. 상전벽해란 게 그런 걸 표현하기 위해서 생긴 게 분명히다.
어쨌든 한강대교 북단에서 삼각지까지 가는 큰길 양 옆은 개발과는 거리가 먼 채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러더니 어느 날, 아니 대략 30여 년 전에 국립박물관이 들어섰다.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용산시대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는 걸.
그러더니 용산 옆 전면 개발이니 용산 미군기지 이사니... 막 그런 얘기들이 나오더니 20여 년 전에 시티파크니 하는 주상복합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용산 큰길에서 좀 떨어진 곳부터 조짐이 이상했던 것이다.
내 보스 중 한 명이 거기 청약했었다. 나한테 이름 좀 빌려달라 했다. 소위 차명 투자! 그런데 그분은 이미 서울과 근교에 10여 채가 넘는 집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게 남편 여동생, 그 여동생의 남편... 사촌의 팔촌까지 다 명의를 빌려서 사 둔 것이었다.
그때 나도 게딱지 집 두 채 팔고 용산에 올인했었더라면 쫌 돈 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생각이 문제다. 우선 이 머리엔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이 절실하지 않았고, 지금도 절실하지 않다. 그러니 항싱 의지의 문제다. 어쨌든 용산... 이젠 용산시대라고들 부른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청와대가 이사 왔고,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거의 이사 갔고, 용산 옆 앞에는 비싼 주상복합이 딱 버티고 있고, 그 건너편으로는 빌딩 숲이 됐다. 멈췄던 용산역 전면 개발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또는 용산역 전면개발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러다가 용산이 강남을 대체할 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아니면 시나브로 올는지 모를 일이다.
아! 그 차명 투자의 대가였던 내 옛 보스. 그분 지금은 온갖 사치란 사치는 다 누리며 사신다는 풍문이다. 일 년 내내 이벤트로 꽉 찬 스케줄이라고 한다. 두 자식 미국 유학 내보냈고, 틈만 나면 해외 놀러 다니기, 빈자리에 골프 라운딩, 라운딩 후 고기와 술 파티, 사우나... 온갖 호강을 다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를 난 부러워할까...?...
천만에 만만에다!
오늘은 좀 더 멀리 갔다. 용산을 지나 서울역을 지나 회현동, 그리고 을지로와 충무로 어디 인쇄소를 들렀다. 그리곤 다시 돌아왔다. 놀러? 놉! 일하러. 동네 일.
친구들이 그런다.
"어이~ 널 위한 일은 언제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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