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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항암과 방사선, CT, PET, PET-CT, MRI, 뼈스캔, 조영제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랴_검사실 봉변_4기암 12년째 2022년 첨 정기검사일 3

by 힐링미소 웃자 2022.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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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에 전처치가 끝나야 했다. 다시 보니 30분밖에 늦은 게 아녔다. 이미 늦었다. 늦어도 한참 늦은 듯했다. 그날 두 건의 CT가 있었다. 하나는 복부, 다른 하나는 흉부. 30분 간격으로 예약된 상태였다. 난 마음만 급했다. 뛰어갈 수도 없었다. 2016년 5월까지만 해도 이런 게 큰 문제는 전혀 전혀 아니었다. 늦으면 뛰면 됐다. 그 정도 거리라면 뛰면 5분이면 족했다.

난 경보라도 하듯 바지런히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 다리를 생각했다. 벌써 햇수로 6년 전 일이 되나 보다. 완전관해라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사실 잠시는 아니었다. 1년이 넘는 시간이었으니. 참 꿀 같은 시간이었다. 더 이상 암이 안 보인다는 주치의 말씀이었는데, 참 순진했거나 무지했었다. 암이 의료기계에 안 보이는 것 이꼬르 몸속 암이 없다! 쯤으로 덜렁덜렁 희희낙락한 내가 참... 그 후로 안 것이지만, 아니 사실은 4기 전이암 진단 후 얼마 안 있어 안 사실이지만 잊고 있었겠지... 진실은, CT나 MRI에 안 보인다는 게 몸에 암세포가 없다는 게 아니다! 였다.

그 후 다라뼈를 도려내거나 긁어내는 게 아니라 짤랐다. 내 살면서 단 한순간도 내가 나중, 다리뼈를 짤라내야 할 그런 사단이 내 인생에 오리라고는 전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 일이 닥친 후 한동안은 산다는 건 어쩌면 비현실적인 어떤 꿈, 그런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러다 그러다 든 생각이, 다 짤라내고 의족 안 한 게 어디냐! 였다. 내, 참! 그 후 내가 좋아하던 등산은 그야말로 꿈이 되었다. 남들이 걸어서 등산할 때 난 뛰면서 등산했었다. 친구들이 나보고 산토끼냐고 했었다. 하지만 그 후론 지팡이, 스틱을 짚고도 등산은 언감생심이다. 이식 뼈와 내 오리지널 뼈가 지름이 너무 차이 나서 안 맞을뿐더러, 한쪽은 아직도 안 붇어 있는 까닭이다.

내가 4기암 진단받았을 때 인생 참 새옹지마! 란 생각이 안 든 게 아녔으나, 뼈까지 짤라먹고 나니 진짜 인생사 새옹지마란 걸 터득했다. 이건 암이 전이된 폐를 짤라냈을 때도 못 깨우쳤던 진리였다. 또 반대로 인간은 참 적응 잘하는 존재로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짤라내고, 움직이면 안 붙으니 6개월간 누워있다시피 하고, 숙부 장례식에도 못 가보고, 양쪽 목발 거의 1년 하고, 한쪽 목발 1년 더하고, 지팡이 필수 1년 하고, 지금은 필요하면 하면서 쩔뚝거리지만... 먹을 거 다 먹고, 입을 것 다 입고 산다. 참 적응 잘하며 산다.

늦은 시간, 아니 이미 지났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치과에서 양쪽 어금니 쪽에 놓은 마취 땜이었는지, 아님 늦어서 뛰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다리가 뜻대로 안돼서 그랬었는지 병원생활 12년 만에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내가 다니는 병원엔 영상 촬영이 가능한 곳이 세 군데 가 있는데, 하필 젤 먼 곳으로 갔다. 거기서 접수를 하니 머리 묵고 나처럼 시커먼 안경 쓴 모델 같은 남자 간호사가 반응이 시큰둥하다, 그런 경험도 또 간만이었다. 난 그렇게 불친절하고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은 간호사나 의사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예전 같으면 무지 심한 코멘트 하면서 소비자상담실을 찾았겠지만, 간단한 반응 외 그럴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 사람 표정과 세 번의 반문은 내가 잘못 찾아왔다는 걸 내가 깨닫길 바라는 의도였다고 생각했지만...참 싸가지가 그랬다. 그렇게 말하면 어디 덧나나!
“성함이...?”
“거시기요.”
“어떻게 되신다고요?”
“거시기 입니다.”
“생년월일이...?”
“모년 모월 모일요.”
“몇 시에 검사 있으시다고요?”
“모시모분에요.”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 하셨지요?”
“......:

난 그쯤에서 폭발했다. 난 이마에 난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의 눈을 응시했다. 내 얼굴을 그의 얼굴에 더 가까이 댔다.
“당신 성함은?”
“네?”
“어떻게 되신다고요?”
“네?”
“생년월일이...?”
“... 아니 아니 환자분 왜 이러세요?”
“이보세요! 당신 거기에 있는, 당신 앞의 컴퓨터 모니터에 내가 여기가 아니고 다른 검사실에 예약돼 있는 게 보여요 안 보여요?”
“......”
“아니 환자가 허겁지겁 땀 흘리며 오는 걸 두 눈으로 뻔히 봤으면서, 인적사항 확인 두 번 했으면 됐지, 그리고 다른 곳으로 가셔야 하는 데 여기로 왔다고 하면 되는 거지 말이야 지금 누굴 놀려요?”
“아, 그저 여기로 오시면 안 되시는데 오셔서...”
“여기로 올 수도 있지. 당신 여기 앉아 있으니 여기가 당신 안방인 줄 아는 거야?”

그런 사단이 있었다. 난 더 이상 그 불쾌한 시추에이션을 지속할 힘도 시간도 없었다. 내가 갔어야 할 검사실에서 내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난 서둘러 갔다. 딱 한 시간이 늦었다. 간밤에 먹은 부신피질 호르몬제, 조영제 중증 부작용 나름 완화시킬, 그 약효가 다 떨어질까 걱정이 됐다. 간밤에 그걸 먹으려고 12시 알람 해놓고 단잠 한가운데를 싹뚝 잘라 일어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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