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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방사선, CT, PET, PET-CT, MRI, 뼈스캔, 조영제

치명적 조영제 부작용과 신참의 치명적 실수_4기암 12년째 2022년 첨 정기검사일 4

by 힐링미소 웃자 2022.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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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검사실 접수자에게 사정을 말했다. 걱정 말라며 처치실로 가라고 안내했다. 해프닝은 그곳에서도 일어났다. 나한테 주사를 놔야 할 분은 분명 한 분이실 텐데 한 자리에 두 분이 앉으셔서 내게 인사했다. 난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얼굴 상기된 저분... 신참이시군...”

혹시나는 역시나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색한 조치의 연속이었다. 더듬고, 손을 떨고... 주사 약병을 떨어트리고, 선임의 눈총을 받고, 또 그 때문에 몹시 어색해하고... 나도, 그분도, 그분의 선임도.
“하필 내게, 나 같은 중증 아낙필라시스적 조영제 부작용 심한, 저분이...”

그분은 의자를 뱅글 돌려 뒤편 탁자 위에서 약들을 꺼내셨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갈색 주사 약병 바이럴 2병과 유리엠플 하나, 식염수가 탁자에 놓였다. 그러나 역시 실수의 연속이었다. 주사기 3개를 주사기 밧드에 걸칠 거냐? 아니면 탁자 위 알콜 솜 위에 걸쳐 놓을 거냐? 와 같은 머뭇거림... 그중 하나가 데구루루 구르고, 이어서 그걸 주으려다가 바이럴 1병이 소매에 걸려 넘어져 구르고... 유리엠플 한 개 주사액 흘리고. 나중엔 바이럴 속 분말 식염수와 잘 안 섞여서 폐기함에 버리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는 곱지 못한 선임의 눈초리와 무언의 나무람...

난 그 모든 과정을 봤다. 좀 그랬다. 선임이 신참을 가리치는 모습이 마냥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는 건 내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도 잘 안다. 후임으로서 선임한테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훈련을 받는 것도 매한가지다. 그런 상황 역시 나한테 낯선 건 절대 아니다. 그중 압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삼자 또는 이해당사자가 바로 앞 또는 옆에 있는 경우다.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일을 배우거나 실습을 하는 거야 어느 정도 어깨가 으쓱할 일이나... 그 반대의 경우엔 참으로... 그렇다.

그날 그곳에서, 나중엔 좀 더 심각한 경우가 발생했다. 그건 정말 심각한 것이었다. 그건 환자의 건강 내지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 상황에서의 환자란 바로 나였다. 환자의 조영제 부작용이 중증일 때의 일반적인, 내 경험에, 매뉴얼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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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사 12시간 전에 부신피질호르몬을 먹는다. 나의 경우는 12알이다.
2. 검사 한 시간 전에 물 3컵 정도 마신다.
3. 검사 1시간 전 항히스타민제를 주사받는다.
4. 역시 검사 1시간 전 스테로이드를 주사받는다.
5. 역시 식염수를 주사받는다. 이는 주사약이 잘 들어가는지 여부를 볼 목적이다.
6. 1시간 후 검사를 받는다.
7. 영상검사 예행연습 후 조영제를 주사받는다.
8. 대략 10여분 내외 정도 길이로 영상검사받는다.
9. 영상검사 후 주사용 바늘은 그대로 둔다. (나중 특이사항 발생 시 약물 주입을 통한 응급조치용 주사바늘)
10. 몸의 이상 증상 발현 여부를 예의 주시한다.
11. 영상검사 종료 후 1시간가량 처치실 근처에서 머문다.
12. 특이 증상이 있으면 처치실에서 필요한 조치를 한다.
13. 별 증상 없으면 검사과정 종료한다.


나의 경우, 7번 행위가 일어난 후, 그러니까 조영제가 체내로 들어가기 시작함에 동시에...
7-1. 주삿바늘이 있는 부위부터 시작된 후끈후끈한 기운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진다.
7-2. 이어서 항문이 뜨거운 느낌이 들기 시작함과 동시에 목구멍 또는 기도가 후끈거리기 시작한다.
7-3. 목구멍이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7-4. 양쪽 귀 뒤와 밑이 후끈거리며 두드러기가 올라온다.
7-5. 미간과 눈두덩 부위에 두드러기가 생긴다.
7-6. 겨드랑이 밑과 근처에 두드러기가 생긴다.
7-7. 얼굴이 엄청 붉게 변하며 열기가 엄청 오른다.
7-8. 온몸에 열이 나고 두드러기가 확산한다.
7-9. 기도가 거의 막히듯 한다.
7-10. 숨쉬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그날 그 신참의 치명적 실수는 전처지 과정에서의 자잘한(?) 실수는 어쩌면 실수 축에도 못 끼는 것들이었다. 중증 부작용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치명적 실수란... 10, 11, 12번에 대한 설명이 없이 그냥 검사 마치고 집으로 가라는 것인데, 그날 그 신참이 그러셨다.
"검사 끝나시고 가시면 되십니다."
그 말을 듣고 난 내 귀를 의심하며 난 신참께 물었다.
“선생님, 저 혹시 오늘도 검사 종료 후 여기 근처에서 머물러야겠지요?”
“왜요?”
“......”

바로 그때 선임이 치고 나온 거였다.
“선생님! 저분 차트를 보세요!”
“네? 봤는데요!”
‘어머! 그러셨어요??”

난 그날 그런 모습을 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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